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 주재로 LH 본사에서 경남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장과 간담회가 열렸다. 경남도청 제공
경상남도가 부동산 투기로 촉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정부 혁신안에 대해 역할 축소나 분사로 인한 다른 지역 이전 반대를 분명히 하면서 인력·조직 감축에 상응하는 수도권 공공기관을 이전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도는 21일 LH 본사 이사회실에서 경남혁신도시 11곳의 이전공공기관장과 LH 혁신안 대응과 혁신도시 활성화 방안을 확정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의 LH 혁신안을 보면, 1단계로 기능 조정과 동시에 1천 명을 연말까지 감축한다. 상위 관리직·지원부서 감축(226명), 기능이관·폐지(519명), 기능 축소(330명) 등으로, 현재 본사 9개 본부는 6개로 축소된다. 2단계는 1천 명이 추가로 감축된다.
도는 그동안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LH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정부 혁신안이 경남혁신도시와 상생하는 방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LH 본사가 있는 진주시·시의회를 비롯해 경남도의회, 지역 국회의원, 시민사회에서도 LH 혁신이 지역사회와의 협의를 전제로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7일 LH의 기능과 조직, 인력을 축소하는 혁신안을 발표함에 따라 이에 대응하고자 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김회천 한국남동발전 사장, 이용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 최병구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서종균 주택관리공단 사장, 허건영 국방기술품질원 원장, 임병복 중앙관세분석소장, 김학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박영수 국토안전관리원 원장, 유광수 한국세라믹기술원 원장 등 혁신도시 기관 대표 모두가 참석했다.
앞서 도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중대 갑질 등 근절, 지역발전사업 등 LH 이전 후 지역의 긍정적인 기능 강화, LH 역할 축소 또는 분사 이전 반대, LH의 혁신도시 앵커기관 역할 유지 필요 등 LH 혁신안에 대한 대응 원칙을 세웠다.
LH 진주 본사. LH 제공
이에 도는 이날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과의 간담회를 거쳐 LH 인력 감축에 상응하는 수도권 공공기관 등 이전 추진, 혁신도시 앵커 기능 등을 살리는 조직 혁신 방안 마련, 취업 준비생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신규채용 규모 유지 등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인력 감축과 관련해 2천여 명의 인력 감축은 2개 이상의 공공기관이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생안으로 산학연 클러스터 활성화와 혁신안의 실질적 효과 완성을 위해 LH연구원 이전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경남혁신도시 기능군과 관련성이 높은 수도권 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본사 이전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또, 조직혁신 방안과 관련해서는 내·외부 감시·견제 기능 강화,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 집중, LH 본연의 긍정적 기능과 경남혁신도시의 앵커 기능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혁신안 세부 실행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는 신규채용 규모 유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청년 일자리가 최대한 줄어들지 않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별도 정원 인정을 요구하는 한편 LH를 비롯한 이전공공기관에는 청년 일자리를 포함한 채용 규모 확대 등을 요청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경남혁신도시에서 채용된 지역 인재는 475명이다. 이중 LH가 208명으로 43.8%에 이른다.
도는 '혁신도시 시즌2' 성공을 위한 추진 체계 마련에도 나선다. 도지사 직속으로 가칭 '혁신도시 2단계 발전추진단'이라는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진주시 등 시군과 공공기관의 협조 체계 구축, 중소기업 지원 체계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 주도 '경남 혁신융합 포럼'을 구성해 운영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장 원하는 정주여건 개선 조치도 본격화한다. 개선 1순위로 꼽힌 고등학교 이전을 비롯해 '사람책 도서관(휴먼라이브러리)' 확산과 사천공항 이·착륙 맞춤형 버스 운행 등을 위해 진주시와 협력할 방침이다.
김경수 경남지사 주재로 LH 본사에서 경남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장과 간담회가 열렸다. 경남도청 제공
이전 공공기관의 기능과 특성, 지역 산업을 연계한 신규 사업 발굴에도 나서고, 혁신도시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기업의 사업 아이템을 검증,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는 이런 대책을 확대해 부울경 지역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에 맞춰 부울경 기업들의 지역발전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 인재 채용 범위도 광역화하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김경수 지사는 "LH 문제는 단순히 LH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문제가 됐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남혁신도시가 부울경 전체의 혁신도시로서 성장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LH만의 문제가 아니라 광범위한, 특히 수도권에 대한 부동산 투기에서 과도한 수익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면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번 사건을 풀어가야 한다. LH만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부동산 투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는 LH 혁신안 세부 이행계획이 마련돼 정부의 최종 승인이 날 때까지 지역사회, 정치권 등과 힘을 합쳐 경남도의 상생안이 반영되도록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