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용접도 하고 나사도 조이고 반도체 공장에서는 웨이퍼를 옮겨주고 물류센터에서는 물건을 자동으로 분류해 쌓아주고 음식점에서는 손님에게 주문음식을 내주는 등 로봇이 '열일'하는 나라 한국.
로봇 밀도 세계 1위 국가인 한국에 중국산 로봇이 밀려오고 있다. 가성비를 무기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
국내 산업용 및 서비스용 로봇 제조와 통합 솔루션 개발 기업인 '브릴스'의 전진 대표는 "이미 중국의 로롯 기업 2곳이 한국에 들어와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대표는 "산업용 로봇팔 한 대 가격은 하드웨워만 보통 5천만원에 통합 솔루션 가격까지 합치면 1억 5천만원 정도인데 중국산 로봇은 5,6천만원 정도"라며 내가 기업주라도 비싼 로봇 한 대를 사느니 중국산 로봇 세 대를 살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일부 중국산 로봇은 심지어 1천만원 짜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데다 중국 정부가 로봇산업을 전폭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저가 공세가 가능했다.
중국의 로봇 밀도 순위는 2023년 기준 전세계 3위로 로봇 강국 독일과 일본을 제쳤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톱10에 들어선 이후 4년만에 로봇 밀도가 2배로 늘었다.
전 대표는 "중국에서는 로봇을 도입하려는 기업에게 정부가 상당 부분을 지원해준다"며 "이는 대출이 아닌 무상 지원이어서 기업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기술에 관심이 높은 '테크노크라트' 주심의 중국 지도부 구성도 로봇과 AI 등 첨단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물량 공세에 나선다고 해서 중국산 로봇이 품질 떨어지는 '싸구려'는 아니라는게 전 대표의 말이다.
"산업용 로롯 하드웨어의 핵심은 모터와 감속기인데, 상당수의 로봇에 중국산 모터가 쓰이고 있어요. 세계 최대 로봇 제조 국가인 일본의 유명 로봇 기업도 중국에서 로봇을 생산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중국의 로봇 전시회에 갔다왔는데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없는 기술이죠"
중국산 로봇에 밀려 국내 산업용 로봇 생산과 개발 생태계가 허물어진다면 자칫 제조 기반 자체가 부실해질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력이 급감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생산 현장의 로봇 도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로봇 제조와 통합 시스템 개발, 로봇 도입 기업들이 동반 성장하기 위해서는 로봇 의 가성비를 높이고 시스템 계약 과정의 '갑질'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브릴스는 다른 시스템 개발업체와 달리 로봇팔을 자체 제작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통합 시스템도 표준화해 개발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성비를 높였다. 브릴스는 자체 제작 로봇의 가격을 9천만원 정도로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시스템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발주 기업이 계약 내용을 빈번하게 바꾸거나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기도 하고 어음으로 주다보니 국내 로봇 개발업체의 수익성이 대부분 마이너스"라고 전햇다.
전 대표는 "로봇 수요가 높은 곳이 대기업이다 보니 로봇 개발 업체 모두가 대기업만 바라보며 '치킨게임'을 하는 것도 로봇 생태계를 갉아먹고 있다"며 "우리는 중소기업이 쉽게 도입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주력해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