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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첫 검사출신 금융감독원장 이복현의 메기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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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첫 검사출신 금융감독원장 이복현의 메기효과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이 8일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이 8일 여의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2013년 상반기, 국정원 댓글 수사가 한창 때였다. 수사팀 핵심 중 한명이었던 이복현 검사가 갑자기 사표를 제출한다며 출근을 하지 않았다. 검찰 지휘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공소시효가 임박했고 사건 당사자 기소여부 결정을 얼마 두지 않은 상태에서 돌발상황이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신병처리가 문제였다. 그는 구속영장청구를 요청했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반대했다. 결국 검찰총장 설득으로 수사팀에 그가 다시 복귀했고 박근혜 정부 내내 국정원 댓글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를 담당하면서 파란만장한 검사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현대비자금수사 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원장은 당시 군산지청 검사로 복무했는데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실 등이 감안돼 대검중수부 수사에 전격 합류하게 된 것으로 들었다.
     
    이 원장은 이후 국정농단 특검팀에 합류했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을 수사했다. 또 최순실씨 사건에 관여했고,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 다음 검찰로 다시 복귀해 이 부회장의 불법경영 승계 의혹에 대해 추가 수사를 벌였다. 삼성과의 연이은 악연이었다. 이 사건은 논란도 컸고 말도 많았다. 이 당시 법정 안팎에서 바라봤을 때 그는 몸과 마음이 상당히 지쳐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재판에서 목소리가 커진 적이 여러번 있었다. 2013년부터 여러해 동안 나라를 뒤흔든 수사에 계속 참여해 온데다 핵심 피의자들의 기소여부를 두고 상부와 자주 의견 충돌하곤 했다.
     
    특히 삼성 불법승계 의혹 수사에서 핵심 쟁점은 자본시장법 178조 '부당거래행위 등의 금지'에 관한 규정이었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통해 경영권 불법 승계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는데, 변호인 측은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178조 적용'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요청받은 검찰 수사심의위도 재판을 통해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주장과 법률 적용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 사이에서 간극이 컸다. 이때 이 원장은 직전 특수부 선배 출신 변호인들과 기소의 당부를 두고 다퉜다.
     
    이 원장은 치열하고 원리원칙을 중시하며 근성을 가진 검사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가 권력이나 금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사 중 한명이었던 것은 기억에 분명하다. 다른 편에서 고집불통이고 좀 과격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눈치를 보거나 좌고우면하는 그런 검사는 아니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의 불법행위를 감독하는 한편 금융시장을 육성하고 조정하는 역할도 갖고 있다. 언론과 세간에서 첫 검사출신 원장 임명을 놓고 평가가 엇갈려 나오고 있다. 특수수사로 단련된 검사 출신 원장이 금융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과도하게 그립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금융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 피해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상당히 받아왔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서도 보듯 금융기관들은 위험성이나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판매만 올인함으로써 소비자들 피해를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컸다. 금감원은 "감독기능을 제대로 못해 사건을 계속 붙들고 있다가 공소시효가 임박하면 검찰에 사건을 던지는 조직이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도 그런 맥락인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감독기능을 지휘하는데 그가 적임자 중 한명이라고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윤 대통령의 검사 편중인사 논란 속에서 그가 임명된 것은 유감스럽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1기 내각을 운영하며 믿고 맡길 수 있는 측근 기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시중의 다양한 인선에 대한 합리적 요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복현 전 검사의 금융감독원장 기용은 '카르텔'로 뭉쳐 있다는 비판이 있는 금융감독 시장에서 메기역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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