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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중대재해법, 원칙 따르는 합리적 의사결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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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중대재해법, 원칙 따르는 합리적 의사결정 필요하다

    • 2020-12-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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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공사기간단축을 제지해야 한다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세종로고원 앞에서 열린 한익스프레스 남이천 물류창고 산재사고 건설노조 추모행동 돌입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원칙이 전략에 우선한다'는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 교수의 말이다.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의 필요성과 제정안에 대한 의사결정의 시기가 임박하였는데, 원칙에 따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중대 산재사고 예방을 위한 원칙은 다음 세 가지로 족하다. 첫째, 인명(안전)은 절대가치로서 타협될 수 없으므로, 인명을 담보로 한 영업은 하지 않는다. 둘째, 최고 의사결정권자까지 누구의 책임인가를 명확히 한다. 셋째, 책임의 이행 여부에 대한 '제3자 감시' 장치를 마련하여 이행 여부를 확실하게 확인한다.

    세 원칙의 근간이 되는 분야별로 지켜야 할 안전수준에 대한 기준은 이미 개별법에서 충분히 마련되어있기에 기준을 안 지키거나 지킬 수 없었던 것이 문제이지 이 법의 제정으로 추가적인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존의 사고는 모두 기본을 안 지켜서 일어난 사고였지 고도의 기술이 부족해서 발생한 사고는 없었기 때문에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없다. 이행의 시기나 대상의 제한에 대한 논의도 원칙을 비켜가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 대해 논의한 지가 벌써 10여 년이 지났으며, 우리나라는 높아진 경제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OECD 국가 중 산재사망자수나 산재사망인률은 최상위를 고수하고 있어 열악한 안전수준을 개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사업의 유형에 무관하게 의사결정권자는 있으므로 사업의 규모나 업종에 따른 구별도 무의미하다. 어려운 사업장이 있다면 이미 펼쳐오고 있는 다양한 지원제도를 통하여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공정한 것이지 책임부터 면제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중대재해에 관한 한 가장 취약한 산업이 건설업이다. 전체 취업자수에서는 7%에 불과한 건설 노동자는 최근 30년 동안 매년 600명 이상이 사망하여 사고사망자 수에서는 변함없이 절반을 차지해왔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업장에서 사고사망자 수가 노력한 만큼 감소되지 않은 것은 기존의 제도나 접근 방법에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임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건설사업은 일반산업과 달리 다수 이해당사자가 참여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회적으로 사업이 수행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책임이 전가가 용이하여 기존의 제도로 책임의 소재를 가리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여기에 임대, 용역, 도급, 위탁 등 책임의 희석이 가능한 계약방식들이 건설사업의 단계별로 모두 작동하고 있어 직간접 사고유발 요인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제도에서 아직 책임의 소재가 불명확한 분야는 공사비와 공사기간이다. 건설사업에서 공사기간은 발주자와 수급자 모두에게 사업의 수익을 증대시키고 공사비는 줄일 수 있는 관건으로서 수급인의 역량에도 좌우된다.

    따라서 돌관작업과 같은 무리한 공사수행이 없도록 하는 것이 건설사고 예방의 관건으로서 발주자부터 부적절한 공사비와 공기 책정을 자제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리한 공사수행의 대부분은 이천물류센터 화재참사에서 증명된 바와 같이 시공자가 촉박한 계약공기를 맞추고 공사비 부족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필요가 있을 때 발생한다.

    여기에 수급인으로서 통제하기 어려운 기상, 민원, 장비, 인력수급 등 다양한 공지지연 요인들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것도 제약이 되고 있다.

    재난 복구, 반도체 공장 등 긴급한 공사가 요구되는 경우도 이에 상당하는 비용, 인력, 기술이 확보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장치를 만들어 무리한 돌관공사가 없도록 해야 하며, 공사조건이 변경될 경우에도 합리적으로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무리한 공사 추진에 따른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4대 건설사고 중의 하나가 타워크레인 등과 같은 장비에 의한 사고이나, 건설기계관리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 법령으로는 안전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공사에 장비를 임대차하는 경우 장비의 종류가 많으며 장비마다 임대자(소유자)가 운전원을 함께 제공하거나 노동조합이 지정하는 경우 등 임대조건이 다양하므로, 현장에 반입 전 장비 자체의 안전성 확보, 임시직으로서 운전원의 소속과 역량, 임차인으로서 안전한 장비의 사용 등 다수 이해당사자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도 이러한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를 바로잡지 못하여 건설안전특별법까지 발의되기에 이른 것이다.

    건설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발주자가 공사비와 공기를 책정하고 수급인을 정하는 순간에 정해지지만 기존의 접근 방법은 공사단계의 수급인에 대한 대책에 치중하여 산업의 외형은 커졌지만 종사자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의 건설기업이 외국에 진출하면 규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경영이라는 것을 바로 깨닫고 안전분야의 상을 수상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 법이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발주자부터 사고의 근원인 과도한 가격경쟁 유발을 자제시킴으로써 인명을 구하고 피폐해진 산업을 살리는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중대한 사안에 대한 기존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대부분 원칙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이해당사자들의 타협이나 절충으로 마무리된 경우가 많았다.

    이번만큼은 원칙에 입각한 결정으로 일하기 좋은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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