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2일 철거가 시작된 부산 아미동 은천교회 모습. 박진홍 기자
6.25 전쟁 때 부산에 모여든 피란민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한 부산 아미동 은천교회 건물이 도로 확장공사로 결국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70년 전처럼 천막교회로 돌아간 목사와 교인들은 잔해를 모아 교회를 다시 복원할 예정입니다.
부산CBS 박진홍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부산 서구 아미동 까치고개 언덕에 자리 잡은 은천교회.
건물 전면이 가림막으로 둘러싸였습니다.
이 교회 특유의 회색빛 화강암 외벽 곳곳에는 복원을 위해 숫자로 순서를 표시한 종이가 나붙었습니다.
교회 바로 앞 행복주택 공사가 한창인 흙바닥에는 쇠파이프와 청색 천막으로 만든 임시 예배당이 들어섰습니다.
비좁은 천막 내부는 교인들이 앉을 긴 나무 의자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습니다.
지난 1952년 천막 교회로 시작한 은천교회는 몸과 마음이 지친 피란민들에게 옷과 음식은 물론 예배를 통해 마음의 양식까지 제공하던 귀중한 장소였습니다.
천막생활 3년 만에 지금의 화강암 건물 모습을 갖춘 은천교회는, 인근에 들어설 아미4행복주택 진입로 확장공사로 철거가 결정됐습니다.
[ 박현규 목사/은천교회 담임]
"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것을 도로 확장 때문에 아무 의미 없이 무너뜨리고 철거시키는 것은 굉장히 생각해할 부분이지 않느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단순히 현재의 개발에 의해서 그냥 없어진다는 것은 제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실망감이 있죠."
구청에서 받은 보상금 4억5천만원은 복원에 필요한 비용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교회 측은 건물을 어떻게든 원형 그대로 복원한다는 계획입니다.
[박현규 목사/은천교회 담임]
"우리는 이것을 꼭 복원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남겨져야 할 유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면 우리 수준에서라도 나는 복원을 하려고 애를 쓰는 거예요. 그래서 돌멩이 한 장 한 장 번호를 붙여놨잖아요, 그대로 복원을 해놓으면 반드시 50년, 100년 세월이 지난 이후에 이것은 소중한 유산 가치로 남겨질 것이다 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산 서구청은 복원을 배려해 일주일 기간을 두고 건물을 세심히 뜯는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진입로 확장공사를 이유로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 그 자체인 소중한 건물을 별다른 보존 노력 없이 무너뜨리기로 한 구청의 결정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CBS뉴스 박진홍입니다.
[영상취재: 신준영, 영상편집: 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