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산 맑은물산업진흥협회 제공 부산진구청이 도심 하천 빗물오염 저감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공법'만 적시해 공고에 나서 부산지역 업체가 원천 배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역업체들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은 제품이 경쟁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부산진구청의 공고 철회를 촉구하는 등 시위에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진구청은 지난 8일, '동천 본류 비점오염 저감사업'에 관한 기술 제안서 공고를 냈다.
사업 예산은 6억 4천만원. 비점오염, 즉 비가 올 때 지표면에 있던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흘러가는 것을 정화하는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비점오염 정화에 투입되는 탈취기는 여러 방식이 있는데 진구청은 '플라즈마' 탈취기만 공고에 응할 수 있도록 공법을 못 박았다.
부산지역에서 빗물오염저감시설을 만드는 업체 3곳은 대부분 전기분해 방식이다. 공고 참여 자체가 원천 봉쇄됐다.
부산지역 업체가 만든 탈취기는 혁신제품, 조달우수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는데, 정작 부산지역 사업 현장에는 제품을 투입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부산지역 물 관련 사업 업체들이 다수 소속해 있는 (사)부산 맑은물산업진흥협회는 부산진구청에 두 차례에 걸쳐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사업에 특정 한 공법만 적시한 이유, 동일한 기술 사양을 가진 다른 제품이 배제될 경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플라즈마' 방식은 주기적인 촉매 교체가 필수인 만큼, 수분이 높은 악취가스가 유입하면 촉매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대한 답변도 요구했다.
특히, 진구청의 이같은 조처는 '부산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과 판로지원조례'에 따라 부산지역 내 기업과 우선적으로 계약하는 내용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지역 기업들은 앞으로 다른 지자체의 비점오염 저감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를 표한다.
부산지역 16개 구·군 중 하천을 낀 지자체는 '비점오염 저감사업'을 확대 실시하고 있어 선발주자로 사업을 추진하는 부산진구청의 공고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맑은물산업진흥협회는 19일, 부산진구청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재공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 맑은물산업진흥협회 황소용 회장은 "부산지역 탈취기 설비 업체들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았는데, 정작 부산에서는 배제되는 모순이 벌어졌다"며 "부산진구청이 재공고를 내지 않으면 부산시장 면담 등 1인 시위를 이어가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청은 정당한 절차와 검증을 거친 만큼 재공고나 공고 철회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부산시 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설계 평가 등 전문가 집단의 검증을 거쳐 설계가 결정됐고, 결과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현재 동천 본류에 가장 적합한 공법이라고 결론 난 만큼, 재공고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