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누가 그들을 일하다 추락하게 만들었나

  • 2021-01-11 09:46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사내 하청노동자였던 고 김용균 청년이 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지 2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김용균법이 지난해 1월 16일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한 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에서 물류창고 6층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 5명이 10m아래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경기도 광주시 물류창고 신축공사 천장 철골 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15m 아래로 추락해 숨졌고 같은달 경기도 하남시 건축공사 현장에서도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산재사고의 절반인 건설업

 

안전보건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까지의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66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명 감소했지만, 이런 사고 사망자 가운데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절반을 349명으로 절반을 넘습니다.

 

건설업 사고사망자 중에서는 추락사고 사망자가 24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끼임’ 76명, ‘화재·폭발·파열’ 63명, ‘물체에 맞음’ 54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산재사고 중 절반이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며 그 중에서도 추락사고가 가장 많습니다.
△건설업 현장에서 안전이 경시되는 이유는…'과도한 비용 절감'
현장에서 안전이 경시되는 배경에는 소규모 공사현장(50억 이하)에서의 안전관리자 미흡과 다단계형식의 불법하도급 관행이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건설업에서는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120억 원 미만의 공사현장에는 1명 이상의 안전관리자를 둬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건설업 사고사망자의 상당수는 50억 이하 공사현장에서 나옵니다.

 

더불어 지난해 4월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건설안전 혁신방안' 보고서 중 18년 대비 19년 건설업사고사망자 현황 분석결과, 공공공사 사망자는 대폭 감소(40명, 33.1%)했으나, 민간공사 사망자는 감소폭(17명, 4.7%)이 미미하고, 민간 소규모 공사(50억 원 이하)에서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발생했습니다. 민간 소규모 현장은 여전히 안전관리가 취약한 상황입니다.
건설에도 불법다단계가 존재합니다. 하청에서 나타나는 다단계하도급을 말하는 것으로 하도급을 맡은 업체가 다른 업체에게 다시 하도급을 맡기는 현상입니다.

 

건설산업기법 29조에 따르면, 공사의 품질이나 시공상의 능률을 높이기 위함의 이유 등이 아니라면 하도받은 공사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도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위반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다단계식의 하도급을 주고, 절약해서는 안되는 비용을 아끼면서 최하위 도급 계약을 한 업체는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결국 원도급(처음 도급 받은 건설공사) 업체는 이를 지휘 감독하기 어려워져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산업재해 처리 기피현상, 돈 아닌 다른이유 있나
지난 2017년 산업재해 은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적발 건수는 여전히 수백건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련법 개정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지만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를 미보고하는 관행은 여전합니다.

 

2020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종성(더불어민주당) 위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산재 미보고·은폐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산재 미보고에 대한 적발 건수는 4583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기간 부과된 과태료는 159억 8900여만원이었습니다.
업체들이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재해율이 높은 업체의 경우,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의 입찰 때 불이익을 받거나 재해예방 집중점검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사전자격요건심사(PQ)를 통해 입찰을 하는데, 여기에 재해율이 들어가고 심사에 반영됩니다. 재해율이 많은 시공사는 입찰자격을 박탈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얻게 되며, 재해예방 집중점검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사고예방비용이 사고대가보다 경제적인 환경으로 조성돼야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안 배경에도 낮은 처벌이 있습니다.

 

2018년 12월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건 판결 분석 연구’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서 사실상 형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벌금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자연인(개인사업주 또는 행위자)의 경우 약 421만 원, 법인 피고인의 경우 약 448만 원으로 나타나 자연인과 법인과의 벌금액 평균치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는 노동자 사망시 안전 조치가 미흡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 벌금 10억 원 이하', 법인이나 기관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으로 정해져 산업보건안전법보다 상향됐습니다. 이는 기업이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후 수습하는 것보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 투자하도록 만드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산업재해 사고는 특정 노동자 개인만의 잘못이라기보다 열악한 작업환경, 안전과 비용을 저울질 하는 문화 등 오랜세월에 굳어진 업계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산업현장 노동자들의 생명줄과 안전판이 되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였지만, 5인 미만 사업장 예외,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 유예라는 조건이 붙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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