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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일으킨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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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일으킨 상념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국내 대선 판에서도 파장을 일으켰다. 한 후보가 '초보 대통령'으로, 다른 후보는 '우크라 귤 사진'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우크라이나 수도와 제 2도시인 하르키우 등 민간 아파트에 내리 꽂는 미사일과 폭탄 공격은 공포를 더한다. 피난을 위해 기차역으로 몰려들고, 이웃 나라인 폴란드, 슬로바키아로 삼사일씩 자동차를 몰고 대피하는 우크라 국민들의 행렬을 보며 '평화가 무엇인지'를 부지불식간 묻게 된다. 화면 안에서 직격하거나 낙하하는 폭탄이 실제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면…
     
    우크라이나인 신혼 부부가 결혼한 지 하루만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지키기 위한 시민 향토방위군에 입대하며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우크라이나인 신혼 부부가 결혼한 지 하루만인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지키기 위한 시민 향토방위군에 입대하며 사진 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주일째 접어든 전쟁에서 사진 한 장은 가슴을 아리게 한다.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젊은 연인이 결혼식을 서둘러 마치고 시민군으로 자원한 모습을 담은 포토 사진이다. 모자를 눌러 쓴 남자가 총구를 땅으로 향한 소총을 들고 서 있고, 남자에게 다정하게 몸을 기댄 여자는 AK소총을 붙들고 있는 장면이다.
     
    그들은 참전하기 위해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고 말했다. 영화 <암살>의 포스터 사진 한 장을 문득 떠올리게 만드는 그림이다. 총과 수류탄을 들고 태극기 앞에서 활짝 웃는 우리 독립군들의 거사 전날 기념 사진. 나라를 잃어 본 경험이 있는, 잃을 위기에 있는 사람들의 동병상련이 아닐지 생각된다.
     영화 '암살' 포스터. 영화사 제공영화 '암살' 포스터. 영화사 제공
     
    지구촌 시대라지만 우크라는 우리와 큰 인연도 없고 지리적으로 먼 나라다. 전쟁 전, 나라 이름은 낯설지 않게 들었다. 하지만 평소 염두해 두고 관찰하는 나라는 아니었다.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이 '오데사'라는 도시가 곡물, 원유 자원 수출항으로 유명하고 우크라는 소련 연방의 곡물창고라고 강조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유럽국가가 영토를 맞댄 초민감 지역이고, 나토 가입을 두고 러시아와 서방이 대립하는 바람에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지만 전쟁의 속사정들은 지난 몇십 년간 축적되고 쌓였을 것이다. 특히 친러와 친서방 사이에서 내부 분열도 있었을 것이고 지도체제의 무능도 큰 몫을 담당했을 것이다. 먼 나라서 전쟁을 지켜보는 이가 복합적 원인들을 함부로 재단하기란 어렵다.
     
    푸틴의 전쟁을 지켜보며 불안의 지점은 두 가지 염려로 모아진다. 하나는 참상이 보여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더하면 더했지 우리 역시 우크라이나 못지 않게 민감한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북한 정권은 그때나 지금이나 위협적이어서 결코 남일로 치부할 수 없는 형편이고 참상은 내면으로 투영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세계질서 변화가 가져올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들이다. 줄타기 외교를 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처지로는 머리가 더 아파질 수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무도한 침략은 세계를 진영대결로 회귀시키고 있다. 가장 극적인 전환점은 독일의 변화다. 독일은 분쟁지역에 무기를 지원하는 일을 일체 금해 왔다.
     
    2014년 나토 훈련에 참가한 독일군의 빗자루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육군 기계화보병대대 소속 복서(Boxer) 장갑차의 31%엔 기관총이 아예 달려 있지 않았다. 독일군 병사가 빗자루를 검은색 페인트로 칠한 기관총을 장갑차에 대신 단 장면이 독일 방송에서 폭로돼 전세계 웃음거리가 됐다.
     
    미국은 '나토에 대한 군사적 기여가 너무 적다'며 독일에 늘 불만을 표시해왔다. 독일은 서방국가 중 러시아와 가장 친밀한 선린외교를 펼쳐왔다. 그런데 유럽 제일의 경제대국이 전쟁 개시 불과 1주일 만에, 전후 77년 간의 '평화주의 정책'을 폐기시키고 사실상 군사 재무장을 선언한 셈이다. 슐츠 독일 총리는 국방비를 이전보다 두배 이상 증액하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북아에서 내일의 대만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일깨운다. 우크라 전쟁에서 미국은 상당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단결을 오늘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에 가해지는 서방의 압력은 시진핑에게도 궁금증을 키울 것이다. 미.중 대결이 강화될 수 밖에 없다면 대만에 대한 위협이 커질 것이고 독일처럼 일본의 무장정책 변화는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 되지 않을까 독일을 보고 드는 생각이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시의 청사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서 길거리에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연합뉴스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시의 청사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면서 길거리에 잔해가 나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우크라이나 미래는 무엇일까. 서방 전략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병합하는 푸틴의 목적은 달성키 어렵겠지만 국민들이 저항을 지속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가 쪼개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 것 같다. 물론 푸틴에게는 벨라루스처럼 말 잘듣는 친러국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옵션이겠지만. 지리적으로 먼 나라 일이지만 전쟁뉴스가 많은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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