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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읽기]여수~경도 연륙교는 무사히 지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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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판읽기]여수~경도 연륙교는 무사히 지어질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전남노컷의 '판읽기'는 전남CBS 기자들의 전남동부 지역의 이슈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이슈파이팅이 강한 언론, 깊이 있는 해설과 대안을 제시하는 지역 언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수 지역사회 대규모 레지던스 건립에 반발
    미래에셋측 객실수 줄여 의회 설득 나섰지만 '불발'
    '전남판 대장동' 의혹…연륙교 불발시 소송 전망도
    "수익금 전액 재투자" 외치지만 소극 대응 도마에

    전남 여수 경도 전경. 여수시 제공전남 여수 경도 전경. 여수시 제공전남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에 1조 5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미래에셋이 애초 관광시설 투자에 앞서 대규모 레지던스 건립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셉니다.
     
    미래에셋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여수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경도 개발 사업과 관련한 브리핑을 가졌습니다.
     
    미래에셋측은 레지던스(생활형숙박시설)의 규모를 일부 축소한 경도지구 해양관광단지 추진 계획안을 내놓으며 시의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선 겁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미래에셋측은 당초 지하 3층, 지상 29층, 1184실 규모의 레지던스를 건축할 계획이었으나 지역사회 반발을 의식해 63실을 줄이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전체 동의 층수를 2층씩 낮추고 경도대교 초입 부분은 21층, 국동항 방면은 25층으로 낮추는 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의회를 설득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시의원들은 미래에셋의 레지던스 규모를 축소하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수시의회가 전체의원 간담회를 열고 미래에셋측의 레지던스 규모 축소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제공여수시의회가 전체의원 간담회를 열고 미래에셋측의 레지던스 규모 축소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제공의원들은 이정도 축소안으로 과연 문제가 된 여수 해양경관을 지켜낼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서완석 의원은 "그 정도로 규모를 축소하는 것으로는 경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교통량 문제 등까지 함께 고려해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생활형숙박시설 건립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제기됐습니다. 정광지 의원은 "생활형 숙박시설이 과연 여수 관광에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상우 의원도 "경관 문제,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먼저 관광시설에 투자하고 숙박시설 건립 문제는 사회적 합의와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된 후 논의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전체 의원간담회를 주관한 전창곤 여수시의장은 "미래에셋의 축소안에 대해 대다수 의원이 만족하지 못했다"며 "의회는 물론 우리 시민 정서 동의 여부가 가장 중요한데 대시민 설명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미래에셋측은 레지던스 건설이 지속적인 여수지역 발전을 위한 방안이라며 개발이익 100%를 여수에 재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의회를 설득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개발이익 100% 재투자 약속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이미 공언한 바 있습니다.
     
    박 회장은 2020년 6월 경도 개발 착공식에서 "여수 경도를 최고의 퀄리티로 창의적으로 개발해 문화를 간직한 해양 관광단지로 만들겠다"면서 "경도 개발에 따른 이익을 단 한 푼도 서울로 가져가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경도 개발을 위해 싱가포르 센토사를 벤치마킹했고 센토사가 비수기 슬럼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장기 체류형 숙박시설을 착안해 레지던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미래에셋측이 박 회장의 개발이익 재투자 약속과 레지던스 건립의 필요성, 레지던스 규모 축소 등을 강조했음에도 의회를 설득하지 못하면서 다음달 예정된 의회 추경에서 여수~경도간 연륙교 건립 예산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여수 경도 개발 조감도. 여수시 제공여수 경도 개발 조감도. 여수시 제공여수~경도 간 연륙교가 포함된 경도지구 진입도로 개설공사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에서 총사업비 1195억 원을 들여 총 1.35km에 해당하는 연륙교를 2024년까지 개설하는 사업입니다.
     
    도시계획도로는 사업비 전액을 시비로 개설해야 하나 경도가 경제자유구역으로 편입되면서 총 사업비 1195억 원 중 국가가 40%인 478억 원을 부담하고, 전라남도, 여수시, 미래에셋이 20%인 239억 원씩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수시의회는 지난해 마지막 회기에서 경도 레지던스 건립 철회를 주장하며 여수시가 부담해야 할 1차년도분 예산 73억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미래에셋측은 연륙교 건립을 조건으로 경도 개발에 나선만큼 연륙교 예산이 무산되면 손해배상 법적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연륙교 건립을 조건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 투자에 나선 만큼 기 투자된 사업비 회수를 위해 민사 소송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란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 관계자는 "연륙교는 경도 개발의 전제 조건이고 연륙교가 무산되면 협약의 중대한 귀책사유가 된다"며 연륙교 건설이 투자의 조건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손배소송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경도 개발 사업을 위한 협약을 추진한 전라남도와 전남개발공사는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1월 전라남도와 전남개발공사, 미래에셋컨소시엄은 협약 당시 양측의 책임 소재를 담은 800쪽 분량의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전남도의회와 언론 등을 통해 협약서 비공개 문제를 제기하며 원문 공개를 요구했으나 전남도는 '투자업체와의 비밀유지 준수 조항'을 근거로 거부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서울 광진구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을 방문해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 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서울 광진구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을 방문해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 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한 TV토론회에서 이낙연 후보를 향해 "경도 개발에 대해 물어보겠다"면서 "이낙연 후보가 전남도지사 시절에 수의계약으로 넘겼느냐"고 따져물었습니다.
     
    이에 이낙연 후보는 "수의계약은 아니다"고 답했고, 이재명 후보가 "민간에게 넘겨준 것은 맞느냐"는 물음에는 "예"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공격을 받던 이재명 후보가 경도 개발 사업을 언급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넘겨주고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을 꼬집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 전남도지사에 출마한 진보당 민점기 후보는 지난해 11월 여수시청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이 '전남판 대장동'이 되지 않도록 전남도는 미래에셋에 대한 특혜의혹을 철저히 해명하고 원래 목적에 맞게 도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공공개발로 추진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 후보는 이어 "흑자로 운영되던 여수 경도 1단계 개발사업의 성과를 턱없이 낮은 헐값으로 미래에셋에 고스란히 넘긴 것도 모자라 미래에셋이 요구하면 전남도는 두말 없이 개발계획 변경을 승인해 줬다"며 "뜬금없이 생활형 숙박시설을 짓겠다고 해도, 사업시행자를 변경해도, 재원조달 계획이 무모해도 전남도는 문제삼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희생하며 내어준 땅을 공공의 목적이 아닌 투기목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사회발전과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요소이며 여수 경도가 전남판 대장동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실 미래에셋의 경도 투자와는 별개로 여수~경도간 연륙교 건립은 지역의 오랜 숙원입니다.
     
    권오봉 여수시장. 최창민 기자권오봉 여수시장. 최창민 기자권오봉 여수시장은 지난달 10일 주간업무보고에서 "경도 교량은 경도 내의 개발과는 상관없이 1986년도에 여수시 도시계획도로로 지정된 우리 시의 오래된 숙원 사업이자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회간접시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권 시장은 또 "여수의 미래와 시민편익을 위해 여수로써는 굉장히 중요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우리 시민들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특정 지역의 개발, 특정 기업에 대한 반감으로 예산을 감액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라고 관련 예산을 삭감한 시의회를 겨냥했습니다.

    경도 개발이 지역의 숙원이란 것은 여수시의회 의원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지역 사회에서 레지던스 건립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 연륙교 예산을 볼모로 미래에셋을 압박하고 있지만 결국 예산을 통과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국비와 도비가 확보된 마당에 여수시의회가 시비를 편성하지 않아 확보된 국도비 예산이 취소되면 경도 개발 자체가 무산되면서 역풍이 불어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축소안을 만든 미래에셋측이 더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지방선거를 앞둔 여수시의원들의 사정을 알기 때문에 지금의 축소안으로 지역사회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양측이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여수시는 조만간 추경을 통해 연륙교 예산을 재상정할 계획이어서 경도 개발 사업의 운명이 기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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