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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노동자라는 자부심이 무너졌을 때…" 연극 '스웨트'



공연/전시

    [현장EN:]"노동자라는 자부심이 무너졌을 때…" 연극 '스웨트'

    2017년 퓰리처상 린 노티지 소설 원작
    2021년 한국사회서 노동의 의미 짚어
    "한국사회만큼 인종적 편견 강한 나라 있느냐"
    명동예술극장에서 7월 18일까지

    국립극단 제공

     

    지난 17일 전막 시연한 연극 'SWEAT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이하 스웨트). 막이 오르면 미국 펜실베니아의 철강도시 레딩의 한 '바'(Bar)가 관객을 맞는다. 산업 재해를 입고 퇴직한 '스탠'(박상원)이 운영하는 이 곳은 노동자의 쉼터이자 축제의 공간이다.

    '신시아'(송인성)와 '트레이시'(강명주)도 이 곳에서 동료 '제시'(문에주)의 생일파티를 연다. 둘은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20년 넘게 '기름밥'을 함께 먹은 사이. 하지만 신시아가 관리직으로 승진하면서 신시아와 트레이시 사이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회사는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해 인건비를 줄이려 하고, 노조는 이에 대항해 파업을 진행하지만 이로 인해 중단된 생산라인에 인건비가 저렴한 라틴계 노동자가 대신 투입된다. 이어지는 해고와 직장폐쇄. 일을 빼앗긴 트레이시의 공허감과 무력감은 분노를 낳고 왁자지껄했던 '바'는 어느새 인간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싸움터이자 파괴의 공간으로 바뀐다.

    연극 '스웨트'는 201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린 노티지의 소설을 무대화했다. 노동자가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해 싸우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대립을 통해 노동의 의미를 묻는다.

    국립극단 제공

     

    지난 17일 '스웨트 전막 시연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안경모 연출은 "(이 작품은) 노동 상실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동 상실은 단지 경제활동을 중단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의 사회문화적 활동을 파괴해서 인간을 문화적 공황상태로 내몬다"고 했다.

    미국의 철강 도시가 배경이지만 이 작품은 2021년 한국사회에도 유효한 화두를 던진다. 안 연출은 "인간 노동의 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인간의 노동이 돈으로만 평가되고 대체 가능한 부속품처럼 소모되는 현실이 팬데믹 상황과 만나 더욱 두드러졌다"며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이 가속화하는 지금, 한국사회가 노동을 어떤 가치로 바라봐야 하는지 생갈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했다.

    '스웨트'의 또 다른 축은 인종 차별 문제다. 극이 진행될수록 잠재된 흑백 갈등이 전면화하고 기존 노동자와 투명인간 취급받던 라틴계 노동자의 대립이 격화한다.

    안 연출은 "유색 인종 배역이라도 별도로 흑인이나 라틴계 분장을 하지 않았다. 관객이 선입견 없이 공연을 보다가 '피부색에 따라 차별이 있구나' 하는 지점을 짚어내길 바랐다"며 "한국사회만큼 인종적 편견이 강한 나라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인종 문제가 우리에게도 갈등을 첨예화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비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함께 한다. 2020년 1인극 '콘트라바쓰'에서 열연한 박상원은 "작년에 모노드라마를 하면서 배우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게 그리웠다. 이번에는 모든 배역과 소통하는 바텐더 역할이라 극과 극"이라며 "서로 반목하는 등장인물을 포용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수염도 붙이고 배도 불룩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극중 '트레이시'는 모순되고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강명주는 "백인 노동자 트레이시는 해고 사태를 겪으며 거칠어지고 약자에게 폭력적으로 군다. 그러나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다. 노동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던 사람이 그것이 지워졌을 때 좌절하고 실망하는 부분에 스스로 공감이 갔다"고 했다.

    노동자 간 갈등과 분열, 대립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안 연출은 "우리사회가 어떻게 포옹과 연대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했고, 박상원과 강명주, 송인성은 각각 "희망", "연대", "소통"을 이 작품의 메시지로 꼽았다. 명동예술극장에서 7월 18일까지.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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