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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하극상에 반신불수" 제주 유적관리팀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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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 하극상에 반신불수" 제주 유적관리팀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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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하 직원이 팀장에 수시로 업무 거부에 고성"
    "해설사 근무태만 지적하자…'대우해 달라'며 무시"
    "외부인력 인건비 부적정 책정 시정 요구하자 반항"
    "'팀장 아니라 주무관' 주변에 대놓고 깔보기도
    부하직원과 6개월간 갈등에 결국 뇌출혈로 팀장 쓰러져
    "과장이 미리 조치해줬어도 사고 안 났다" 주장도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재해 신청…제주도 감사위 조사
    해당 직원 "현재 감사위 조사 중이라 드릴 말씀 없다"
    전 과장 "갈등 사실 인지…인사 조치하려 했으나 사고"

    사고 직후 A씨 모습. 가족 제공사고 직후 A씨 모습. 가족 제공
    "애기 아빠가 재활이 너무 힘들대요. '이렇게 사느니 죽고 싶다'며 눈물을 보이는 거예요. 26년 동안 성실히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애기 아빠가 무슨 잘못으로 이렇게 돼야 하는지…."
     

    지난 18일 제주시 한 종합병원 로비에서 만난 A씨의 아내는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해 1월부터 도내 한 유적지 관리팀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부하 직원인 청원경찰 B씨로부터 갖은 모욕을 당했다고 한다. 급기야 지난해 6월 30일 회의시간 B씨와 다투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사고 직후 한 달 동안 죽은 사람과 다름없었어요. 목과 코에 관을 꽂고 신음소리만 냈어요. 지금도 제대로 말을 못하고 걷지도 못해요." A씨의 아내는 안타까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휠체어에 탄 채 얘기를 듣고 있던 A씨는 "집사람이 그만 고생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슬하에 어린 세 자녀를 둔 가장은 졸지에 반신불수가 됐다. 현재 공무원직도 휴직한 상태로, 아내가 7개월여 동안 병간호와 함께 가정을 부양하는 등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유적관리팀에 무슨 일이…"업무 시정 요구에 반항"

    최근 노무법인 오름 김용호 공인노무사가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한 '재해 경위서' 자료에는 A씨가 지난해 1월부터 뇌출혈로 쓰러진 6월 30일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이 자료는 김용호 노무사가 A씨를 비롯해 부서 전‧현직 직원들의 진술을 종합해 작성했다.
     
    '재해 경위서'에 따르면 약 33만평(110만㎡)에 이르는 도내 한 유적지의 환경정비와 해설사·직원복무 관리‧감독 일을 한 A씨는 5개월여 동안 수시로 직원인 B씨와 마찰을 겪었다.
     
    주로 B씨가 담당한 해설사 관리업무와 예초작업 등 환경정비 업무에서 극심한 갈등이 빚어졌다. 유적 관리팀에 배정된 직원이 부족한 터라 B씨가 청원경찰 업무뿐만 아니라 해설사 관리업무와 환경정비 업무도 맡았다. B씨뿐만 아니라 A씨, 다른 직원들도 함께 도와주는 상황이었다.
     
    먼저 해설사들의 근무태만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 해당 유적지에는 모두 10명의 해설사가 배정돼 있다. 해설사들이 근무 일정을 갑자기 당일에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일이 잦았다. 그 배경에는 B씨와 해설사들이 선후배나 지인관계로 엮여 있어 B씨가 부당하게 편의를 봐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씨는 B씨에게 "공무원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해설사들의 근무일 파악과 근무일정 관리를 정확하게 해야 겠다"고 주의를 줬다. 하지만 B씨는 A씨에게 오히려 "지금까지 전 팀장들은 청원경찰협의회장인 나를 대우해 줬다"며 언성을 높이며 대들었다는 게 증언 내용이다.
     
    지난해 5월 해설사 근무표. 빨간 부분인 날에 한 명도 출근하지 않았다. 김용호 노무사 제공지난해 5월 해설사 근무표. 빨간 부분인 날에 한 명도 출근하지 않았다. 김용호 노무사 제공
    급기야 지난해 4월 말 해설사 관리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넘긴 뒤로는 해설사들이 집단으로 단체 관광객이 많아 가장 바쁜 평일에 출근하지 않거나 한 명만 출근하는 일이 벌어졌다.
     
    취재진이 입수한 지난해 5월과 6월 해설사 근무표를 보면 단체 관광객이 많아 바쁜 평일에 해설사들이 출근하지 않은 날이 두 달간 18일에 달한다. "해설사 관리 업무를 그만두게 되자 B씨가 골탕을 먹이려고 일부러 해설사들을 출근하지 않도록 했다"는 게 김용호 노무사의 설명이다.
     

    "팀장이 아니라 주무관" 대놓고 깔보고 업무 거부

    유적지 내 예초작업 인력의 부적정한 인건비 처리 문제도 큰 갈등이었다. B씨는 예초작업 인력을 고향 청년회나 지인을 대상으로 인부를 모집했다. 작업이 끝난 뒤 B씨는 근무인원과 근무시간을 정해 결재를 올렸는데, 실제 인원수와 근무시간과 다르게 부풀려서 비용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가령 예초 작업 외부인력의 인원수를 '금요일 5명, 토요일 5명, 일요일 5명'이라고 사전결재를 올렸는데, 실제 나온 인원은 '금요일 0명, 토요일 0명, 일요일 10명'이었다. 아울러 원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안 된 오후 3시에 정해진 할당량을 다하지 않았는데도 하루치 일당을 청구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감독자로서 B씨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업무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고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B씨는 "그냥 그렇게 해달라. 그전에는 그렇게 해왔다. 다른 곳에 가면 인건비를 많이 주는데, 하나하나 따지려고 드느냐"며 반항했다는 게 증언 내용이다.
     
    이밖에 B씨는 관리자인 A씨의 업무지시에도 수시로 반항하고 대들었다고 한다. 급기야 지난해 5월 청원경찰 업무 외에 다른 업무는 일체 하지 않겠다며 정복을 입고 3일간 시위하기도 했다.
     
    A씨는 '가장 모욕적인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적정한 업무에 대해서는 제가 관리자로서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 건데, 말을 듣지 않았다. B씨가 이전 팀장들에게도 그랬더라. 청원경찰인데 팀장처럼 군림했다. 유적지 업무를 좌지우지했다"라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병실로 향하는 A씨와 그의 아내 B씨. 고상현 기자인터뷰를 마친 뒤 병실로 향하는 A씨와 그의 아내 B씨. 고상현 기자
    동료 직원의 진술을 종합하면 B씨는 A씨보다 오래 전부터 해당 유적지에서 근무해왔다. 해설사와 외부인력에게 편의를 봐주며 '왕처럼 군림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늦깎이 공무원이 된 A씨가 팀장으로 오자 깔보며 "A씨는 팀장이 아니라 주무관"이라며 주변에 얘기했다는 증언이다.
     

    "사고 당일도 갈등"…제주도 감사위원회 조사

    업무 갈등 외에도 인간적인 모독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해 6월 30일 B씨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회의를 진행하다 결국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날도 'B씨가 A씨에게 화를 내며 고성을 질렀으며, 사무실과 약 100m 떨어진 매표소 직원들에게도 고성이 들릴 정도였다'는 게 증언 내용이다.
     
    특히 A씨가 쓰러지기 전까지 여러 차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전 문화유적관리과장에게 B씨의 부적정한 행동에 대해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A씨의 아내는 취재진에게 "애기아빠가 과장에게 B씨의 문제점을 얘기했는데, '원래 하던 대로 해줘라'라는 말만 돌아왔다. 사고가 나기 두 달 전에 과장이 애기아빠를 만나 'B씨를 다른 팀으로 옮겨주면 되겠느냐'고 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결국 애기아빠가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사건은 제주도 청문감찰 절차를 거쳐 제주도 감사위원회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A씨의 아내는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상 재해를 신청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도 감사위원회제주도 감사위원회
    취재진은 B씨에게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유적팀 일은 현재 제주도 감사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라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전 문화유적관리과장은 취재진에게 "B씨가 A씨와 갈등이 있던 사실을 알았다. 곧바로 인사 조치를 할 수가 없어서 지난해 8월 정기 인사 때 B씨를 다른 유적지 부서로 옮기려 했다. 그러다 사고가 난 것이다. B씨의 부적정한 업무 처리에 대해서는 한 차례 만나 주의를 줬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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