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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김과는 만찬, 펠로시는 통화…尹 '하로동선' 외교[한반도 리뷰]



국방/외교

    성김과는 만찬, 펠로시는 통화…尹 '하로동선' 외교[한반도 리뷰]

    핵심요약

    대통령실의 군색한 변명…'국익 총체적 고려' 발언이 오히려 부채질
    미국은 부글부글, 중국은 표정관리…얻은 것 없이 中 기세만 키워
    균형외교 급선회? 朴정부 '천안문→사드' 냉온탕 외교 되풀이 우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윤석열 대통령. 박종민 기자·연합뉴스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윤석열 대통령. 박종민 기자·연합뉴스
    휴가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에 온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미국 권력서열 3위라고 해서 무조건 만나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다만 대통령의 결정에는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만약 말 못 할 복잡한 사정 때문에 어렵다면 적절한 명분 제시로 빠져나오는 영민함도 필요하다. 강단과 품격, 강대국에 맞서 약자의 존엄을 지키는 수단이다.
     
    불행하게도 윤 대통령은 이번에 둘 다 놓치고 말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고 미 하원의장의 상대역은 국회의장이라는 점을 접견 불발 이유로 들었다. 군색한 변명이다.
     

    대통령실의 군색한 변명…'국익 총체적 고려' 발언이 오히려 부채질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사진공동취재단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주요 인사들이 방한 시 우리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은 팩트체크도 필요 없는 상식이다. 지난 정부 때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물론 아미 베라 하원 아태소위원장까지 접견했다.
     
    사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이긴 하지만 차관보급인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도 만났다. 그것도 개인 사저에서 음주를 곁들인 만찬 회동이었다.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오히려 소탈한 성품이 부각됐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이번에는 지척의 펠로시 의장과 전화통화만 하고 돌려보냈다. 어떤 오해를 받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통령실의 실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접견 불발이 중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결정적 정황 증거로 치부됐다. 한미동맹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이 돌연 미 하원의장과 거리두기를 했으니 무리가 아니다.

    미국은 부글부글, 중국은 표정관리…얻은 것 없이 中 기세만 키워

    김진표 국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김진표 국회의장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결단'은 국익에 과연 도움이 됐을까. '의문의 1패'를 당한 미국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미 전직 관료는 "미국을 모욕한 것"(7일 VOA 인터뷰)이라고 아예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중국이 고마워하는 기색도 없다. 오히려 한국이 '중국의 적대감을 유발할 위험을 피한 것'(글로벌타임스)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당연시하고 있다.
     
    사실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접견 불발은 중국으로서도 기대하지 않았던 소득일 것이다. 그런데도 기왕에 일이 이렇게 되자 표정관리를 하며 부지런히 주판알을 튕기는 형국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11월에 물러나는 원로 정치인(펠로시)이 다른 나라 정상들은 다 만나는데 한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낸다면 중국이 옹졸하게 보여졌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면 이거라도 잘 챙겼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균형외교 급선회? 朴정부 '천안문→사드' 냉온탕 외교 되풀이 우려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중 성향마저 드러내던 윤 대통령이 갑자기 균형외교를 시도하는 것은 쉽게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의 '탈중국' 발언이 나온 지 불과 한 달여 만의 급선회여서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 외교의 예측 불가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 수석의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지나칠 만큼 자극적이었다. 안 그래도 중국이 예민하게 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뜬금없이 꺼낼 얘기는 더욱 아니었다.
     
    반대로 펠로시 의장의 방한은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동맹국의 의회 지도자와 만나는 것은 누구의 눈치를 볼 것 없는 주권적 영역이다. 이번에야 말로 당당하게 한국의 독자적 목소리까지 낼 수 있다면 더 금상첨화였을 기회였다.
     
    이런 형세를 가리켜 여름에 화로를 팔고 겨울에 부채를 파는 '하로동선'이라 한다면 지나치다고 할까.
     
    하지만 한국 외교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천안문 성루에 올랐다가 사드(THAAD) 도입으로 냉온탕을 오간 경험이 있다. 반일을 외치다 위안부 굴욕 합의로 끝난 흑역사도 이때의 일이다. '신뢰 외교'를 표방했지만 오락가락하다 오히려 신뢰를 잃었다.
     
    한 전직 외교관은 "중국은 한국이 여전히 우리 눈치를 본다고 생각할 것이고, 미국은 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며 "이게 참 아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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