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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현역배우' 박정자 "160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문화 일반

    '80세 현역배우' 박정자 "160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160편을 공연해도.. 무대공포 여전
    지금도 공연 전날 악몽 꿀 때 있어
    배우 은퇴? 내게는 사치스러운 말
    인생은 희로애락 담긴 한바탕 꿈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정자 (연극배우)


    분위기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19세 소년과 80세 할머니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연극이 한 편 있습니다. 주인공 배우는 한 20년 전쯤에 이 연극을 시작하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80세가 될 때까지 이 연극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정말로 그 배우가 80세가 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 한 달 동안 그 연극을 공연하는데요. 80세의 현역배우 바로 박정자 선생의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너무도 활력이 넘치고 너무도 매력적인 분이세요. 연극배우 박정자 씨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죠. 박정자 선생님, 어서 오세요.

    ◆ 박정자> 안녕하세요. 내가 이렇게 빨간 머플러를 해서 활기가 넘쳐 보이나요?

    ◇ 김현정> 빨간 머플러도 물론이고요. 얼굴에서 풍겨 나오는 뭐라고 해야 할까, 광이라고 하나요? 윤기가 흐르세요.

    ◆ 박정자> 나 이거 보이는 라디오인 줄 몰랐어요.(웃음)

    ◇ 김현정> 아니, 꾸미고 오셨으면 더 대단하셨을 것 같은데. 지금도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매력적이십니다.

    ◆ 박정자> 고맙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오늘 아침에 직접 스튜디오까지 나와 주셨거든요. 제가 전화 인터뷰는 몇 년 전에 나눈 적이 있습니다마는 이렇게 스튜디오로 직접 나와 주신 것은 처음이라서 저쪽 카메라 보이시죠?

    ◆ 박정자> 저거. 어머, 나 보이네요.(웃음)

     


    ◇ 김현정> 보이시죠?(웃음) 카메라 보면서 청취자들께 인사 한 말씀하시죠.

    ◆ 박정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마 이 프로그램 지금 10년째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 김현정> 네, 10년 넘었죠.

    ◆ 박정자> 대단하십니다. 아마 팔십까지 하실 거예요?

    ◇ 김현정> 해야죠. 선생님 따라가야죠.

    ◆ 박정자> 네. 오늘 하루도 아주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시청자 여러분, 청취자 여러분.

    ◇ 김현정> 어쩜 이렇게 목소리가. 정말 좋습니다. 아니, 그런데 언제 여든이 되셨어요.

    ◆ 박정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니, 모르겠어요. 그냥 80이 될 때까지 작품을 하겠다라고 했는데 그냥 어느 날 딱 80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운명이니까 받아들여야죠.

    ◇ 김현정> 아니, 우선 이 질문 먼저. 여든이 되어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떻습니까?

    ◆ 박정자> 다를 거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근심, 걱정이 더 늘었어요.

    ◇ 김현정> 더 늘어요?

    ◆ 박정자> 네. 그래서 아니야, 오히려 사랑이라든가 지혜라든가 이게 더 늘어야 될 텐데 왜 근심, 걱정이 더 늘었을까.(웃음)

    ◇ 김현정> 아니, 지금 다를 게 하나도 없어요라는 말씀 안에는 20대 때의 박정자와 40대의 박정자와 지금 80의 박정자가 그냥 그대로입니다, 그 말씀으로도 들려요. 열정이라든지 어떤 이런 마음의 에너지가.

    ◆ 박정자> 마음의 에너지는 지금도 충만해요. 그런데 또 달라진 게 있다면 겁이 많아졌어요.

    ◇ 김현정> 그래요?

    ◆ 박정자> 무대 위에서의 공포.

    ◇ 김현정> 아니, 선생님. 지금 연극하신 지가 얼마 되셨는데 지금은 그냥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시는 거 아니에요?

    ◆ 박정자> 아니, 그거는 오해예요. 지금도 악몽을 꾸거든요. 이전에도 두 번의 악몽을 어마어마하게 꿨어요. 그러니까 내가 무대에 당장 나가야 되는데 다른 배우들은 다 준비가 돼서 무대로 나가는데 나는 의상도 없고 대본도 없고 대사도 아무것도 모르겠고 이런 악몽을 꾸면서 그걸 억지로 깨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건 내가 살해당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로 또 드러나더라고요. 굉장히 어려운 일을 또 겪었거든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 김현정> 그러셨어요?

    ◆ 박정자> 네, 그런데 이건 뭐 창작하는 사람들한테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변수죠.

    ◇ 김현정> 그러니까 갈수록 오히려 무대가 만만한 게 아니라.

    ◆ 박정자> 겁나죠.

    ◇ 김현정> 더 겁나고.

    ◆ 박정자> 무섭죠.

    ◇ 김현정> 더 무서운. 저는 이 말씀이 조금 이해돼요. 물론 선생님하고 비교도 안 되게 저는 짧은 경력입니다마는 사실은...

    ◆ 박정자> 그만 하면 충분한 경력인데?(웃음)

    ◇ 김현정> 방송이라는 걸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신경 쓸 게 더 많고 더 겁나고 이런, 이런 느낌을 무대 안에서 느끼시는.

    ◆ 박정자> 그럼요. 조금 더 살아보세요. 더 무서워지니까.(웃음)

    ◇ 김현정> 오늘 정말 어르신의 큰 깨달음을 저희가 얻는 시간인데. 5월 1일부터 공연을 하시는데 제목이 해롤드와 모드. 80살까지 이 공연을 하고 싶다라고 한 근 20년 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처음 초연할 때. 그 꿈을 이루신 거네요.

    ◆ 박정자> 일단 그 꿈은 이루었어요. 그런데 그거는 막이 내리는 날까지 그 호흡을 놓지 않고 가야 되겠죠.

    ◇ 김현정> 아니, 일단은 축하드리고요.

    ◆ 박정자> 고맙습니다.

    ◇ 김현정> 그때 왜 80이 될 때까지 이 연극을 하고 싶다, 80세에 이걸 하고 싶다라고 하셨어요?

    ◆ 박정자> 왜냐하면 이 극중에 그 모드의 할머니의 나이가 딱 80이거든요. 물론 마지막에는 자기가 이렇게 결정을 하는 게 있어요, 생에 대한. 오케이, 그건 연극을 보시면 되고.

    ◇ 김현정> 스포는 안 되니까.(웃음)

    ◆ 박정자> 그런데 이 연극은 2003년부터 6번 했고 이번이 마지막 7번째인데 아마 보신 분들은 거의 다 아실 거예요. 그런데 이 연극을 보신 분들이 또 극장에 오세요. 왜냐하면 이번에 해롤드는 또 누가 어떤 청년이 할까, 박정자는 똑같이 80이지만 그리고 연출은 또 어떨까. 또 여러 가지 그런 호기심들이 있겠죠. 그런데 80. 저는 아까 무섭다, 겁난다라고 얘기를 했는데 사실 좀 더 당당해지고 더 자신이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리고 내가 조금 더 어른이 돼 있지 않을까 이랬는데 그냥 나는 20대, 40대, 60대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아니, 그거는 좋은 쪽으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마음의 열정이 20대 그대로다.

    ◆ 박정자> 아, 열정이. 열정은 그만 못지 않아요.(웃음)

    ◇ 김현정> 80세가 돼서 80세 주인공 역할을 하게 된, 이런 배우가 흔치 않죠, 선생님.

    ◆ 박정자> 제가 단언하건데 흔치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니, 제가 쭉 조사를 해 보니까 데뷔 후로 이제 59년 동안 무대에 서고 계시는데 한 해도 쉰 적이 없다.

    ◆ 박정자> 네. 고백하건대 한 해도 쉰 적이 없어요. 그리고 그 얘기는 뭐냐 하면 내가 가장 드러내놓을 수 있는 나의 착한 심성, 끈질긴 근성, 그게 아마 오늘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해요.

    ◇ 김현정> 그런데 솔직히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몸은 지금 80대시잖아요. 안 힘드세요? 체력적으로 안 힘드세요?

    ◆ 박정자> 너무 힘들어요.

    ◇ 김현정> 너무 힘들어요.

    ◆ 박정자> 너무 힘들고 어제는 연습 끝나고 2시부터 연습하고 10시까지 연습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그냥 눈이 막 빠져나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 고비를 겪어내야 해요. 이 진통을 겪지 않으면 막을 열 수가 없죠.

    ◇ 김현정> 아니, 다른 할머님들처럼 손주들 재롱도 좀 보시고 여행도 다니고 이렇게 평범한 삶을 이제는 좀 누려도 되겠구나라고 생각을 하셨을 법도 한데 왜 그렇게 한 해도 안 쉬고. 뭐가 매력인 건가요? 뭡니까?

    ◆ 박정자> 손주들 데리고 재롱, 여행 이런 건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러고 보면 내가 꽤 이기적인 거예요. 내 삶에 충실하자. 그들은 또 그들대로의 삶이 있으니까.

    ◇ 김현정> 되게 멋있는 얘기네요.

    ◆ 박정자> 아, 그런가요?

    ◇ 김현정> 내 삶에 충실하자. 그러면 어쩌면 내가 놓치는 부분일 수도 있는, 못 갖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그걸 부러워하지 말자 그런 말씀으로 들립니다.

    ◆ 박정자> 가끔 식구들한테 너무 미안하죠.

     


    ◇ 김현정> 아니, 배우 인생 59년, 몇 편의 연극에 출연하셨는지 혹시 세보셨어요?

    ◆ 박정자> 별로 세보지는 않았어요. 160편 이상 되겠죠.

    ◇ 김현정> 160편. 설마 그 대사를 다 외우시는 건 아니죠?

    ◆ 박정자> 못 외우죠. 그거 못 외워요.

    ◇ 김현정> 아니, 그게 가끔 궁금하더라고요.(웃음)

    ◆ 박정자> 아니, 그거 외우면 머리가 터져요.(웃음)

    ◇ 김현정> 맞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면 그 와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장 좋아하는 한 장면이 있다면, 대사가 있다면. 이게 갑자기 부탁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조금만 오늘 좀 맛보기로 보여주실 수 있을지.

    ◆ 박정자> 괜찮아요. 바로 지금 준비 중인 해롤드 앤 모드에서 19세 청년을 앞에 놓고 이야기해요. “이런 감회를 알기에는 넌 아직은 너무 어리다. 그래, 나는 운다, 널 위해서. 아니, 난 아름다움을 보고 울어. 낙조라든가 갈매기를 보고. 사람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해. 그거는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 김현정> 지금 눈을 살짝 감고 제가 들었는데 너무 좋네요, 너무 좋네요. 청년이 그러면 뭐라고 답해요, 그다음에?

    ◆ 박정자> 19살 청년은 사실 인생이 뭐가 뭔지 모르죠. 가장 불안한 때예요.

    ◇ 김현정> 모르죠.

    ◆ 박정자> 네. 그럴 때 이 80의 할머니는 그냥 제 얘기를 들어주고 19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리고 관심을 가져줘요. 그럴 때 정말 이 19세는 정말로 이 할머니하고 결혼을 하겠다고 반지를 싹 들고 와요, 정말로. 물론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것도 역시 소통이거든요. 이 19세가 누군가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고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싶고 할 때 엄마도 이웃도 학교도 정신과 의사마저도 들어주지 않았거든요. 이 80의 할머니는 이 이야기를 다 들어줘요. 그게 구원이라고 생각해요.

    ◇ 김현정> 멋있습니다. 멋있습니다. 인생이 뭔가요?

    ◆ 박정자> 인생이요? 인생, 삶. 그건 한바탕 꿈?

    ◇ 김현정> 우리 꿈꾸고 있는 거예요, 지금?(웃음)

    ◆ 박정자> 그럼요.

    ◇ 김현정> 한바탕 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바탕 꿈인데 뭘 그렇게 두려워하고 뭘 그렇게 망설이고 하고 싶은 데 열정을 태워보자 그 말씀으로 들리는.

    ◆ 박정자> 그런데 우리 꿈속에서도 울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절망도 하고 막 두려움도 느끼고. 그냥 꿈이라는 게 인생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 김현정> 한바탕 꿈이다.

    ◆ 박정자> 네.

    ◇ 김현정> 우리 꿈을 꾸고 있다. 현역 배우, 80세의 현역 배우를 지금 여러분 함께 지금 유튜브를 통해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정말로 80세, 우리가 생각하는 그 평범한 80세로는 느껴지지 않으세요, 선생님. 언제까지 무대에 서실 계획이세요?

    ◆ 박정자> 내가 두 발로 당당히 무대에 설 수 있을 때까지. 그런데 요즘은 매일매일 겁나요. 그날이 언제일까. 정말로.

    ◇ 김현정> 딱 정해놓은, 아, 내가 82세까지만 하고 은퇴. 이런 거는 안 세워 놓으신.

    ◆ 박정자> 은퇴는 없어요. 그건 너무 화려해요. 그건 너무 사치스러워, 그 어휘가. 그냥 하는 데까지, 내 숨이 다하는 데까지 하고 싶어요. 누구도 나한테 은퇴를 강요하지 않으니까.

    ◇ 김현정> 이건 뭐라고 해야 되나요? 그냥 연극에 내 삶을, 내 인생을 맡겼다. 도대체 선생님 삶에서 연극이라는 건 얼마나 숭고한 거길래 이런 생각이 들어요.

    ◆ 박정자> 숭고하다고... 그 말도 너무 좀... 너무 과분해요.

    ◇ 김현정> 너무나 겸손하십니다. 하지만 그 열정이 흘러넘치는 게 저한테까지도 느껴지는데요. 일단 건강하셔야 되고요. 80세까지 건강해서 80세 모드 역할을 해 보겠다는 꿈은 일단 이루셨고 남은 꿈이 있다면?

    ◆ 박정자> 남은 꿈. 당당하게 멋지게 사는 날까지 살고 싶어요.

    ◇ 김현정> 너무 좋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지금 코로나로 젊은이고 나이든 분들이고 다 지쳐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힘이 되는 한 말씀을 주신다면요?

    ◆ 박정자> 우리가 사는 그 시간은 정말 미스터리해요. 우리가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저는 뭐 전쟁을 다 겪었고 정말 80이 되기까지 겪은 게 참 많아요. 그런데 아, 그래, 운명아 닥쳐라.

    ◇ 김현정> 닥쳐라.

    ◆ 박정자> 비켜라. 내가 간다.(웃음)

    ◇ 김현정> 그런 생각으로. 그런 생각. 두렵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뚫고 가라.

    ◆ 박정자> 무소의 뿔처럼.

    ◇ 김현정> 무쏘의 뿔처럼 당당하게. 그 말씀 기억하면서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으신 분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80세의 당당한 현역 배우 박정자 선생님, 5월 1일부터죠?

    ◆ 박정자> 네.

    ◇ 김현정> 해롤드와 모드 보러 가겠습니다.

    ◆ 박정자> 정말로.

    ◇ 김현정> 정말로.

    ◆ 박정자> 네, 기다리겠습니다.

    ◇ 김현정>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 박정자>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대단히 고맙습니다.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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