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7만여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해 물려받은 유전자가 콧날이 오뚝하게 높아지는 데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중국 푸단대 공동연구팀은 8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서 네안데르탈인 게놈(유전체)과 현생인류의 유전자 및 얼굴 형태 분석 결과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얼굴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이 유전자가 현생인류의 코가 높아지는 데 기여했고, 이는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 사피엔스가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 자연선택을 통해 후손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카우스튜브 아디카리 UCL 교수는 "15년 전 네안데르탈인 게놈 염기서열이 밝혀진 후 현생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유전자 교환이 있었음이 밝혀졌다"며 "이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 DNA가 우리 얼굴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7만여 년 전 발생지인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곳곳으로 이주하면서 당시 각 지역에 살던 호미닌(인간의 조상 종족)과 짝짓기 해 서로 일부 유전자를 교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현재 일부 지역 사람들의 게놈에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1~2% 섞여 있고, 일부 지역 사람들은 데니소바인 DNA를 1~6%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유럽,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계 조상을 둔 중남미 지역 지원자 6천여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유전자 정보를 얼굴 사진과 비교해 코 높이 등 서로 다른 얼굴 특징이 어떤 유전자와 연관돼 있는지 확인했다.
이를 통해 얼굴 형태와 관련 있는 게놈 영역 33개를 새로 발견했으며, 이 중 26개 영역은 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서 참가한 다른 민족들 데이터에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아메리카 원주민을 조상으로 둔 많은 사람의 게놈 'ATF3' 영역에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물질이 있었고, 이 유전자가 코 높이가 높아지는 데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영역에는 자연 선택의 흔적이 남아 있다며 이는 이 유전자가 유전자 소유자들의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논문 제1 저자인 칭리 푸단대 교수는 "코 모양이 자연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오랜 가설이 있었고, 기후에 따라 다른 모양의 코가 생존에 더 적합할 수 있다"며 "코를 높게 만든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아프리카를 벗어난 현생인류가 추운 기후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호미닌의 DNA가 현생인류의 얼굴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같은 연구팀은 2021년 현생인류가 입술 모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데니소바인에게서 물려받았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