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알리바바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강제로 상장폐지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뉴욕증시에서 중국의 빅테크 기업 주식이 급락한 데 이어 홍콩·중국증시 폭락으로 이어졌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징둥(JD.com), 알리바바, 바이두는 각각 10.5%, 10.3%, 8.4% 하락 마감했다. 셋 다 종가 기준으로 52주 신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초 대비 알리바바는 27%, 바이두는 20% 각각 떨어졌다.
중국 빅테크주의 폭락은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 바이지선저우 등 5개 중국 기업에 대해 외국회사문책법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린 게 발단이 됐다.
그동안 미국은 회계 감독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를 직접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중국은 국가 주권을 앞세워 자국 기업들이 PCACB 감사에 직접 응하는 것을 제한해왔다.
이에 미국은 2020년 말 자국 회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외국회사문책법을 도입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날 급락한 중국 빅테크들이 당장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3년 연속 외국회사문책법을 어기면 뉴욕증시 무더기 퇴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JP모건체이스는 이날 징둥, 알리바바, 핀둬둬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내렸다.
15일 마스크를 쓴 한 행인이 홍콩 도심 거리의 주식 시세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에서 퇴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홍콩·중국증시로 옮겨졌다.
15일 홍콩 증시에서 중국 대형 기술기업 30개 주가를 반영하는 항셍테크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10% 급락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11.93%, 10.19% 급락한 것을 비롯해 리오토(-17.84%), 징둥(-10.06%), 바이두(-7.49%), 콰이서우(-7.85%)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본토 증시 대표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4.95% 급락했고, 기술주 비중이 높은 선전성분지수도 4.36% 떨어졌다.
이날 홍콩·증시 하락은 가파르게 확산하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 제재를 둘러싼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 기업들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의 영향도 컸다.
한편 지난해 중국 당국의 고강도 규제로 이미 주가가 급락했던 중국 기술주 주가가 추가로 폭락하면서 지난 1년 동안 수천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고점 이후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65% 하락했다. 지수 구성 종목인 30개 기업의 시총은 2조 1천억 달러(약 2612조 원) 줄어들었다. 이 중 알리바바와 텐센트 두 곳에서 날아간 시총만 1조 달러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