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ICBM 화성 17형 시험발사에 참관해 재발사 성공을 기뻐하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스1 제공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신형 ICBM 화성 17형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32일간의 잠행 끝에 선택한 공개 활동이다. 북한은 이날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의 존재를 언급했다.
지난 10월초 김 위원장이 30일간의 잠행을 마치고 등장했을 때는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훈련을 지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가 한반도 주변을 겨냥한 전술핵이라면 이번에는 미국용 전략핵이다. 양자 모두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대내외에 선언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화성17형의 시험발사 현장에 이례적으로 자신의 딸을 대동했다. 김주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딸의 첫 등장이다. 부인 리설주에다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 등 백두혈통이 총출동했다.
김 위원장은 화성17형의 시험발사 현장에 이례적으로 자신의 딸을 대동했다. 뉴스1 제공김 위원장이 발사 현장에 자신의 딸을 대동한 사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먼저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의 의미를 대내외에 적극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다.
발사 실패 15일 만에 이뤄진 재발사가 성공했다는 것은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에도 큰 의미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3일 화성 17형 발사 실패 때 침묵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다.
김정은 딸의 예상치 못한 등장으로 미국 본토 타격 사거리를 확보한 것으로 추산되는 전략핵 투발수단의 존재가 함께 부각된 측면이 있다.
김정은의 딸이 화성17형 시험발사장에 등장한 것을 후계구도와 연결시키는 전문가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장남이나 차남을 제치고 자신의 성격을 가장 빼닮은 삼남 김정은을 매우 이른 시기에 후계자로 선택한 것처럼 김정은도 자신을 가장 빼닮은 딸을 후계자로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딸이 화성17형 시험발사장에 등장한 것을 후계구도와 연결시키는 전문가도 있다. 아빠 손을 꼭 잡은 김정은 딸 모습. 뉴스1 제공정 센터장은 "북한이 신형 ICBM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김정은의 딸 사진을 공개한 것은 그가 앞으로 김정은의 국가핵전략무력강화 노선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김정은 딸의 데뷔를 후계 구도와 연결하기 보다는 화성 17형 시험발사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더 많다.
다만 3대 권력승계에 성공한 김 위원장이 백두혈통의 후계세대, 즉 자신의 자식들이 잘 커나가고 있음을 화성 17형 발사 성공이라는 중요한 계기를 통해 북한 인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포석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에게는 이번에 등장한 딸의 위와 아래로 2명의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녀구분 등 가부장적 전통이 매우 강한 사회"라며, "김 위원장이 이번에 공개석상에 등장한 딸을 후계자로 염두에 뒀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으나 현 시점에 너무 빠른 판단으로 향후 동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현 시점에서 장남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낄 수도 있고, 일정한 목적 하에 신상을 숨기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백두혈통의 후계세대, 즉 자신들의 자식들이 잘 커나가고 있음을 화성 17형 발사 성공이라는 중요한 계기를 통해 북한 인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스1 제공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의 가족 동반은 화성17형 발사 성공의 자신감과 성과를 함께 하는 의미가 크다"면서,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속성을 잘 아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후계자의 조기 등판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만약 후계구도를 염두에 두었다면 딸보다 아들을 내세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10대 안팎으로 추정되는 딸을 대동한 데는 핵무기는 북한 후대의 평화 안보와도 직결된다는 메시지를 북한 인민들에게 전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핵 무력을 강화해야할 또 하나의 이유를 북한 인민에게 제시하는 셈이다.
노동신문은 화성 17형 발사 뒤 20일 보도에서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보유국"이라고 성과를 부각시키며, 후대들을 위해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김 위원장과 딸, 친동생 김여정 등 백두혈통이 총출동함으로써 핵무기와 백두혈통, 북한 인민, 북한 후대가 하나로 연결된 운명 공동체임을 강조하는 맥락이다.
노동신문은 19일 보도에서는 김 위원장이 "중요 전략무기 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어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며, 이에 고무된 참석자들이 "전략 무력을 가속적으로 건설하며 핵병기를 더욱 억척같이 틀어쥠으로써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길이길이 보위해갈 불타는 결의를 다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백두혈통 가족들의 참여가 핵 관련 참석자들의 사기를 크게 진작시켰다는 것으로, 전략핵 시험발사를 고리로 백두혈통, 조국, 인민을 하나로 연결시켜 체제 단결을 꾀하는 양상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9월 9일 핵 무력을 법제화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은 우리의 국위이고 국체"이자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고 영원한 존엄"이라고 강조하면서, 수령 중심의 운명공동체적 관계임을 역설한 바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김정은이 ICBM을 배경으로 딸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으로 무엇인가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핵 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는 계속 혁명의 입장에서 한미일 등 세계가 중국을 통해 북 핵 포기를 달성하려는 것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려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