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매번 수능 난이도 논란…'n수 시장' 키우나

지난달 18일 실시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예년의 출제 기조를 유지했다", "작년과 비슷했다"는 수능출제위원장 및 교육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시험이 끝나고 나온 수험생들은 "불수능도 아니고 용암수능이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난 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발표한 채점 결과는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어렵게 출제된 사실상의 '불수능'으로 드러났습니다.

'물수능'이냐 '불수능'이냐, 반복되는 논쟁

수능이 끝나고 물수능이냐 불수능이냐를 따지는 논쟁은 해마다 반복됩니다. 최초의 수능인 1994학년도 이래로 2022학년도까지 총 30번의 수능시험이 치러졌습니다. 전 과목 만점자가 66명이나 되던 수능, 대통령까지 나서서 "쉽게 출제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었다가 충격받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유감"이라는 사과까지 했던 수능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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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학년도 수능 : 역대 최악의 '물수능'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수능 만점자가 66명이 나와 수능 만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법대를 떨어지는 사례도 생겼습니다. 400점 만점에 390점 이상 초고득점자는 7941명이었습니다.
 
2002학년도 수능 : '불수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한완상 교육부 장관이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2009학년도 수능 : 최악의 수리 난이도로 인해 전 영역 만점자가 이과 재학생 중 1명에 불과했습니다. 수리 가형 1등급 컷이 81점, 수리 나형 1등급 컷이 79점으로 문·이과 모두 어렵게 출제되었습니다.
 
2011학년도 수능 : 전 영역 만점자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특히나 이과 수학이 고난도로 출제되어, 문과 언·수·외 만점자가 11명, 이과 언·수·외 만점자는 0명이었습니다.
 
2012학년도 수능 : 전년도 수능이 어려웠기 때문에 평가원에서 미리 비교적 쉬울 것이라 예고했던 수능이었습니다. 전과목 만점자는 30명, 언·수·외 만점자는 171명이었습니다.
 
2015학년도 수능 : 수학과 영어가 변별력을 잃어버린 시험이었습니다. 수학(B)형은 만점자가 6630명이 속출하며 1등급 컷이 100점이었고, 영어 만점자도 3.36%에 달해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2019학년도 수능 : 국어 영역이 매우 어려워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었단 평입니다. 당시 평가원장이 "국어 영역의 지문과 문항의 길이가 너무 길고 어려웠다"며 "혼란과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습니다.
 
2022학년도 수능 : 국·영·수 모두 예년보다 어려웠던 불수능입니다. 특히 국어와 영어 영역에서 만점자와 1등급 비율이 급감했습니다. 전과목 만점자는 전국에서 단 1명입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통상적으로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지면 시험이 어려웠다고 해석합니다. 점수가 비공개였던 2008학년도를 제외하고, 2005학년도 수능부터의 표준최고점수를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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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자와 응시생 간의 팽팽한 입장차는 이의 제기 신청 건수에서도 드러납니다. 수능이 끝나고 수험생 사이에서 문제의 논리나 정답 도출에 논란이 생기는 경우,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이의 신청을 접수합니다.
올해 이의신청 건수는 1014건으로 작년(417건)보다 597건 증가했습니다. 동일 문항, 단순 의견 개진 등을 제외하고 473건이 실제 심사 대상이 됐는데 이 역시 작년(254건)보다 219건 증가한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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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심사결과를 거쳐 이의신청이 수용된 경우는 극히 소수입니다. 2008학년도 1건, 2010학년도 1건, 2014학년도 1건, 2015학년도 2건, 2017학년도 2건, 2022학년도 1건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가 '이상 없음'으로 판명났습니다.

혼란한 수능 난이도…n수 시장 판 키운다?

수용하기에 아쉬운 결과를 받아든 학생들은 다시 한번 시험에 도전합니다. 올해 수능 응시 접수자 중 재학생은 36만 710명, 졸업생은 13만 4834명으로 재학생 대비 졸업생의 비율이 37%에 달했습니다. 28%였던 10년전에 비해 약 10%p 증가한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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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가 제공한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표적인 재수종합학원인 강남대성학원의 경우 매출액이 2012년 177억 4400만 원에서 2020년 254억 7500만 원으로, 강남대성기숙학원의 경우 182억 600만 원에서 221억 3800만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2019년 300억 3천만 원에서 2020년 400억 5500만 원으로 1년새 매출이 100억 원 가량 증가했습니다.
학령 인구는 매년 줄어드는데 n수 시장은 왜 더 커져만 갈까요. 절대 학령인구 숫자와 별개로 재수 및 n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다만 강남의 한 입시 전문가는 "절대적인 학생수가 줄어드니 대학 가기가 쉬워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웬만해서는 현역 때 가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어 재수생의 수가 앞으로도 늘어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입시의 정치화, 대선주자 입시공약 말말말

이제 또 대통령 선거가 다가옵니다. 대선 때마다 대입 제도는 정치의 영역이 되고, 보통 정시와 수시의 반영 비율을 줄다리기 하는 형태로 공약이 세워집니다. 역대 대선 후보들의 입시 공약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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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수능이란 대학에 가는 최종관문입니다. 동시에 대략 10년간 해온 노력에 대한 결과표를 받아본다는 의미도 가집니다. 따라서 성인이 되는 길목에 선 이들에게 '노력하면 그만큼 성취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객관적인 난도를 떠나 '수능 역시 운빨이 아니냐'며 무력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면, 수능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정답 오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실제로 학생들이 체감상 어려움을 느꼈다면 그것 자체가 중요한 사실"이라며 "그런 점들을 감안하면서 앞으로 수능 출제에서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의 수능 시험은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는 자들'에게 좌절이 아닌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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