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 중인 모습. 이한형 기자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되는 '선택의 날'이 9일 막을 내렸다. 시민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분주히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투표는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소동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일반 유권자 투표가 마무리되는 오후 6시부턴 확진자와 격리자 투표가 진행됐다. 이번 대선은 지난 2020년 1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확진자·격리자의 본 투표 참여를 처음으로 허용한 선거다. 사전투표에서 확진자·격리자 투표지가 소쿠리 등에 담기는 등 부실 관리 논란이 인 가운데, 본 투표에서는 우려했던 혼란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 투표용지 달라"…전국 곳곳 투표소 소동
제20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9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이한형 기자이날 오전 6시부터 진행된 대선 본 투표는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용지를 찢거나 투표소에서 소동을 피우는 등 불법 행위도 속출했다.
광주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지를 훼손한 유권자가 검찰에 고발됐다. 해당 유권자는 자신의 투표지에 기표용구가 절반밖에 찍히지 않자 무효표가 됐다고 생각하고 투표용지를 다시 교부받기 위해 투표지를 찢어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사전투표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투표함 봉인지를 훼손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또 경기 부천에선 한 사무원이 투표자 1명에게 투표용지 2장을 배부했다가 유권자가 자진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선거관리원과 유권자 간의 갈등 상황도 발생했다. 전주시 덕진구의 한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원이 투표 전 신분증을 내민 20대 유권자에게 "살이 쪄서 사진과 다르다"고 말하자, 모욕감을 느낀 유권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부산에선 한 유권자가 투표소 천장에 나 있는 구멍에 카메라가 설치된 게 아니냐고 항의하며 선관위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각종 소동에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잇따랐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 투표소에서는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남성 당원 2명이 "부정선거가 벌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며 투표소 입장 인원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다가 경찰에 신고 당했다.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 기숙사에 차려진 투표소에선 50대 남성이 '코로나 감염이 우려된다'며 큰소리로 항의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확진자·격리자 사전투표 '대혼란'…본 투표는 순조롭게 마무리
20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이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시립목동청소년센터에 마련된 목1동 제6투표소에서 투표사무원들이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 투표를 위한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투표는 일반 유권자의 투표가 마무리된 오후 6시 이후부터 진행됐다. 앞서 사전투표에서는 확진자·격리자용 임시 기표소를 운영했지만 '부실 관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일반 유권자와 시간대를 분리하면서 같은 기표소를 이용하게끔 한 것이다.
확진자·격리자 본 투표 시간이 다가오자 각 투표소 사무원들은 흰색 방호복을 여미고, 페이스 쉴드를 매만지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울 마포구 창천 초등학교 투표소에 도착한 확진자·격리자들은 사무원들로부터 번호표를 교부 받았다. 사무원들은 "안내 문자를 보여달라", "간격을 두고 줄을 서 달라"고 안내했다.
유권자들은 투표소 앞에 줄을 서고 투표를 기다렸다. 간혹 '콜록콜록' 기침 소리도 울려 퍼졌다. 직접 비닐장갑을 챙겨 온 유권자도 있었다.
확진자들은 투표 길에 혹여나 비확진자를 만날까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거주하는 노현정(24)씨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투표소가 있어 6시에 딱 집을 나섰다"며 "10층에 사는 데 엘리베이터를 안 타고 계단을 이용했다. 투표장에 갈 때도 큰길이 아닌 사람이 없는 골목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투표할 때 (사전 투표 때와 같은) 문제는 없었다. 투표함에 직접 투표용지를 넣었다"며 "이번 투표는 꼭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왔다"라고 밝혔다.
뒤늦게 도착한 일반 유권자가 투표를 못 하고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오후 6시 5분에 투표소에 도착한 한 유권자는 "지금부터는 확진자만 투표할 수 있다"는 투표 관계자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확진자·격리자 본 투표를 끝으로 20대 대선 투표는 이날 오후 7시 30분에 마무리됐다. 해당 시각 기준 최종 투표율은 77.1%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최종투표율(77.2%)보다는 0.1%포인트 낮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