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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브이]미사일 주권 회복한 '화력 덕후'…중국 전역 사정권

국제일반

    [노컷브이]미사일 주권 회복한 '화력 덕후'…중국 전역 사정권

    • 2021-05-28 06:00
    서구권 무기체계를 운용하지만, 화력자산은 동구권만큼 보유한 대한민국. '화력 덕후'란 별명답게 포병 전력과 미사일 전력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미사일 개발의 족쇄라 여겨졌던 '미사일 지침'이 폐지되면서, 향후 우리의 국방력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화력 덕후의 DNA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때부터 신기전, 비격진천뢰, 천자총통 등 엄청난 수의 화포를 운용해 왔습니다. 효종실록에도 "우리나라의 군사 기술은 오로지 화포를 숭상하는데, 싸움터에서 갑자기 바람이나 비를 만나면 화포는 필시 쓸 데 없게 될 것이니, 활 쏘는 기예도 함께 쓰지 않을 수 없다"고 쓰여있는데요. 우리 선조들의 화력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개발한 미사일은 1978년 9월 26일 발사에 성공한 '백곰 탄도미사일'입니다. 당시 개발을 맡았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미국의 지대공 미사일이었던 '나이키 허큘리스(Nike Hercules)'를 참고해 백곰을 개발했는데요. 지대공을 지대지로 바꾼 백곰의 겉모습은 비슷했지만, 추진기관 등의 성능이 개량돼 모체인 나이키 허큘리스의 사거리보다 40km 더 긴 180km의 사거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백곰의 개발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되었지만, 주변국들은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한다"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특히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당시 백곰 개발에 참여했던 안동만 한서대 석좌교수는 "백곰을 공개하자 미국 정부가 파견한 7명의 사절단이 ADD를 찾아와 어느 나라에서 얻은 기술인지 캐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결국, 미국의 미사일 개발 중단 압박을 받던 우리나라는 1979년 '사거리 180km 이내, 탄두 중량 500kg 이내'를 골자로 하는 자체규제 '미사일 개발 지침'을 마련해 미국의 동의를 얻어냅니다. 이때부터 42년 동안 우리 미사일 전력에 족쇄가 채워지는데요. 이 직후 10.26 사태를 시작으로 국내 정세가 혼란스러워지면서, 백곰의 양산도 흐지부지됩니다.

    특히 쿠데타로 집권해 정통성이 취약했던 전두환 정권은 미국에 잘 보일 목적으로 미사일 개발계획 자체를 폐기해 버립니다. 당시 박사과정을 위해 영국으로 떠났던 안 교수는 미국 눈치만 보고, ADD 연구인력을 대량 해고한 전두환 정권의 행각을 "우리 방위사업 역사의 큰 치욕"이라고 회고합니다.

    하지만 1983년 10월 북한의 '버마 아웅산 테러' 사건 뒤 전두환 정권은 입장을 바꿉니다. 북한에 직접적인 경고와 타격을 할 수 있는 무기, 미사일 개발을 지시하게 됩니다. 앞서 이미 백곰의 차기 버전인 백곰-2의 설계도와 중요 부품 등을 개발해 놨던 ADD는 1985년 9월 시험발사에 성공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대한민국의 미사일 전력의 근간인 '현무-1'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개발됩니다.

    이후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의 위협이 점차 커지면서,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1년 미사일 지침 1차 개정을 통해 사거리가 500km까지 늘어납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에는 2차 개정을 통해, 최대 허용 탄두 중량과 사거리를 반비례시키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방식을 적용하게 되는데요. 최대 사거리 800km 적용시 탄두 중량을 500kg로 제한하고, 사거리를 500km로 줄이면 탄두 중량은 1t으로, 사거리를 300km로 줄이면 탄두 중량을 2t까지 허용하는 방식이 합의됐습니다.

    이렇게 두차례 미사일 지침 개정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현무 시리즈' 후속작을 개발하게 됐는데요. 현무-2A는 사거리 300km, 현무-2B는 사거리 500km, 현무-3B는 사거리 800km로 제작돼 실전배치 됐습니다.

    미사일 지침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두차례 집중적으로 개정된 뒤 마침내 폐지됩니다.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9월 3차 개정을 통해 탄두의 중량제한이 사라졌고, 2020년 7월 4차 개정 때는 비군사용 고체연료가 허용됩니다. 비군사용 로켓에 적용되는 기술은 결국 미사일에도 쓸 수 있죠. 이런 단계를 지나 올해 5월 우리나라에 대한 미사일 규제가 철폐됩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탄도 미사일은 '현무-4'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무-4는 최대 사거리가 800km일 경우 최대 2t의 탄두를 탑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세계 최대급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특이한 것은 현무-4의 탄두에 화약보다 중금속 쇳덩어리 더 많이 탑재된다는 것입니다. 현무-4는 높은 고도에서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목표 지역을 타격하는 운석충돌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방식은 기존 TNT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최대 1킬로톤(kt)의 위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위력은 20kt 정도였는데, 20기의 현무-4가 동시 타격하면 같은 수준의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단 1기만으로도 전술 핵무기 수준의 위력을 갖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거기다 현무-4는 미국이 보유한 현존 최강 벙커버스터 GBU-57 대비 최소 3배 이상의 관통력까지 보유했는데요. 강화 콘크리트는 24m 이상, 일반 지면은 180m까지 뚫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50층짜리 아파트의 높이는 약 150m정도라고 합니다.

    이러한 현무-4를 이용해 사거리 1000~3000km에 이르는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면, 북한은 물론 중국 내륙까지 사정권에 들어오게 됩니다. 중국이 자랑하는 항공모함 전단과 동쪽에 위치한 주요시설을 한 방 한 방 타격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침략전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외국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서만 군사력을 행사합니다. 우리가 만든 명품 미사일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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