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2년 12월 31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제주시 일시 청소년 쉼터 '버프' 김은영 소장(제주성안교회)
삶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는 시간 로드 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거리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제주시 일시 청소년 쉼터 '버프'의 김은영 소장을 제주CBS 목회자 기자인 유호영 목사가 만나봅니다.
◆유호영> 누구나 겪었고 누구나 겪어야 하는 시기가 청소년 시기죠. 그런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있는 곳을 찾아왔습니다. 제주시 일시 청소년 쉼터, 이동형 쉼터인 '버프'의 김은영 소장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우선 '버프'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실까요.
◇김은영> 버프는 버스 프렌드의 줄임말이고요. 버프에는 저를 포함해서 아홉 명의 선생님들이 섬기고 있습니다.
매주 4일간 거리에 직접 나가서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거리에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고,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거리의 청소년들을 발굴하고, 귀가시키고 그렇게 못할 때는 청소년들이 하루 숙식할 수 있는 기관으로 연계도 하고요.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서 그 청소년들이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립의 연계까지 넓혀서 하고 있습니다.
◆유호영> 버프는 언제 시작된 겁니까.
◇김은영> '청소년 이동 쉼터 청소년센터'라는 이름으로 제주성안교회에서 설립한 성안복지재단에서 시작됐습니다.
저희들이 '버스 프렌드'라고, 버스를 가지고 거리에 나가거든요. 이 버스 안에 아이들이 와서 상담도 하고 쉬기도 하고 식사도 하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버스를 모두 개조하는 건 많은 돈이 필요한데요, 우리 제주성안교회 권사님 두 분이 헌금을 해주셔서 버스가 마련된 거고요. 그 버스를 가지고 제주시 시청 부근, 가장 청소년이 많이 모여 있는, 밀집되어 있는 공간에 거점을 두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성안복지재단에서 2015년 7월 16일에 개원했거든요. 개원을 시작으로 3년 간 청소년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다가 2018년 2월 1일 여성가족부에서 위탁 받아 제주시 지정 공공기관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동쉼터 '버프'이용하는 청소년들. 버프 제공◆유호영> 저는 버프를 방문해 본 적이 있거든요. 아주 아늑하고, 우리 청소년들이 오기에 정말 편안한 곳이라는 걸 알았는데, 혹시 현재 제주의 거리 청소년들은 어느 정도가 되고 또 이렇게 위기를 맞고 있는지 통계로 나온 게 있습니까.
◇김은영> 안타깝게도 가정밖 청소년이라든지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습니다. 그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거든요. 학교밖 청소년은 '학교밖지원센터'와 교육청 통계를 통해 몇 명이라는 걸 추산해 볼 수 있고요.
가정 문제 때문에 가정을 이탈한 청소년 통계는 조사해 본 적이 없어요. 가장 아쉽고, 우리가 추산만 할 수 있는데, 제주에서 가장 위험한 건 이혼율, 가정 해체율이 전국 1위라고 하는 거죠.
그것 때문에 해마다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 저희들이 추산하기에는 제주지방경찰청에 신고되어 있는 실종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일 년에 한 3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거든요.
학교밖 청소년들이 일 년에 한 사오백명 등 1년에 대략 1000명의 청소년들이 거리에 나와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고요.
코로나 전에 저희들이 만났던 청소년들이 2019년에 1만 명 이상이었어요. 2020년부터 코로나 때문에 한 5000여 명의 청소년들을 지금껏 만나고 있거든요.
그렇게 추산을 하고 있고, 만나는 청소년들마다 다양한 문제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까 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거기에 발맞춰 나갈 수 있도록 저희도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유호영> 거리 청소년들의 고민거리는 뭘까요.
◇김은영> 제가 보는 제주 청소년들의 문제는 가정 해체율이 제일 높다는 것하고 학교밖 청소년들의 숫자가 많다는 겁니다.
학교밖 청소년이라고 하면 고등학교나 중학교를 다니다가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학력이라든지 자격증이라든지 이런 전문적인 기술 자격증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들에 다 취약한 청소년들이에요. 결국 이 청소년들이 사회에 진입하고 자립하는데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을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게 최우선이지만 가정으로 복귀해도 가정이 변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들도 변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 자립의 문제에 특화를 가지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자는 생각에 아이들의 자립에 관련된 직업 훈련이라든지 제주 지역에 건강한 사회적 기업을 연결한 일자리 인턴십 등을 통해 아이들이 제대로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이런 부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호영> 제주성안교회에서 시작한 버프였잖아요. 지금 이 사역이 세상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은영> 저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들이 많았어요. 공공기관으로 들어가게 되면 종교 활동이라든지, 선교에 관한 것들에 대한 제한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안에서 섬기는 사람은 성도로서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으로 섬겨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직장에서는 신우회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우리 기관에서도 하나님을 믿는 직원들이 모여서 일주일에 한 번씩 큐티(QT)를 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보면 작은 한사람, 그리고 가난한 자 한사람, 약한 자 한사람을 그냥 지나쳐 보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아이들을 섬겨나가고 있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우리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우리는 사회공헌 기업에 많은 공모를 합니다. 그 공모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대학 학자금이라든지 주거 지원비라든지, 그리고 청소년 부모 가정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청소년들이 그 가정을 깨지 않고 온전히 보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이뤄지는 상담. 버프 제공◆유호영> 앞으로 버프 운영과 관련해서 어떤 생각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까.
◇김은영> 우리 사회복지사는 그 본질이 약자를 보호하면서 약자 편에 서서 옹호자 역할을 하잖아요. 이 약한 자들을 제도권 안에서 보호할 수 있도록 정책 제언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책적인 면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예를 들면 근로 청소년들이 많거든요. 우리가 만나고 있는 위기군에 속해 있는 가정밖 청소년의 아르바이트는 생계벌이에요. 엄연히 다른 거죠.
생계벌이를 하면서 청소년들이 집을 나올 수밖에 없고 그리고 18세 이하는 반드시 근로계약서가 있어야 되고, 후견인과 보호자가 있어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그 보호자 역할을 못해주니까 나중에 불상사가 생기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아이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보니까 우리 제주에 근로청소년 관련 조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세히 살펴봤는데,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아서 이런 것들을 토론회를 통해서 알리게 했고 제언을 했습니다.
사각지대의 우리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근로청소년 노동권익 조례 개정에 대해서 조금 더 힘을 보태면서 개정해 나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사회복지도 통합 돌봄이 되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자리나 주거 안정,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통합 돌봄에 조금 더 뛰어볼 생각입니다.
힙합동아리 활동. 버프 제공◆유호영> 소장님은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게 된 겁니까.
◇김은영> 제가 대장암으로 정말 어려움을 겪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한 1년간 하나님이 저에게 주신 마음이 있었는데요.
제가 일 년 동안 회개하면서 울었던 게 '내 자녀들, 내 아이들을 영적으로 올바르게 키우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부모가 먼저 돌아가시고 없을 때 우리 아이들이 겪을 그 아픔을 어떻게 아이들이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 많은 회개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주님 저를 살려주신다면 그리고 만약에 제가 앞으로 더 살아간다면 이렇게 부모의 도움이 정말 필요한 청소년들을 위해서 제가 그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겠습니다'라는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정말 너무 놀랍게도 그런 일들을 펼쳐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암을 치료하고 자연스럽게 하나님이 저를 가정법원의 가사조정위원 일을 하게 하시면서 해체가정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게 아이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게 하셨고요.
그리고 학교에 가서 일을 하면서 학교밖 청소년들의 어려움들을 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장암은 다행히 완치됐습니다.
◆유호영> 우리가 직접 관여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들이 거리 청소년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좋은지 전문가로서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은영> 많은 사람들이 거리밖 청소년,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시선에 선입견이 많습니다. 모든 문제가 다 아이들한테 있다고만 생각해요. 왜 부모 말을 안 듣고 밖에 나오는지, 왜 학교를 그만두는지, 그런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거든요.
아이들이 가정에서 이탈될 수밖에 없는 상황들, 그 아이들은 결국 살고 싶어서 밖으로 나오고 학교를 나오는 겁니다. 문제가 아이들한테 있는 게 아니라 가정 안에 있고 학교 안에, 제도권 안에 있구나 하는 것들을 이해해 주면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고요.
우리가 그런 시선으로 울타리가 되어 준다면 밖에 있는 거리의 많은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이 사회를 믿고 건강하게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집니다.
제주CBS 목회자 기자인 유호영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