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에서 대장동 개발 실무를 담당했던 정민용 변호사가 개발협약서 수정을 구두로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1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 개발사업1팀 파트장이었던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영학 회계사가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씨는 성남도공 개발사업1팀이 사업협약서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었다가 삭제한 데 대해 정 변호사의 구두 요청이 있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당초 개발사업1팀은 평당 분양가 1400만 원을 상회해 발생하는 추가 이익금은 출자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한다는 내용의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넣었다고 한다.
이씨는 "평당 분양가를 5%·10% 플러스, 마이너스하며 민감도 분석을 진행해 (분양가의) 변동이 생길 때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가 있었다"며 "검토 의견을 보냈더니 정 변호사가 내려와 수정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즉, 개발1팀은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쯤 '추가이익금을 출자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사업협약서 수정안을 작성해 관련 부서에 의견 요청을 발송했다. 하지만 개발사업 1팀은 7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5시 30분쯤 전략사업팀에 추가이익금 배당 조항이 삭제된 재수정안을 다시 보냈다. 이 사이 정 변호사가 구두로 수정을 지시했다는 게 이날 이씨 증언의 골자다.
이한형 기자이날 재판에서는 초과이익 배분과 관련한 검토 의견을 냈던 실무자 주모씨가 '윗선'으로부터 질책받았다는 증언도 재차 나왔다.
검찰은 "개발사업1팀 팀장 주씨가 공모지침서를 검토한 뒤 어떻게 했는지 알고 있나"라고 물었고, 이씨는 "개발사업 1팀과 2팀이 공모지침서를 검토한 내용을 취합해 갖고 나갔고, 갔다 와서 얼굴빛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며 "'많이 혼났다', '검토한 내용이 전혀 반영이 안 됐다는 내용을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전략사업팀에서 주씨를 질책할 사람이 있나"라고 물었고, 이씨는 "실무선에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검찰이 "유동규가 질책했다는 거냐"고 묻자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월 24일 4차 공판에서도 같은 취지의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성남도공 개발사업1팀 소속의 박모씨는 "유 전 본부장이 공모지침서 문제를 지적한 성남도개공 직원을 크게 질책했다"고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 등은 대장동 개발 사업 진행 당시 개발업체 선정 과정에서 화천대유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고, 화천대유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651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