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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폐지' 발표 후 한달…시장은 '조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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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진단 폐지' 발표 후 한달…시장은 '조용', 왜?

    정부, 이달 내 관련 법 개정안 낸다지만 '국회 과반 의석' 야당 반대
    야당과 소통없이 발표한 '실거주 의무 폐지 정책'도 폐지 수순
    "실현시 호재지만 불확실성 커…매도자, 매물 회수 못하고 매수자, 추격매수 안 해"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으로 꼽혔던 '안전진단'을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과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야당과 아무런 소통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앞선 주택 규제 완화책들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규제 완화책 역시 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부 발표만 믿고 움직이면 낭패를 본다'는 시장의 불신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다르면 지난달 10일 정부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0일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 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재건축 절차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안전진단 없이 정비계획 수립부터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등 재건축 절차를 일단 진행하고 안전진단은 사업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 내에서는 노원구(16만3천가구 중 9만6천가구, 59%)와 도봉구(3만6천가구, 57%), 강남구(5만5천가구, 39%), 양천구(3만4천가구, 37%) 등이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시장 분위기는 오히려 냉랭해지는 분위기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번주(5일 기준) 노원구(-0.06%→-0.08%)와 도봉구(-0.08%→-0.11%), 강남구(-0.03%→-0.05%)는 전주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양천구(-0.04%→-0.03%)는 낙폭이 소폭 줄었지만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물 거두기나 추격매수 등에 따른 매물 소진도 두드러지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일부 지역은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이후 노원구(2.5%)와 강남구(5.2%), 양천구(1.6%)는 아파트 매매 매물이 늘었고, 도봉구(-0.09%)만 소폭 줄었다.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연합뉴스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연합뉴스
    노후 주택이 밀집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매도자와 매수자의 전화 상담은 조금 늘었지만 매물 회수나 호가 상승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는 아니"라며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도 있지만 정부 정책이 확정된 후 움직이자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재건축 사업의 큰 문턱을 없애겠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시큰둥한 이유는 일단 관련 규제가 완화된다고 해도 고금리와 고물가로 재건축 사업성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이 주요하다.

    1987년에 건설된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최근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5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해당 단지의 전용면적 31.98㎡(11평)에 불과한 소형으로 보유 대지지분이 작다 보니 전용 84㎡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추가 분담금으로 5억원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용적률을 300%로 상향 조정하더라도 일반분양이 10여가구에 불과해 분양 수입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안전진단 의무시기를 바꾸려면 도시정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야당이 이런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어 규제 완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정부 발표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막무가내식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는 집값을 띄울 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 위배된다"며 "명백히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야당과 아무런 소통 없이 즉흥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야당과 소통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는 1년 가까이 공전되다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1월 정부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최장 5년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고,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시행령 개정 사항인 전매제한 규제는 즉각 최장 10년에서 3년으로 완화됐지만 실거주 폐지 조항은 법 개정 사항이어서 현재 실거주 의무 거주 기간을 채우지 않고 매도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후 일부 수분양자들은 정부의 발표만 믿고 준공 후 전세를 주거나 전매할 생각으로 분양을 받았는데 해당 법안이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급하게 이사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연합뉴스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연합뉴스
    안전진단 폐지 역시 섣불리 재건축 사업에 돌입했다가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해 안전진단 연기가 어려워질 경우 해당 단지 소유자가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안전진단 완화가 '호재'로 시장에서 작용하고, 이에 따른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전문가인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은 "(안전진단 의무시기 변경이) 재건축 시장의 호재인 것은 맞지만,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라며 "이런 불확실성을 뚫고 매수자들이 거래를 나설 만큼의 동력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야 이견이 큰 내용의 법안이 총선을 앞두고 처리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많은 의원들이 선거 준비를 위해 자신의 지역구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선거 직전 상황을 감안하면 법안 처리를 위한 법안소위, 상임위, 본회의 일정을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법안 논의는 4월 총선 이후에 된다고 봐야하는데 여야가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법안이라면 선거 전 본회의 일정 등을 합의할 경우 처리가 가능하겠지만 안전진단 규제 완화처럼 논쟁적인 법안은 제출되더라도 사실상 폐기된다고 봐야하고 정부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4월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2월에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한다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정안이 제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면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하자마자 다시 제출하겠지만 현실성 있는 정책 추진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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