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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러 무기거래 美 주장 왜 반박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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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약


통일/북한

    김여정, 북러 무기거래 美 주장 왜 반박하지 않았을까?

    핵심요약

    김여정 심야담화 발표…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첫 담화
    정제된 러시아 지지담화…비속어·거친 대남·대미담화와 비교
    전쟁 중인 러시아와 같은 참호에 설 것이라는 北
    북러 군사협력 확대 의지…무기수출 지속 가능성
    복합위기 속 北 무기 수출은 중요 외화 획득 수단
    한반도에도 적용 가능한 우크라 전황구도…北 격상 대응

    연합뉴스연합뉴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지지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가운데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까지 담화를 냈다.
     
    대남·대미 담화에 주력해온 김여정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을 비난하고 러시아를 지지하는 담화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여정의 이름으로 담화의 권위를 높이면서 러시아 지지 입장을 보다 강하게 표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비속어를 섞어가며 감정을 거칠게 표현하던 과거 담화와 달리 이번에는 비교적 정제된 어투와 형식까지 갖췄다. 
     
    김 부부장은 미국과 유럽의 업무개시 시간을 고려한 듯 27일 심야에 발표한 담화에서 "국가의 존엄과 명예,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한 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전쟁 중인 러시아와 같은 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는 말은 러시아 지지는 물론 양국의 군사적 연대 의지까지 드러낸 대목으로 보인다. 
     
    눈길이 가는 것은 이번 담화에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거래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미 백악관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 용병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제공했다며, 두 장의 위성사진을 증거로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무기거래 주장에 대해 '중상모략'이라는 입장을 계속 밝혀온 만큼 이에 대한 반박이 담화에 담길 법도 하지만 침묵했다. 그 대신 김여정이 지적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탱크 지원이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여정이 이처럼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비난하면서도 불법 무기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더 나아가 러시아와의 군사적 연대 의지를 밝힌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가시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양국 군사협력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부부장이 러시아를 옹호하고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비난하는 근거는 주권국가의 자주권 논리이다. 
     
    김 부부장은 "러시아의 안전 우려를 전면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 액수의 군사 장비들을 넘겨주면서 세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파괴하고 있는 미국과 서방나라들은 주권국가들의 자위권에 대하여 시비할 자격이나 그 어떤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를 지원하는 미국이 자위권을 위한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에 시비를 걸 명분이 없다는 강조인 셈이다. 앞으로도 무기지원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이와 관련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 지난 3일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을 지원한 것에 감사를 표하며 북한과 포괄적인 관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이 사실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양국의 군사 협력을 시사한다. 
     
    코로나19와 대북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북한으로서 무기 수출은 외화를 벌 수 있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 탄약과 포탄 등 재래식 무기 재고를 처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다는 것은 자칫 전쟁에 연류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도 당초 자제할 것으로 봤다"면서, "그러나 김여정이 러시아 군대와 한 참호에 서 있을 것이라고 까지 표현한 것은 북한의 대러 무기판매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앞으로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의 국제정세를 '신냉전'이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과 공조 의지를 드러낸 담화"라며, "미국의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 결정 등 군수 물자 지원을 비난하는데 방점을 둔 것은 최근 자신들의 대러 무기거래와 관련한 미국의 의혹 제기에 맞대응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국방성이나 외무성 국장급이 아니라 김여정 명의로 담화의 격을 높인 데는 우크라이나 전쟁 구도가 미국·독일·영국 등의 탱크지원으로 '미국·NATO 대 러시아'의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전쟁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전장이기 때문에 북한의 관심과 대응도 격상됐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전쟁에서 '비핵보유국 우크라이나'와 '핵보유국 미국'이 '핵보유국 러시아'와 대치하는 구도는 '비핵보유국 한국'과 '핵보유국 미국'이 '핵보유국 북한'과 대치하는 한반도 전쟁 상황에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의 전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대신 재래식 전쟁에 의해 전세가 결정되는 상황이라면, 북한의 핵전략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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