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한형 기자
최근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량 폐기를 줄이기 위한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사전 예약 취소 등 이른바 노쇼(No show)로 인해 발생한 잔량을 소진하기 위해 공무원까지 포함한 예비 접종 명단을 마련하고 있지만, 형평성 논란 등 뒷말이 나오고 있다.
부산 해운대보건소는 이번 달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질병관리청과 부산시가 보내온 공문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공문에는 접종이 한창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잔량 폐기를 막기 위해 '예비접종대상자'를 마련하라는 내용과 관련 지침이 포함돼 있었다.
일선 보건소는 접종 대상자들에게 사전 예약을 받아 AZ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당일 접종 수요를 미리 파악해 백신 분량을 정확히 확보하고, 잔여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AZ 백신은 1바이알 당 10~11명이 접종할 수 있는데, 인원대로 다 접종하지 않고 백신이 남을 경우 이미 개봉한 잔량을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백신 잔여량이 발생할 경우 이를 폐기하지 않고 접종할 수 있도록 명단을 사전에 확보하라는 게 질병청 요청이다.
특히 '혈전 부작용' 등 AZ 백신 관련 논란과 불신이 확신하면서 사전 예약한 접종 대상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도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 해운대구청. 송호재 기자
문제는 질병청이 정한 예비 접종 명단 작성 지침이었다.
질병청은 지침에서 '보건소 1차 대응 요원', '보건소 지원 인력', '우선 접종 대상자 중 미접종자', '당일 보건소 방문이 가능한 자' 등 4단계 우선순위에 따라 명단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1~3순위 대부분은 애초 우선 접종 필요성이 있는 대상자였지만, 4순위는 사실상 별다른 조건이나 제약 없이 당장 가능한 사람에게 접종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보건소는 구 공무원 가운데 '30분 안에 보건소를 방문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기로 하고 지원자를 조사해 예비 접종 명단에 올리기로 했다.
보건소를 방문하는 일반 환자가 많지 않고, 그렇다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접종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해운대구는 설명했다.
해운대보건소 관계자는 "코로나 선별 진료 때문에 보건소 내원 환자 중 접종 가능한 방문자를 찾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지침이라고 판단했다"라며 "하지만 백신 잔량을 모두 접종해 폐기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접종 희망자 모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런 결정에 대해서 일반인은 접종이 힘든 백신을 공무원부터 우선 접종하는 것은 백신 선점이자 소외계층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남는 백신을 버리지 않고 소진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를 공무원에게 먼저 접종하는 것은 일종의 정보 비대칭이자 백신 선·독점으로 볼 수도 있다"라며 "자칫 백신 소외계층을 역차별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세심한 방역 행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