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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한민국은 법조공화국이다?



칼럼

    [칼럼]대한민국은 법조공화국이다?

    정치는 실종되고 법정싸움만 남은 국민의힘 권력투쟁
    비대위가 불법인정됐음에도 당헌 고쳐 비상상황을 만들려는 국민의힘 무리수
    선출직 대표에 대한 무리한 축출 시도는 결국 유권자와 당원들을 무시하는 처사
    법정싸움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처뿐 정치적 타협점 모색해야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정당정치는 참정권을 근간으로 한다.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모두 가진 대한민국 국민은 선거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투영하고 실행한다. 투표의 결과는 그 과정에서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불가역적이다. 투표는 가장 강력한 정치행위다.
     
    헌데 우리 정치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지금 여당의 모습을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진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어떤 이유로 축출되고 이에 반발한 당사자가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을 향해 강력한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싸움의 시작은 이준석 전 대표를 대표직에서 내몰기 위한 당 윤리위원회부터 시작됐다. 대선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내내 불편한 관계였던 이준석 전 대표는 이른 바 '윤핵관'에게는 사실상 정적이나 다름없다.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직에 있으면서 당 운영과 다음 총선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윤 대통령 역시 '윤핵관'의 이런 입장과 마찬가지였던 것이 분명하다. '내부총질이나 하던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는 문자는 그런 심정을 대변한다. 내심 생각만 했더라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을 그 문자가 공개되는 바람에 본심이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대통령과 윤핵관의 본심을 확인한 이상 이준석 전 대표가 곱게 물러날 리가 없다. 자신의 혐의에 대한 입증여부를 떠나 싸움을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자신을 몰아내기 위한 최고위원회와 전국위원회의 의결, 그리고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정으로 이 문제를 끌고 들어갔다. 결과는 이준석의 승리. 비대위가 꾸려진 지 불과 열흘도 안 돼 비대위는 불법단체가 되고 말았다.
     
    여기까지 상황이 악화됐으면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은 정치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지. 이제는 '내부총질'이 아니라 '외부포격'에 나서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를 어떻게 진정시키고 끌어안을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했어야 할 상황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소속 1천500여 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같은 시각,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문이 진행됐다.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소속 1천500여 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같은 시각,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문이 진행됐다. 국회사진취재단
    그런데 국민의힘은 '정치'를 법정으로 끌고 들어간 이준석 전 대표와 맞서 같은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법률싸움에 법률싸움으로 맞서고 있다. 정치는 실종되고, 이준석 전 대표에게 '투표'한 당원들의 권리는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
     
    더구나 국민의힘이 법률로 대응하는 방식도 정당하지 못해 보인다. 법원에서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할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확인하자, 당의 비상상황을 확대하기 위해 당헌과 당규를 바꾸면 된다는 아주 쉬운 판단을 내린 것이다. 법률싸움을 벌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규정인 당헌을 바꾸려는 모순된 상황을 만들고 있다.
     
    권력싸움을 위해 당헌과 당규를 멋대로 바꾸려는 정당에 대해 국민의힘 당원들과 유권자인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는 비대위 체제를 어떻게든 유지하려는 국민의힘의 조치에 대해 다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원장의 직무정지에 대한 이의신청으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치는 실종되고 법정싸움만 남아있다. 정치의 본질인 타협과 협상은 우리 정치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국회는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으면 곧바로 국회점거나 고발로 이어지는 벼랑 끝 싸움판이다. 선출직 권력이 자신을 선출해준 유권자들을 이렇게 무시하고 의식하지 않는 국회가 어느 곳에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법정싸움에 진 뒤 그 판단을 존중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불리한 판결을 받아들면 자신들이 판단을 내맡긴 사법부를 비난하는 꼴사나운 모습마저 연출하고 있다. 당헌, 당규를 고쳐서라도 비상상황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국민의힘의 모습이 지금 이 모습이 아닌가 모르겠다.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권력투쟁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정권을 잡은 지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은 여당내부에서 권력을 선점하겠다는 상호간의 '내부총질'에는 대통령실도 연관돼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 불행한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던 후유증과 피해는 모두 유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 걱정될 뿐이다. 우리는 민주공화국이 아닌 모든 정치적 판단을 법정에서 해야 하는 법조공화국에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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