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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함'만 남은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큰 혼란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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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함'만 남은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큰 혼란은 없어

    경기지역 초등학교, 급식 대신 간편식 제공
    생소한 간편식에도 학생 불만 거의 없어
    영양사·교장, 균형있는 식사 제공 못해 '미안'
    학비연대 "피해 주기 싫지만, 하루만 참아달라"

    주먹밥, 초코머핀, 사과 쥬스, 귤이 담긴 간편식 봉지를 받아가는 학생들. 경기도교육청 제공주먹밥, 초코머핀, 사과 쥬스, 귤이 담긴 간편식 봉지를 받아가는 학생들. 경기도교육청 제공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밥이 안 나와요. 그래도 고생해서 준비한 거니까 맛있게 먹어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5일 오전 11시 40분쯤 경기남부지역 A 초등학교 급식실.

    인솔 교사와 함께 병설 유치원 원아 10여 명 급식실로 들어왔다. 교직원들은 미리 준비한 비닐봉지에 주먹밥, 초코머핀, 사과주스, 귤을 넣어 나눠줬다.

    A 초등학교의 급식 종사자는 모두 5명으로, 이중 4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1명이 병가를 내 학생들에게 간편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유치원생들은 평소와는 다른 점심 메뉴에 "오늘은 왜 이거(간편식)에요?"라고 질문했다. 선생과 교직원들은 자세한 설명 없이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만 답했다.

    간편식을 먹는 학생들. 경기도교육청 제공간편식을 먹는 학생들. 경기도교육청 제공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던 아이들이 각자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 아이는 "맛있다"며 모든 음식을 비워냈고, 다른 아이는 "밥 먹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이 적었는지 교직원에게 다가가 주먹밥을 가리키며 "하나 더 주세요"라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아침부터 간편식을 준비한 영양사 B 씨는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고 맛있는 급식을 제공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간편식을 준비하게 됐다"라며 "최대한 아이의 기호에 맞춰 준비했지만, 많이 부족한 것 같다"라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A학교 교장은 "급식 종사자분들이 며칠 전 파업 때문에 미안하다고 했는데, 나는 잘 다녀오라고 응원했다"라며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분들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기에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총파업은 학교 비정규직 노조 측과 사용자인 시·도교육청이 임금교섭에 난항을 겪으며 촉발됐다. 노사 양측은 올해 6차례 실무교섭과 2차례 본교섭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학비연대는 학교 급식실 폐암·산재 종합 대책 마련, 지방 교육재정 감축 반대, 정규직과 차별 없는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연대회의 관계자는 "우리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급식 종사자의 임금 수준과 근로 조건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오늘 하루만 불편함을 감수해 달라"고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도교육청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도내 학교 파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도내 학교 비정규직 3만7293명 중 5902명(16%)가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급식종사자의 경우 1만5707명 중 4744명(30%)가 파업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도내 공립 유·초·중·고·특수학교 총 2708개교 중 868개교가 급식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이 중 849교는 대체급식을 진행했으며, 급식 미실시교는 19교다.

    초등 돌봄의 경우에도 일부 초등보육전담사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전체 운영되는 돌봄교실의 2%인 64개실이 운영되지 못했다.

    유치원은 전체 1286개원의 1%에 달하는 15개원이 방과 후 돌봄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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