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지난 2020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조사하던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고발장 제출 요구를 받았지만, 협조하지 않고 이를 거부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2019년 말 북송과 관련된 문재인 정부 인사를 직권남용 및 살인방조죄로 검찰에 고발했고, 사건은 당시 이성윤 검사장이 이끌던 중앙지검에 배당됐다. 이 지검장 시절 캐비넷에 들어가 2년 넘게 잠자던 사건은 최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전직 국가정보원장 고발 등을 거치며 새 국면을 맞이했다.
인권위는 2020년 12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측 진정을 각하 처분했다. 검찰 고발장뿐 아니라 정부합동조사 결과 보고서, 북송 어민 진술서 등을 당시 정부 비협조로 확보하지 못해 조사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이유였다. 한변은 인권위 각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3월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인권위 측이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인권위 측 항소심 준비서면을 보면, 인권위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자료인 합동조사 결과보고서를 제출받지 못했고, 진술서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강제수사 권한을 갖고 이 사건 관계자를 수사할 서울중앙지검에 제출된 고발장도 (확보하려고 했지만) 주임 검사가 고발장 사본을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황진환 기자법조계에서는 전 정권과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과 발을 맞추던 이성윤 중앙지검이 당시 정부의 비공개 기조에 따라 인권위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응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인권위가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제대로된 조사를 하지 못한 배경에 검찰의 '코드 맞추기'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2019년 12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탈북 어민을 강제 북송한 것과 관련해 당시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사건은 중앙지검에 배당됐으나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2020년 3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사건을 수사 중인지' '수사 의지가 있는지' 등을 묻자 "이 자리에서 답변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당시 인권위 조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검찰은 국정원 고발 하루 만에 담당 부서에 사건을 배당하는 등 현재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미국에 체류 중인 서훈 전 원장을 '입국 시 통보' 조치했다. 지난주에는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을 수사하는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와 함께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했다. 검찰은 자료 분석을 마치는대로 조만간 중요 관련자를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