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시각도 청각도 잃은 그들에 '헬렌켈러법'은 없다

시청각 장애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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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잃은 분들을 가리킵니다. 시청각 장애인은 보통 농아인으로 살다가 시각을 상실한 경우와 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청각을 상실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선천적으로 날 때부터 시청각 장애 아동으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청각 중복장애인, 맹농인, 농맹인 등 생소한 장애 형태를 가진 장애 유형이기에 불리는 형태도 다양했습니다. 국내에선 2019년도에 일명 '헬렌켈러 법'이 발의되면서 시청각 장애인이라 불리게 됐습니다.
시청각 장애인은 말 그대로 시각과 청각이 합쳐져서 장애를 갖고 있는, 혼자서 깜깜한 어둠 속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바깥에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청각 장애인은 집에 혼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로부터도 차단돼 있어서 장애인 복지를 받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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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적으로 국제 공통 단어는 '시청각 장애인'이 맞지만 장애 정도, 발생 시기, 순서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불립니다. 장애정도에 따라 전맹전농인, 맹난청인, 저시력난청인, 저시력농인 등이 있습니다. 발생시기와 순서에 따라 선천성 시청각장애인과 청각베이스 시청각장애인, 시각베이스 시청각장애인, 중도 시청각장애인 등으로 불립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불리는 것은 장애인복지법상 시청각장애는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실태파악도 힘든 시청각장애인, 교육 문제 커

시청각 장애인이라는 말이 생소하듯, 국내에선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져 있지 않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작년 11월 나올 예정이었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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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법과 제도가 전무했기에 시청각 장애인들이 국내에 몇 명이나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2017년 장애인개발원에서 '전국 장애인 실태조사(2014)'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인구 1만명당 1.8명인 외국 사례를 준용한 결과, 국내 시청각 장애인을 대략 1만 815명으로 추정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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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 장애인 지원 사업을 하는 밀알복지재단이 제시한 '2017시청각중복장애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 연구'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시청각장애인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고, 직업이 없어 자립하지 못한 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다른 장애유형의 장애인에 비해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사실상 맞는 말입니다.
국내 시청각 장애인의 14.5%는 집밖을 나갈 수 없습니다. 1개월간 외출하지 못하는 시청각 장애인의 비율은 전체 장애인의 3배가량입니다. 또 국내 시청각 장애인 중 32.7%는 교육받을 기회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호를 받을만한 제도도 없어 시청각장애인들은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것은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인데, 자신이 죽을 상황에 처해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것이죠.
시청각 장애인이 처한 상황에서 최근 시청각 장애인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는 영화가 나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외국의 시청각장애인 복지제도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법에는 15개의 장애 영역이 존재합니다.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 영역은 개별적으로 존재하지만 시청각 장애 영역은 없습니다. 국내에선 시각과 청각의 중복장애로만 복지 서비스가 이뤄지는 시스템이지만, 시청각 장애인들은 단순한 시각과 청각의 중복 장애가 아닙니다.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잃으면서 새로운 장애영역이 형성되는데, 이에 맞춰 서비스나 욕구들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외국은 시청각 장애인에게 촉각을 활용하는 감각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전무합니다. 미국에서는 1968년 헬렌켈러법을 제정한 뒤 뉴욕주를 중심으로 11곳의 센터를 전국적으로 만들어서 지역사회와 연합한 서비스와 민간단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나라인 일본도 맹농인 연합회를 설립, 통역 활동도우미 파견사업을 통해 정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시청각 장애인 지원은 여러모로 '미흡하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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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으로 살다가 청각장애가 생기면 국내에선 시각장애는 '주장애', 청각장애는 '부장애'로 간주합니다. 두 가지 서비스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장애의 서비스만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 '헬렌켈러 법'입니다. 20대 국회이던 2019년 2월 당시 국회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이명수의원(국민의힘)이 '시청각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은 △한국 사회내 시청각 장애인에 대한 정의 △그 가족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 △의사소통 지원 체계 확대 △한국헬렌켈러센터 건립 △국제교류 도모 지원 등을 골자로 담았습니다.
하지만 현행 장애인 복지법 안에 둘 것인지 특별법을 만들 것인지 논의한 끝에 기존 '장애인 복지법'에 시청각 장애인의 복지 조항이 일부 추가되는 선에서 조정됐습니다. 시청각 장애인 실태 조사를 한 뒤 이후에 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단독법으로 발의된 '헬렌켈러 법'은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사라진 셈입니다. 이후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서는 매년 장애인의 날을 맞아 '헬렌켈러 법' 제정을 위한 서명 캠페인 '우리는 헬렌켈러가 될 수 없습니다' 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세상 누구든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하고 그 권리를 위한 법도 꼭 존재해야 합니다. 국내 시청각 장애인은 1만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 누구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다 폭넓고 구체적인 지원을 담은 법과 제도들이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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