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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국제뉴스를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인용하는 보도 행태가 급기야 오보를 양산하는 식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18일 낸 논평에서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 관행은 결국 이번 주 '터키 성고문 사건'의 일반인 사진 무단 도용, '가나의 인육 케밥 판매' 오보라는 참담한 결과를 냈다"고 질타했다.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터키 매체들은 터키로 여행 온 20대 한국인 여성을 감금·고문·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한국 국적 40대 남성에게 현지 검찰이 징역 46년을 구형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한 뉴스통신사를 통해 16일 한국에 전해졌다.
문제는 터키 언론 데일리 사바가 사건과 무관한 한국 일반인 사진을 기사에 무단 도용했고, 한국 뉴스통신사가 해당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만 한 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대다수 국내 언론사는 뉴스통신사 기사를 받아쓰는 관행에 따라 터키 사건을 이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현재 해당 사진은 무단 도용된 이들의 항의로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번 터키 보도는 외신 보도를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국제뉴스 관행이 빚은 참사"라며 "보도가 이어지는 동안 단 한 군데에서도 해당 사진이 실제 피해자·가해자가 맞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또한 피해자·가해자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도해도 되는지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국내 여러 유력 언론사에서 보도한, 이른바 '가나 인육 케밥 사건'은 편견에 기댄 자극적인 국제뉴스 받아쓰기가 지닌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주 가나 한국대사관 조사 결과 이 사건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현지 보도 역시 유력 일간자가 아니라 인터넷 가십 매체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의 연성화된 국제뉴스 보도는 국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편협하게 만들고, 국가간 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제뉴스가 단순히 해외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이고 잔인한 사건 사고를 보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각 나라의 사회 이슈가 국내에 보도될 때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은 사람들의 흥미에 맞춰 국제뉴스 섹션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언론은 국제 뉴스가 더이상의 피해를 만들지 않고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국제뉴스 보도 관행을 바꿔야 한다"며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는 말은 이제 변명에 불과하다. 한국 국제뉴스의 수준은 처참하다. 낡은 관행을 벗어나 국제뉴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반성과 성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