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월급만으로는…이젠 'N잡러' 대세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명함이 여러 장인 A씨(32·여)는 이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하기가 곤란합니다. 현재 그는 7년차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해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창업자인 동시에 퇴근 이후에는 유튜버 일까지 병행하면서 직업이 다양해졌기 때문이죠.
주변에서 흔히 보고 들을 수 있는 이 상황. 'N잡러'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입니다.
'N잡러'란 2개 이상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더해진 신조어입니다. 소득에 부족함을 느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건데요.
코로나19로 인한 빈부격차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직장인들, 커지는 창업 시장을 기웃거리는 여성들과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잃은 청년들 사이에서 'N잡'은 불가피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커지는 빈부격차, 고개 돌려보는 'N잡'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는 많은 이들을 'N잡'으로 내몰게 만든 걸까요.
신한은행의 '2022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0~64세 경제활동가구 1만명에게 물어본 결과 지난해 가구 월평균 소득은 493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478만원에서 15만원(3.1%) 오른 수치인데요. 같은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후 가구 소득은 △2016년 461만원 △2017년 462만원 △2018년 476만원 △2019년 486만원으로 점차 늘어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반등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계층의 소득이 회복되지는 않았는데요.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인 5구간(상위 20%·948만원)은 5.9%, 4구간(상위 20~40%·583만원)은 4.7% 각각 늘었습니다.
반면 1구간(하위 20%·181만원)과 2구간(하위 20~40%·305만원)은 각각 1.1%와 1.6%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소득 5구간과 1구간의 소득 배율은 5.23배까지 벌어지며 최근 4년 중 가장 큰 격차를 나타냈습니다.

직장인, 자영업자 구분 없이…'부업자' 수 점점 늘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의원실이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본업 외의 일을 하고 있는 '부업자' 수는 2019년 52만 명, 2020년 47만 명에 이어 2021년 7월 기준  약 56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구분 없이 부업이 늘었는데요. 상용근로자와 임시근로자 등을 포함한 임금근로자 중 부업자는 37만 3천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자영업자 중에선 16만 5천명이 또 다른 생계수단을 병행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자영업자 부업자도 지난 2010년보다 1만 7천명(11.5%)이 늘었습니다.

'중소기업·3천만원↓ 근로자' 아르바이트 병행 비율↑

    
'투잡'을 선택한 직장인들은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연봉이 낮을수록 고민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업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재직 5년 미만 사회 초년생 107명에게 지난 1월 25~26일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78.5%가 취업 이후에도 아르바이트 병행을 고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르바이트 병행 등 '투잡'을 고민한 이유(복수응답)로는 역시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직장 근로소득을 뛰어넘는 수익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45.2%에 이르렀고 '취업 전 생각보다 연봉이나 실수령액이 적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39.3%에 달했습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인지 재직 기업이 중소규모이거나 연봉이 낮을수록 투잡을 뛰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취업 이후 아르바이트를 병행했거나 병행 중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 중소기업에 재직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5.1%였던 데 반해, 중견기업 재직자는 12.2%, 대기업은 6.1%에 그쳤는데요.
연봉 구간별로 보면 2400만 원 미만이 36.7%, 2400에서 2600만 원 미만이 30.6%를 차지했습니다. 3천만 원 미만 소득의 근로자가 전체의 81.5%를 기록한 겁니다.

유튜버, 배달…낮은 진입장벽으로 떠오른 '인기 부업'

MZ세대의 N잡 분야는 다양해졌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하는 시간에 배달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단기 부업이 생긴 건데요. 직장에 소속된 근무 시간을 제외한, 원하는 시간에 누구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확대되면서 인플루언서에 도전하는 MZ 세대도 늘고 있습니다. 자신의 취미나 활동, 혹은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식으로도 구독자를 많이 모을 수 있어 직장인들도 많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창업이 대세'?…여성도 청년도 커지는 시장에 눈길

부업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창업 기업 중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증가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청년들도 커지는 창업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실정인데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년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여성 창업 기업은 전년 대비 16.5% 늘어난 69만 3927개였습니다. 전체 창업기업 중 46.7%를 차지할 정도로 여성 창업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또 2020년 창업 기업의 수는 4.5%가 감소했지만, 청년창업률은 4.3%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코로나19로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이 늘어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 회사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 결혼은 꿈도 꿀 수 없는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또 다른 직업'을 찾아나서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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