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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통 눈감아…4·3 수형인 국가배상 또 사실상 패소



제주

    사회적 고통 눈감아…4·3 수형인 국가배상 또 사실상 패소

    법원, 일부 수형인과 가족만 인용…"민주주의 꽉 막힌 느낌"

    지난해 10월 국가배상 소송 선고 직후 실망한 4·3 수형인들 모습. 고상현 기자지난해 10월 국가배상 소송 선고 직후 실망한 4·3 수형인들 모습. 고상현 기자
    70여 년 만에 죄를 벗은 제주4.3 수형인과 그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사실상 패소했다. 사회적 고통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3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민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오계춘 할머니(100) 등 수형인 18명과 그 가족 등 32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별다른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오계춘 할머니와 가족 등 일부에게만 추가로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사실상 나머지 수형인과 그 가족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오 할머니 등 수형인 18명은 4‧3광풍이 휘몰아치던 1948년 가을부터 이듬해 7월까지 불법 군사재판으로 최소 8개월 이상에서 최대 11년 이상 다른 지역 형무소에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이다.
     
    이들 모두 지난 2019년 1월 재심을 통해 죄를 벗었다. 법원은 "당시 구속영장 없이 불법 구금했고, 폭행과 고문 등 가혹행위가 이뤄져 옛 형사소송 절차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2019년 1월 재심을 통해 70년 만에 죄를 벗은 수형인들 모습. 고상현 기자 2019년 1월 재심을 통해 70년 만에 죄를 벗은 수형인들 모습. 고상현 기자 
    사실상 무죄 판결 이후 이들은 법원으로부터 불법 구금 기간에 대한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이후 수형인 18명과 함께 그 자녀, 배우자가 대한민국 정부를 피고로 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면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출소 후에도 경찰관 등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하거나 전과자 낙인 등 사회적 고통도 호소했다.
     
    이들은 1심에서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모두 124억여 원을 정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
     
    1심은 불법 구금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억울한 옥살이로 파생된 여러 사회적 고통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법 구금에 대한 결과여서 별개의 피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특히 불법 구금 피해에 대해서는 형사 보상금을 받아 추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아울러 4‧3 당시 군‧경이 집과 마을을 불태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거나 수형소로 끌려가는 과정에서 자녀가 굶어 죽는 등의 피해에 대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제주지방법원. 고상현 기자
    사실상 1심에서 패소하자, 이들은 2심에서는 고문이나 장애 등의 피해만 고려해 모두 8억4000만여 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천만 원만 인용돼 사실상 사회적 고통은 보상받지 못했다.
     
    4.3수형인 재심 재판과 이번 손해배상소송을 이끌어온 4.3도민연대 양동윤 대표는 "연좌제나 명예훼손 피해를 인정 안했다. 그동안 국민이 이룩한 민주주의가 꽉 막혀버린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판결문을 받아서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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