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여성 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연합뉴스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해외 장학금을 받고 유학길에 나선 여학생들의 출국까지 가로막고 나섰다고 BBC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지난달 2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대학에서 억만장자 사업가 셰이크 칼라프 아마드 알 합투르가 후원하는 장학금을 받아 유학길에 나선 20살 여학생 낫카이(가명)가 공항에서 출국 금지 당한 사연을 전했다.
탈레반 정권이 여성에 대한 교육 기회를 박탈한 상황에서 대학에 다닐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장학금이 주어지는 해외 대학 유학 뿐이다. 지금까지 모두 100명의 아프간 여학생이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공항에서 탈레반 관리들은 이들의 출국을 불허했다.
탈레반은 여성들이 출국할 경우 남성 보호자(마흐람)와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마흐람을 대동해도 비행기에 탑승한 여학생들까지도 모두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다고 BBC는 전했다.
낫카이는 "탈레반 관리들이 우리 탑승권과 비자를 보더니 여자들은 학생 비자로 출국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아프간 선악(Vice and Virtue)부 관리들은 마흐람을 동반하고 이미 비행기에 탑승했던 여학생 3명도 끌어 내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유학생으로 뽑힌 누이와 함께 공항에 갔다는 샴스 아흐메드는 "국내 대학이 여학생들의 입학을 금지한 뒤 누이는 두바이대 장학금을 받고 희망에 부풀었는데 눈물을 흘리며 돌아와야 했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두바이대와 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알 합투르 씨도 학생들이 출국을 저지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영어로 올린 영상에서 이슬람 율법에는 남녀가 평등하다며 탈레반을 비판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헤더 바 씨는 "이번 일은 여성들의 배울 권리를 박탈한 탈레반 정권의 잔인성을 넘어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조치"라고 말했다.
탈레반 당국은 여학생 출국 금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프간 선악부 대변인 모하마드 사디크 아키프 무하지르는 이번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