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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오른 HMM 인수전…후보군들 "영구채 처리방향 나오기 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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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닻 오른 HMM 인수전…후보군들 "영구채 처리방향 나오기 전엔…"

    핵심요약

    경영권 매각 주관사 및 자문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현대글로비스, LX그룹 등 국내 해운·물류기업 후보군 물망
    정부 보유 영구채 처리 방향 따라 인수가 2배 넘게 커질수도
    "영구채 처리 방향 나와야 후보군들도 인수 본격 검토 가능해"

    HMM 제공HMM 제공
    HMM(옛 현대상선)의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HMM 매각 주관사 및 자문사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인수후보군으로는 현대글로비스와 LX그룹, SM그룹 등이 거론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영구채 처리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민영화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물류·해운 기업들, HMM 인수 하마평…당사자들은 손사래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주 삼성증권을 매각주관, 삼일회계법인을 회계자문, 법무법인 광장을 법무자문 우선협상대상자로 각각 선정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와 LX그룹, SM상선, CJ대한통운 등이 HMM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자금력은 물론 HMM 인수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군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의 자동차 국내외 운송 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HMM 경영진과 현대글로비스간 각별한 인연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HMM 김경배 대표는 앞서 현대글로비스 대표를 지냈다. HMM은 최근 자동차운반선 발주와 함께 현대글로비스와 대선계약을 하기도 했는데 김 대표의 이력이 HMM 사업 영역 확대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LX그룹도 최근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며 주목받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 23일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수 한도를 8000만 주에서 1억6000만 주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시장에서는 'HMM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트레이딩을 주요 사업 중 하나로 하는 LX인터내셔널과 물류기업인 LX판토스를 자회사로 갖고 있다는 점에서 HMM 인수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과 HMM 지분을 이미 5.52% 갖고 있는 SM상선 등도 후보군으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포스코그룹과 현대중공업 등도 하마평에 올랐다.

    다만 후보군들 중에 HMM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곳도 없다. 일부 기업은 "후보군으로 거론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M&A를 앞두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당사자들이 정확한 의중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기본이지만 이들 기업들은 "HMM 인수 여부를 검토할 상황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은·해진공 쥔 HMM 영구채 방향따라 인수금액 천차만별


    HMM 인수후보군들이 손사래를 치는 배경에는 HMM 매각 최대 현안인 영구채 처리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것이 주효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MM는 2018~2020년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 2048~2050년 만기가 도래하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해당 채권을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31% 정도의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산은(20.69%)과 해진공(19.96%)이 현재 지분(40.65%)을 모두 매각하더라도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꾼다면 다시 대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크게 정부가 영구채를 전환 또는 행사한 뒤 모든 지분을 매각하거나 영구채 조기상환을 허용한 뒤 매각하는 등 2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HMM은 올해 스텝업(이율이 높아지는 시점)이 도래하는 제191회 영구채(해진공이 보유한 6천억원 규모)에 대해 조기상환 청구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지만 해진공이 HMM의 조기상환 청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주당 2만1384만원(최근 3개월간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하면 두 기관 보유 지분 40.65%에 대한 인수가는 4조2500억원인데, 두 기관이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지분은 약 71.7%, 약 7조5천억원으로 뛴다. 인수금액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인수 후보군들이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든 전사적으로 내용이 공유되진 않더라도 신사업 부서든 경영전략 부서든 HMM 민영화 이슈를 팔로우하는 곳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영구채 처리 방향에 따라서 인수가부터 다양한 부분이 결정되기 때문에 영구채에 대해 정부가 가닥을 세우기 전에는 어느 기업도 쉽사리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관계자 역시 "M&A시장에서 먼저 인수 의사를 밝힐 필요가 없지만 영구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인수를 할지말지를 말할 수준이 전혀 아니"라며 "영구채 처리 방향에 따라 인수가가 높지 않게 나오게 되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인수 후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다수 인수전에 뛰어들 수 도 있는 것인데 현재는 이런 저런 검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관계자 역시 "산은과 해진공이 가진 지분을 모두 팔지, 산은만 팔지, 해진공만 팔지, 판다면 해당 기관 보유분을 모두 팔지, 일부만 팔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금력을 포함해서 후보군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영구채 처리 방향이 명확해져야 후보군도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증권의 HMM 매각 관련 제안이 또 다른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삼성증권이 매각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기 전에 작성한 보고서는 HMM의 현금성 자산으로 2조 7000억 원 규모 CB의 현금 상환과 주식 전환 비율을 조정해 공적 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면서 인수 후보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2조7천억원의 CB를 HMM이 보유한 현금으로 갚고 남은 현금도 전액 배당하면 인수자가 산은과 해진공의 지분을 사들이는데 드는 자금이 2조원 이하로 낮아진다.

    내리막길 해운업황도 변수…이르면 상반기 내 투자설명서 배포

    문제는 영구채 가이드라인 수립 작업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HMM 민영화 조기 달성만을 목표로 한다면 영구채 조기상환으로 인수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경우 산은 등의 배임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공적자금 최대회수의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이다.

    두 기관은 주당 5000원에 영구채를 주식(5억3600만주)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현재 HMM 주가가 2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두 기관이 중도상환을 받아들일 경우 주당 1만5천원 가까이 되는 이익을 포기하게 된다. 물론 상하이컨테이너 지수로 대표되는 해운업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고, 그에 따른 주가 또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영구채 조기상환에 따라 포기하는 수익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HMM과 산은, 해진공은 매각주관사들과 두 기관 보유지분에 대한 매각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으로 매각을 위한 투자설명서를 후보 기업들에게 배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구채 처리 방향이 나온다고 해도 인수 후보군 입장에서는 해운업 시황도 변수로 남아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24일 기준 908.3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월 지수(5109.6)에서 82%가 내렸다. HMM가 2년 연속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이르면 올해 말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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