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0월 3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대가 포크레인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박진홍 기자지난 2019년 발생한 부산 구평동 산사태(사면 붕괴) 사고에 대한 정부의 배상 책임이 확정됐다.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구평동 사면붕괴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일부 패소한 정부(국방부)가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아 원심이 확정됐다.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국가는 유가족과 피해업체 등에게 손해배상액과 위자료 등 36억 5천만 원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
구평동 사면붕괴 사건은 지난 2019년 10월 3일 야산에 묻혀 있던 토사와 석탄재가 붕괴해 주민 4명이 숨지고, 일대 공장 등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대한토목학회 부울경지회는 이 사건이 일반적인 산사태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쌓은 비탈면(성토사면)이 붕괴한 사고라고 판단했다.
이후 유족과 피해업체 등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사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보고, 손해배상액 39억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980년대 석탄재 등을 매립해 생긴 야산 위에 예비군훈련장 시설이 들어섰는데, 배수로가 석탄재 등에 막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등 오랜 기간 위험이 있었으나 이를 국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적극적으로 조성한 성토 사면이 붕괴한 사건이라고 판시했다.
이런 이유로 자연력에 의한 국가의 책임 제한을 단 10%만 인정했고, 이례적으로 손해배상에 더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인정한 바 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국방부가 제출한 의견서 등을 고려하더라도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36억 5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