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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통령이 짊어진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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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론/칼럼

    [칼럼]대통령이 짊어진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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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요약

    막강한 권한만큼 책임도 막중한 대통령의 발언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 소통하는 것 좋지만 갈등도 유발
    문재인 사저 앞 시위, 검찰 출신 중용 문제 등에 신중하지 못한 답변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심각한 문제 야기할 수 있어
    소통도 좋지만 보다 차분한 방식과 장소를 선별할 필요 있어

    2004년 2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은 5명의 방송기자들과 특별회견을 가졌다. 말이 회견이지 사실상 난상토론이었다. 평소 참모들과도 토론을 즐겼던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언론과 난상토론을 통해 자신의 정책과 입장을 장시간 설명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한 노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그는 곧 치러질 지방선거와 관련해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발언했고, 이 발언은 대통령의 선거중립을 위반한 것이라며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국회 탄핵으로 이어진 이 사태로 노무현 대통령은 큰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다. 말이 길어지면 감정도 격해지고, 격해진 감정은 실수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말'은 무게감과 실행력이 남다르다. 갖고 있는 권한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행정부와 국군이 대통령의 말에 따라 움직이고 전쟁을 개시할 수 있다. 권한에 따른 책임 역시 막중하다. 그래서 대통령의 발언은 신중해야하고 심사숙고한 정제된 말이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이 화제다.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후 생긴 새로운 풍경이다. 윤 대통령은 매일 출근하면서 용산 청사 입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친절하게' 응대하고 있다. 청와대였다면 상상도 하기 힘든 광경이다. 청와대 관저에서 집무실로 곧장 출근이 가능했던 과거에는 기자들이 청와대 내부로 들어갈 수 도 없었을 뿐 아니라, 기자회견이나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일상적으로 대통령을 마주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매일 대통령에게 현안을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국민과의 소통이 원활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대통령의 '출근길 답변'이 갈등을 부추기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로 인해 부작용이 더 많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 대통령 사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단체 시위에 대한 발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현직 대통령실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법 대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당장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험악한 욕설까지 섞인 무분별한 시위가 계속되는데도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커녕 법대로 처리하면 그 뿐이라는 무책임한 발언은 오히려 극우단체의 시위를 부추기는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전직 대통령이 어찌 되던 말든 상관없다는 식의 발언보다는 '안타깝게 생각 한다' 정도의 정치적 수사로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검찰출신 인사들을 대거 요직에 발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검찰출신의 과도한 기용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앞으로 검찰출신 기용은 더 안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의 통화내용까지 공개하며 여론 무마에 나섰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은 필요하면 더 할 것이라는 말 한마디로 이 말을 뒤집어버렸다. 국회를 책임지는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을 말 한마디로 싱거운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검찰출신 인사들의 중용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전 정권에서는 민변 출신들이 장악했는데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다소 감정적인 대응을 하기도 했다.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한 시점에 영화 관람을 한 것에 대해, 필요한 대응을 했다고 출근길에 답변했지만, 당선인 신분이던 석 달 전만해도 북한의 방사포발사에 대해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던 사실이 있다.
     
    처해있는 입장에 따라 발언과 생각은 달라질 수 있지만, 그것이 외부로 표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출근길 대통령의 발언은 득이 될 수도 있지만, 해가 될 수도 있다. 굳이 득실을 따지자면 불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대통령 비서실은 출근길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후속조치'를 하느라 바쁘다. 이해당사자가 다른 민감한 현안이나 중대한 국가정책에 대한 입장이 참모나 담당 부처와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은 채 노출된다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출근길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실수의 가능성은 줄이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윤 대통령의 선의는 인정하지만, 정신없는 출근길에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는 것보다 좀 더 차분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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