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하직원 강제추행 등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자, 부산 시민들은 대체로 적절한 판결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단체들은 구속은 환영하지만, 검찰 구형과 비교해 낮은 형량이 나온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29일 낮 부산 연제구 한 식당가에서는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군데군데 모여 오 전 시장이 구속됐다는 뉴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민들은 대부분 성범죄를 저지른 권력자에게 실형을 내리고 구속한 법원 판단을 지지했다.
직장인 A(50대)씨는 "징역형을 선고하더라도 또 집행유예가 나오겠거니 했는데, 실형에 구속까지 돼 놀랐다"며 "법원이 예전과는 달리 성범죄에 대한 개념과 인식을 엄중히 다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전 시장뿐만 아니라 박원순, 안희정 등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을 둘러싼 성범죄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며 그동안 크게 실망했다"며 "이번 판결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계층에게 경종을 울리는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부산지법에서 방청객들이 법정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진홍 기자
또 다른 직장인 B(30대·여)씨는 "선고 전에는 최근 법원이 코로나19 때문에 가급적 구속 판결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돌아 걱정했는데, 상식적인 판결이 나와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이어 "특히 집행유예 없이 바로 구속한 점은 이례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사법 정의가 아직은 살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구속은 다행이라면서도,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에는 형량이 부족하다는 반응이었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1심 선고 직후 "오늘 판결은 권력형 성폭력을 뿌리 뽑기에는 부족하다"며 "서명과 탄원서 등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를 외쳤던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딘가에서 발생했거나 발생할지 모르는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이 오늘 판결을 보고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어 진정한 성 평등한 사회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며 "하지만 법원은 오늘 권력자의 죄를 더 엄중히 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겪은 상처와 고통에 비추어보면 그 어떤 결과도 보상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항소를 통해 가해자가 엄중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29일 오전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징역 3년 실형이 선고된 직후,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부산지법 앞에서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피해자 입장을 대변해 온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도 "법원이 강제추행 치상 등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해 검찰이 구형한 7년 이상의 실형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피해자에게 아쉬운 결과를 전달해야 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오 전 시장이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피해자와도 합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법원은 오히려 가중처벌을 해야 했다"며 "앞으로 피해자와 의논해 검찰에 항소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역시 "법정구속은 환영하나, 징역 3년에 불과해 피해자와 부산 시민이 납득할 만한 판결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미래정책은 "검찰이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고, 재판부도 제기된 혐의를 모두 인정했음에도 징역 3년을 판결한 것을 보면 여전히 위계를 가진 가해자에게 마음씨 넓은 재판부"라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에 관대한 재판부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산지법 제6형사부(류승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오 전 시장에게 강제추행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