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빈곤이 낳은 '외로운 죽음'…취약계층에 왜 늘어갈까

    
10월 17일, 오늘은 세계 빈곤퇴치의 날입니다. 국제연합(UN)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에 공인했는데요. 매년 이날이면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립니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장례 치러 줄 사람마저 없는 이들이죠. 가난한 사람은 관계의 빈곤까지 이중고를 겪으며 외로운 죽음에 처할 위기에 놓입니다.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 3603명으로, 3년 전에 비해 47%나 증가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해마다 꾸준히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2314명이 집계돼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무연고 사망자들의 경제적 상황은 어땠을까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여간 무연고 사망자 최종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자격 현황을 확인해본 결과,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은 2020년 69.9%에서 2022년 7월 74.4%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보험에 가입한 경우라도 납부 보험료가 월 3만 원 미만인 취약계층이 약 80%를 차지했고, 그중에서도 15%는 1만 원 미만의 저소득 취약계층인 것으로 확인됐죠.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 7월호'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은 50대 중년 남성에서 높은 비율로 발생했습니다. 비자발적인 조기 퇴직에 따른 경제적 빈곤과 가족 해체 등 사회적 고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한국노동연구원이 무연고 사망과 개연성이 높다고 본 사회적 고립도는 OECD 회원국들 가운데 한국이 최상위권 수준입니다.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던 끝에 숨진 수원 세 모녀의 장례가 치러진 지난 8월 25일 수원중앙병원장례식장 모습. 빈소 알림판에는 상주 이름 없이 '공영 장례'라고 안내됐다. 박창주 기자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던 끝에 숨진 수원 세 모녀의 장례가 치러진 지난 8월 25일 수원중앙병원장례식장 모습. 빈소 알림판에는 상주 이름 없이 '공영 장례'라고 안내됐다. 박창주 기자
빈곤의 또다른 얼굴은 '고립'입니다. 지난 6월 서울 서대문구의 한 3층짜리 건물에서 70대 A씨가 숨진지 두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습니다. 채무가 상당해 궁핍한 상황이었지만 서류상 건물주이던 A씨는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시신 수습 과정에서 A씨가 가족과 단절돼 혼자 지낸 사실도 드러났죠.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과 고독사의 관계성에 대해 "대부분 경제적 빈곤이 관계적 빈곤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결부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초고령사회 대비 고독사 대응 현황과 과제'(2022) 캡처국회입법조사처, '초고령사회 대비 고독사 대응 현황과 과제'(2022) 캡처
빈곤층에서 자주 발생되는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 어떻게 다를까요. 법률 정의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입니다. 이에 반해,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시신, 연고자가 있으나 시체인수를 거부‧기피하는 등의 사망자"를 말하죠. 그러나 두 개념을 혼용해 통계치를 내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돼왔는데요.
지난 6월 입법조사처 보고서에서도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더라도, 가족이 시신을 인수한 경우는 무연고사가 아닌 고독사로 분류된다"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두 개념이 '사회적 고립' 여부보다는 '시신 인수의 주체'가 가족인지 지자체인지를 구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됐다는 건데요. 이에 정부는 각 지자체의 무연고사 통계와 별개로 고독사 실태조사를 올 하반기 중 첫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서울시가 관내 장제급여 수급자 중 1인가구이며 집에서 사망한 사례를 기준으로 고독사를 살펴봤습니다. 2020년 기준 서울시 고독사 위험사례는 총 978건. 이 중 기초수급 대상이 아닌 일반 사례는 13건으로, 전체 1.3%에 불과했는데요. 나머지 약 98%가 정부나 지자체에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는 이들이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살 노인 추모제에서 헌화하는 노인. 연합뉴스무연고 사망·자살 노인 추모제에서 헌화하는 노인. 연합뉴스
빈곤을 벗어나면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 같은 '외로운 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요. 지난 1일 서울 종묘공원 앞에서 '무연고 사망 노인과 자살한 노인들을 위한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중 65세 이상 노인의 수는 2020년과 2021년에 전년대비 18%, 29% 증가해 전체의 약 45%와 54%를 차지했는데요. 2021년 기준 한국의 노인 인구 소득 빈곤율은 43.4%로, OECD 평균인 13.1%에 비하면 크게 차이납니다.
    
이날 추모제에서 노후희망유니온 김국진 위원장은 "무연고 노인과 노인 자살은 빈곤과 소외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정부가 매년 무연고 사망 및 자살 노인의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고 3년 안에 무연고 사망자 등의 숫자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장애인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장애인 무연고 사망자는 1371명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했는데요.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약 40% 증가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비장애인의 무연고 사망자 증가율인 약 19%에 비해 두 배 이상 큰 수치죠.  
최혜영 의원은 "정부는 무연고 사망이 특히 장애인과 저소득층에게 많이 일어나는 원인을 파악하고,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취약계층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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