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이민걸·이규진에 징역 2년6개월 구형.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고위 법관들에게 검찰이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와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는 법원 외부의 독립만 강조한 채 내부에서는 사법행정권을 이용해 법관들의 생각을 옭아매 법관 독립을 위협했다"며 이 사건을 "내부로부터 독립이 침해된 사건"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조직적으로 이해관계를 갖고 관여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허용될 수 없음에도 담당 법관을 접촉해 특정한 (방향으로) 의도하며 재판독립을 파괴했다"며 "피고인 중 일부는 어떠한 외부적 압력에 굴하지 말고 재판 독립을 수호하라는 국민 명령을 무시해 법관독립을 스스로 저버리는 결과를 야기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민걸 전 실장은 2016년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장을 만나 소 각하 판결을 한 1심 결과를 뒤집어야한다는 취지의 문건을 전달해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해 2016년 당시 상고법원 도입 등에 반대하던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의 활동을 저지·탄압하는 방안을 강구한 혐의도 있다.
이규진 전 위원은 당시 헌법재판소를 견제할 목적으로 2015년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에 계류 중인 민감 사건에 대한 진행경과, 동향 등 내부정보를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또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 사건, 매립지 등의 귀속 관련 사건,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에도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 전 고법원장은 옛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 지시한 혐의로,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요구로 자신이 담당한 옛 통진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외부로 누설한 혐의가 적용됐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전‧현직 판사 중 유죄가 인정된 경우는 현재까지 없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시작으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임성근 부장판사 그리고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까지 4건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검찰은 이날 "(이 사건으로) 특별재판소의 설치가 요구될 정도로 우리나라 사법부의 독립이 무너졌다"며 "(1심 판결이) 편의적, 자의적으로 죄형법정주의의 허울을 내세워 면죄부를 주는 것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또 하나의 사법농단'이라 비판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