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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한국타이어 산재…'사람'을 최우선에 둬야



대전

    멈추지 않는 한국타이어 산재…'사람'을 최우선에 둬야

    한국타이어 산재 6년간 1190건…이틀에 한 명씩 다쳐
    감독 중에도 끼임 등 잇따른 사고…사측 개선의지 전혀 없어
    산재노동자들 "다친 것도 서러운데, 복귀하니 자리 없어지거나 해고통보"
    생산성, 수익성만 우선…노동자 안전과 권익은 나 몰라라
    노조 선거에 '투표 인증샷'…사측 "노조 활동에 개입할 수 없어"
    위태로운 작업환경 막기 위해선, 사업마인드 ‘사람중심’으로 바뀌어야
    한국타이어 "2008년부터 6000억원 이상 투자, 근무환경 개선 노력"

    ■ 방송 : 대전CBS <12시엔 시사> 표준FM 91.7Mhz, 홍성 99.3Mhz (12:05~12:30)
    ■ 제작 : 손성경 PD
    ■ 진행 : 이태헌 편성팀장
    ■ 대담 : 김미성 대전CBS 기자

    ◇ 이태헌> 한국타이어는 13년 전 노동자 10여 명이 심장질환이나 암 등으로 잇따라 숨지면서 ‘죽음의 공장’이란 오명을 갖게 됐죠.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타이어에서 노동자가 다치거나 숨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오늘은 이 사안을 심층 취재한 대전CBS 김미성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김미성> 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망사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타이어에서는 작년 11월 작업 중 노동자가 끼임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진 사건이 발생합니다.

    지난 2017년에는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손이 말려들어가면서 끼임사고로 숨졌어요. 그때 한국타이어 측은 안전 분야 등에 780억을 투자해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했고요, 그런데 그 이후에도 앞서 말씀드렸듯 지난해 말 또 끼임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에도 노동자의 머리가 기계에 끼거나 오존가스를 흡입한 노동자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고도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오존가스를 흡입한 노동자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인서트]
    "동생이 기침을 하더라고요... 저도 작업하는 도중에 헛기침이 나오더라. 막바지에는 기침이 쉴 새 없이 나왔어. 화생방 하는 것처럼 할 때 들어가서 마스크 벗고 숨쉬면 가스가 들어갔기 때문에 그 다음에 숨 쉴 때 숨이 안 쉬어지고 기침이 나 숨을 쉬려고 하면 10%밖에 안 들어가고 숨을 쉴 수가 없는 상황.”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3시 37분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1공장 내 성형공정에서 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협착 사고를 당한 설비. 독자 제공

     



    ◇ 이태헌> 사례 몇 가지만 설명해주셨는데도, 한국타이어에서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느껴지네요.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한 건지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된 게 있는 건가요?

    ◆ 김미성> 네. 취재진이 6년 동안의 한국타이어의 산업재해조사표를 확보했는데요. 분석을 해보니 2015년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190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 중 4명은 숨졌고요. 그러니까 이틀에 한 번꼴로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건데,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타이어의 멈춤 없는 산업재해 실태를 짚어보겠습니다.

    ◇ 이태헌> 그러죠.

    ◆ 김미성> 한국타이어에선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도 했지만,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그 사고들이 정부의 정기감독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도 잇따랐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정기감독 중에 노동자의 끼임 사고가 발생해 특별감독으로 전환됐는데, 또 감독 기간에 사고가 이어진 게 CBS 보도로 드러났습니다.

    ◇ 이태헌> 한국타이어에 대한 정부의 감독 기간에도 사고가 난다는 건 이해하기가 좀 어렵네요.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게 맞는 건가요.

    ◆ 김미성> 저희도 그 부분을 참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감독을 하면 적게는 몇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근로감독관이 공장에 투입돼서 현장을 확인하거든요. 그런데 감독 와중에도 사고가 반복됐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대전고용노동청이 2017년부터 작년까지 한국타이어에 대해 실시한 감독을 전수 조사해봤어요. 그랬더니 감독 중에도 2.6일에 1번 꼴로 사고가 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이태헌> 감독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겠어요. 감독관이 현장에 있는데도 계속 사고가 난다면, 왜 감독을 하는 거죠.

    ◆ 김미성> 물론, 감독관이 있다해서 모든 사고를 막을 순 없겠죠. 그런데 감독기간 중 어쩌다 한 번 사고가 나는 게 아니라 늘 사고가 난다는 거예요. 감독관마저도 감독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대전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서트]
    "사업장이 크고 근로자도 수천 명에 달해 감독에 들어가도 모든 설비나 모든 근로자에 대해 일일이 세세하기 볼 순 없는 상황. 현장을 감독하더라도 정비보수 같은 비정형 작업을 전부 확인하긴 어렵고...“

    ◆ 김미성> 게다가 감독에서 적발된 위반사항이 반복해서 적발됐다는 점도 확인됐어요. 그러니까 감독에서 걸려도 굳이 고치지 않고 내버려뒀단 얘기죠.

    여러 번 적발된 사항도 살펴봤는데, 끼임이나 추락을 방지하는 시설을 개선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들으신 분들은 짐작하시겠지만, 한국타이어에서는 끼임 사고가 굉장히 많이 일어나고 있거든요. 6년 동안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그 중 2명이 끼임 사고를 당했어요. 사측이 위반사항을 제대로 개선하기만 했으면 일어나질 않을 사고가 아니였을까 싶네요.

    근로복지공단의 2011~2020년 한국타이어 산재현황표.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 제공

     



    ◇ 이태헌> 이미 위험성이 드러난 것들이었는데, 제대로 개선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도 만나보셨다고요.

    ◆ 김미성> 네. 그동안 언론 보도를 보면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은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뤄졌지만, 사고 이후 상황까지 짚은 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사고 이후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 이태헌> 보통 일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었으면, 요양 후 원래 자리로 복귀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상황이 어떤가요?

    ◆ 김미성> 저희도 그러기를 기대하며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을 여러 명 접촉해봤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는 일하다 다치거나 병을 얻은 노동자들을 품지 않았어요. 오히려 취업규칙을 앞세워 해고 통보를 하거나 수년간 일해 온 자신의 자리가 사라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복귀해보니 내 책상이 빠진 경우죠.

    ◇ 이태헌> 일하다 다치거나 질병을 얻은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인데, 산재 이후의 현실과도 싸워야 하는 거네요.

    ◆ 김미성> 그렇죠. 실제로 타이어를 고온과 고압으로 찌는 가류공정에서 일하다 쓰러진 한모씨의 사례를 설명드리면, 한씨는 뇌경색증 판단을 받고 병원 치료만 반년 가까이 받은 분인데요, 초반에는 1분의 면담도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고 해요. 업무상 질병의 경우 승인까지 보통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런데 상태가 너무 안 좋다보니 한씨는 산재 신청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고, 산재를 신청하고도 그 결과를 수개월 동안 기다려야 했어요. 그런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회사는 해고를 통보한 겁니다. 한씨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
    "배신감이라고... 배신감이죠. 20대부터 지금 50대까지 일을 했는데 저도 애들 와이프 가장인데 월급이 안 나오니까 집에 주변에 돈은 다 끌어다 써야되니까 치욕스럽죠 가장으로써“

    ◇ 이태헌> 업무상 질병을 승인받기 위해 산재 신청을 했다는 건 다시 말해서 일하다 얻게 된 직업병의 가능성이 있는 상태인데, 회사는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해고를 통보했다는 거네요. 너무 매몰찬 것 아닌가요.

    ◆ 김미성> 우선 한국타이어 측의 입장을 들어봤는데, “근로기준법과 6개월간 휴직할 수 있다는 내용의 취업규칙에 따라 면직 처리가 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6개월이 지나자마자 해고 통보를 한 거죠.

    다행히 한씨의 병은 지난해 6월 산업재해로 인정됐고, 이후 해고 통보는 철회됐습니다. 하지만 한씨처럼 해고통보까진 아니더라도 산업재해 이후 직장에 복귀했을 때 원래 일하던 자리가 사라졌다는 노동자는 많았습니다.

    ◇ 이태헌> 어떤 사례들이었을까요?

    ◆ 김미성> 7년간 가류공정에서 틀에 타이어를 집어넣는 업무를 하다가 어깨를 다친 노동자 오모씨의 사롄데요, 오씨는 요양 후 복직해보니 업무가 견인차 운반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오씨는 운전도 할 줄 몰랐는데 운반 업무를 하라길래 관리자에게 항의했더니 집에 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결국 팀장에게 이야기했고 원래 업무로 복직할 수는 있었다고 하네요.

    ◇ 이태헌> 참 황당한 사례네요. 또 다른 사례도 있었다고요.

    ◆ 김미성> 네. 이번엔 팔꿈치를 다쳐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노동자 정모씨의 이야긴데요, 정씨는 복귀했더니 자신의 자리가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회사의 이유는 비어있는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결국, 원래는 설비를 만지며 기계를 운전하는 메인 작업자였는데, 산재 이후 보조 업무를 하게 된거죠.

    ◇ 이태헌> 그런데 보조 업무로 바뀌면 다친 부위의 상태는 좀 나아질 수 있는 것인가요?

    ◆ 김미성> 아니요. 오히려 더 악화가 됐다고 해요. 정씨는 "산재를 당하기 전에도 손목은 사용했지만, 산재 이후 더욱더 손과 팔, 허리, 어깨를 쓰는 곳으로 옮겨져 또다시 손목 부위에 문제가 생겨 산재 판정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내부 모습. 독자 제공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내부 모습. 독자 제공

     



    ◇ 이태헌> 일하다 다쳤는데 더 무리가 가는 곳으로 배치가 되면서 또다시 질병을 얻게 되는 악순환이네요. 노동자들에게 업무가 바뀌는 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 김미성> 이 부분은 정씨가 설명을 했었는데요, 업무가 바뀌면 사람도 새로 사귀고 일도 새로 배워야 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또 비선호 부서로 보내기 때문에 산재 신청을 겁내는 경우도 많고요.

    ◇ 이태헌> 그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니 참 막막한데요, 그렇다면 한국타이어에서 이렇게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 김미성> 저희가 확보한 한국타이어 내부 문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어요. 한국타이어 내부 문건과 노동청 조사 결과에 주목할만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우선 한국타이어 내부 문건 중에는 내부 평가표가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타이어는 공장, 또 팀으로 나눠 평가를 진행하는데요, 본사가 공장 내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공장장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어떤 항목을 보고, 그 항목의 배점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룝니다.

    ◇ 이태헌> 아 그러면 어떤 부분에 배점이 높은지를 살펴보면, 한국타이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 김미성> 맞습니다. 우선 공장장의 내부 평가표부터 살펴보면, 본사가 공장장에 대한 평가 항목으로 제일 위에 둔 게 바로 생산성이었어요. 비율을 보면 생산성은 40%, 수익성이 30%였는데요, 이틀에 한 번씩 사고가 날 정도인 한국타이어 공장 내 ‘안전’과 관련해서는 단 10%만 평가에 반영된 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 이태헌> 생산성과 수익성만 합쳐도 70%인거네요. 게다가 생산성이 안전보다 4배가 높은 배점이고요. 이 평가표에 따르면, 공장장은 타이어 생산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겠는데요?

    ◆ 김미성> 그렇죠. 게다가 공장장뿐만 아니라 실무 부서인 안전환경팀도 재해와 관련된 평가 비중을 20%만 뒀어요. 이 부분은 특별감독을 한 대전고용노동청도 총괄 분석 자료에서 비판했는데요, 노동청은 “공장 내 안전을 맡은 부서인데도 안전과 관련된 항목의 비율이 매우 낮다"며 "산재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부서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였습니다.

    ◇ 이태헌> 생산성만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네요. 공장에 안전관리자도 터무니 없이 부족했다고요.

    ◆ 김미성> 그렇습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사례를 보면, 안전관리자는 단 2명에 불과했습니다. 1명이 천600여 명의 안전을 점검해야 할 정도로 작업 현장에서 ‘안전’은 뒷전이었습니다. 결국, 회사의 가치는 ‘타이어를 더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었고요. 그 가치 때문에 노동자들은 계속해서 안전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노동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
    "관리자들 눈치 보이니까 바쁘니까 서두르다 보니 가류라는 데가 고열 작업이라 최저온도가 150도 최고 180도구요. 근데 막 뛰어올라가서 그 안에서 해야되거든요. 대부분 사람들 보면 팔꿈치나 미끄러져서 데이면서 화상 없는 사람이 없을거에요"

    ◇ 이태헌> 작업 현장에서 생산성만 강조하면 노동자들은 서두르게 될 거고, 그 사이 산업재해가 계속될 거라 생각되는데 이럴 때 노동자의 안전이나 권익을 주장해야하는 게 노동조합의 역할이잖아요. 한국타이어에는 노동조합이 없나요?

    ◆ 김미성> 아니요. 한국타이어에도 노동조합이 존재합니다. 그것도 두 개나요. 다수노조인 한국노총 고무산업노련 산하의 한국타이어 노조, 그리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한국타이어지회인데요, 한국타이어에선 사실상 사측이 노조를 좌우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하는 정황들이 고발됐어요.

    다수노조인 한국타이어 노조에선 노조 내부 투표를 진행하면 투표지 ‘인증샷’을 찍었다고 합니다. 인증샷은 사측 관리자에게 보내지는데, 정말로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합니다.

    ◇ 이태헌> 노조 선거에서 누굴 찍었는지가 기표된 투표지를 찍어서 사측에 보냈다고요?

    ◆ 김미성> 맞습니다. 전 한국타이어 노조 대의원을 했던 A씨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
    "원래는 그렇게까지는 안했어요. 이 사람이 찬성 찍을 사람이냐 반대 찍을 사람이냐. 노경이나 주임 반장이 주기적으로 해왔고 그러다가 인증사진은 명확하잔하요. 이게 인증사진 없이 찬성했어요하고 반대 찍을 수도 잇잖아 확실하게 하자. 확실해졌으면 좋겠다.."

    ◆ 김미성> 이렇게 인증사진을 모아 찬성에 대한 비율을 냈고, 그것은 팀장의 평가에 반영된다고 합니다. 얼마나 조직을 장악하고 관리하느냐를 본다는 게 노동자들의 증언이고요. 게다가 대의원도 이른바 사측에 입맛에 맞는 사람만 나갈 수 있다고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2017년 한국타이어 노조의 대의원 선거 당시 찬성에 기표한 투표용지를 촬영해 관리자에게 보낸 모습. 독자 제공

     



    ◇ 이태헌> 노조와 사측의 관계가 이래도 되는 건가요? 이건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한국타이어 노조 측에선 어떤 입장을 내놓던가요?

    ◆ 김미성> 한국타이어 노조 측은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 집행부의 일이고 4월부터는 집행부가 바뀌었다"고 밝혔습니다. 전 집행부 측에도 입장을 물었지만 듣지는 못했습니다. 사측은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입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 이태헌> 그런데요 김 기자, 한국타이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13년 전 있었던 돌연사 사태였잖아요. 당시에 수천 명에 대한 대대적인 역학조사도 진행됐는데, 왜 한국타이어에선 아직도 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겁니까?

    ◆ 김미성> 결국 13년 전 조사로는 한국타이어를 바꾸지 못했다고 봐야겠죠. 저희도 그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2008년 역학조사를 살펴봤어요. 당시 2006년부터 1년여새 노동자 13명이 심장질환과 암 등으로 잇따라 숨졌고, 전현직 한국타이어 노동자 7천여 명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졌죠.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8년 2월 최종 결과 발표에서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심장성 돌연사 등 질병사망은 직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추정됐다"고 밝힌 바 있어요. 그러나 지속해서 문제 제기가 된 화학물질에 의한 심장성 돌연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 이태헌> 그렇군요. 하지만 당시 역학조사가 부실하게 진행돼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지 않았나요.

    ◆ 김미성> 맞습니다. 저희는 당시 유족 측 자문의사로 활동한 임상혁 녹색병원장도 인터뷰를 했는데요, 현장 조사가 굉장히 부실했다고 해요.

    [인서트]
    "현장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현장조사. 어떤 물질 사용되고 그 물질이 어떠한 정도의 수준으로 노출이 되고 그게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런 것에 대한 조사들이 굉장히 부족했어요. 역학 조사한 사람들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한국타이어에서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것 아니냐. 한타에서 주는 분석이 굉장히 적어서 제대로 된 것들을 해나가진 못한 부분들이 있죠.“

    ◇ 이태헌> 기업의 협조가 없으면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 것 같은데, 당시 역학조사를 수행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측은 뭐라고 하던가요.

    ◆ 김미성> 연구를 수행한 연구원 측 역시 "기업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고요, 연구원도 "조직문화나 작업방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부족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어요. 하지만 저희가 알아보니 추가 조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연구원 측도 당시 조사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죠.

    ◇ 이태헌> 결국 한계를 드러낸 역학조사는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타이어의 산업재해를 막지 못하고 있는 거네요. 지금도 공장에서 노동자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산업재해를 당하고 있는 거잖아요.

    ◆ 김미성> 맞아요. 그러다보니 이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다시 한 번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저희가 기획보도를 준비하면서 많은 전문가를 인터뷰 했는데요, 전문가들의 입에서 빠지지 않고 나온 말이 있었어요. 바로 '사업주의 마인드', 그러니까 사업주의 경영 이념이 인간 중심으로 바뀌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 이태헌> 생각해보면 수천 명의 노동자의 안전은 사업주 단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노동자들이 작업현장에서 숨지는 소식이 들리는데 보다 안전한 작업환경에서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얼른 왔으면 좋겠네요.

    ◆ 김미성> 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돈이나 생산성보다 언제나 위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이태헌> 여기까지 듣죠. 김미성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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