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이한형 기자
'공공 주도 대도시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하 2‧4 대책)에 이어 신규 분양 주택에서의 실거주 의무가 강화하는 등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이 연초부터 줄지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의 이면에 전세시장에 부정적인 자극을 줄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순환정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미스매치' 우려공공재개발과 재건축 확대를 내세운 2·4 대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향후 기존 주택 멸실에 따른 이주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4 대책 브리핑에서 이러한 전세난 우려에 대해 '순환정비'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제도 초기에 사업지별 이주 시기를 조정하면서 사업지 인근 매입임대주택과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공택지 내 공공임대주택을 임시 거주지로 제공하는 방법 등을 이용하겠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19 전세 대책과 이번 2‧4 대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물량이 많이 늘어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엔 '미스매치'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명예교수는 "원래 대규모 개발이 여러 곳에서 이뤄지면 서울시가 착공 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주 수요를 분산해왔다"며 "문제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그러한 이주 대안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공급 물량이나 가격 면에서 현재 전세시장 여건이 악화한 상태인데, 여기서 지역이든 가구 구성원 수든 임차인의 수요에 맞는 이주가 매끄럽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거주 의무 더한 새 아파트…전세 수요 삼키던 기능 약화 예상
10일 경기 과천 아파트단지의 모습. 박종민 기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새 분양 아파트에 2~5년의 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개정 주택법 시행령에도 이와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오는 19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신청하는 공공택지 주택의 경우 분양가격이 인근 주택 매매가격의 80% 미만인 경우 5년, 80~100%인 경우 3년이다. 민간택지에서는 80% 미만인 경우 3년, 80~100% 미만인 경우 2년이다.
문제는 전세를 끼고 분양주택 자금을 마련하던 이들의 사정에 따라 새 아파트 전세 물량이 크게 증가해 전세가격의 상승을 막던 역할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전세난이 심화한 상황에서 새로 지어 공급되는 것들에도 거주 의무가 부과되니, 시장에 내놓을 만한 물량이 더 줄어들고, 그런 전세난이 또 신축에 대한 풍선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효과를 당장 예단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부동산114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입주자 모집 공고부터 입주 시점까지 길게는 3~4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당장 시장에 반영될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그 안에 정부가 계속해서 수도권 내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다만 그 일정이 지연된다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좋지만 시기가 좋지 않던 전월세 3법도…정부 "결국 공급"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임대차3법과 맞물린 전세난에, 매매시장을 잡기 위한 대책의 반대급부가 가져올 효과를 두고 정부의 고민도 깊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세가격이 오른 건 수급 불안심리, 저금리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임대차3법의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임 연구원은 "꼭 임대차3법 때문만은 아니지만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 코로나19 우려 등이 이와 맞물리면서 시장에서 회전 자체가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며 "신혼부부나 더 넓은 주택이 필요한 상황, 학군 이동 등 신규 전세 수요는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풀이는 결국 '공급 확대'로 되돌아온다. 윤 차관은 "공급을 얼마나 빨리 확대하느냐가 집값과 전셋값의 양면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