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초부터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마련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먼저, 주택 공급 카드를 만지작거리더니 급기야 양도세 완화론까지 피어오르고 있다.
당정은 양도세 완화에 대해 "계획에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매물 유도 필요성'이 언급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선택지가 몇 개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논의 계획도 없어" 손사래 치지만 '솔솔' 피어나는 완화론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집을) 세 채 네 채 가진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택을 신규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과 기존 주택을 다주택자가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다 공급대책으로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수단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출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언급이 결국 '양도세 완화론'에 탄력을 붙이자 기재부는 같은 날 "정부는 도심 내에서 부담 가능한 주택, 살고 싶은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심도 있게 고심 중이지만, 양도세 중과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된 게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역시 최인호 수석대변인이 전날 "양도세 완화를 논의한 사실이 없고, 논의할 계획도 전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당내 중진 김진표 의원 등은 이미 앞서 양도세 완화 관련 건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제한적 효과나마 내려면 결국은 양도세 완화"양도세 완화는 현재 상황에서 시장 매물 출현을 유도하는 데 단기적이고 제한적이나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올해 세법개정으로 소득세 기본 최고세율이 45%로 높아진 가운데, 오는 6월 1일부터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중과세율이 20%p(2주택)~30%p(3주택 이상)로 늘어난다.
이를 완화한다면 '선택 한계 상황'에 놓인 예비 매도자들의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안창남 교수는 "보유세를 낮추자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집을 팔아서 넘기는 순간까지 과세의 타깃으로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양도세 완화가 현 상황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보유세가 오르면서 나오는 매물을 젊은층이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정책적 선택"이라며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세를 낮추고, 다주택자의 중과세도 줄여야 실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유예' 정도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심교언 교수 역시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는 이미 중과를 적용받는 상태에 재차 중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유예하는 정도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시장 매물 출현은 완화 정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양도세를 완화하는 건 단기적인 조치지만, 그거라도 물고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걸 정부가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어차피 또' 선거 앞두고 나올 얘기?…아파트값 상승세는 계속양도세 완화의 효과 자체는 차치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는 이들의 현재 부동산 정책의 근간이 되는 '투기 차익 환수'와 결이 크게 달라 당정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선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양도세를 완화할 경우 다주택자들이 집값 상승으로 인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실현하게 돼 정책 신뢰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 연구원은 "이번 양도세 완화론은 나중에라도 다시 언급될 사안"이라며 "지난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종합부동산세 감면이 언급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와 함께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편 새해 들어서도 아파트 매맷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달 첫째 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27% 올랐다. 서울의 오름세가 0.06%로 나타난 가운데,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0.26%의 상승률을 기록해 직전 주(0.23%)보다 오름폭도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