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장한 김포시 애기봉 스타벅스 매장 앞에 길게 줄 선 관광객들 모습. 박창주 기자29일 오전 9시쯤 김포시 하성면에 있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출입문에는 길게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져 바다로 향하는 조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 지역이다.
삼엄한 분위기 속 완전 무장한 군인들의 검문 절차를 거쳐, 차량을 몰고 언덕길로 진입했다. '무적해병', '군사보호구역' 푯말을 지나 도착한 곳은 평화생태전시관. 수백 미터 데크길로 이어진 아찔한 흔들다리를 건너며 정상으로 시선을 옮기자 조강전망대가 보였다.
건물 최상단에는 낯익은 초록색 로고가 눈에 띄었다. 스타벅스다.
대규모 녹지공원과 평화 상징 예술품, 북녘을 감상할 수 있는 김포시의 북한 최접경 관광지에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글로벌 커피브랜드가 입점한 것.
애기봉 스타벅스 앞에 있는 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북한땅을 바라보고 있다. 박창주 기자정식 개장일인 이날 오전 9시 30분 오픈 시각을 앞두고 스타벅스 '김포애기봉생태공원점'은 오픈런을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통유리창 밖으로 북한땅을 바라보며 방문객들은 저마다의 취향대로 주문한 커피를 마시며 감상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포항과 김포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했던 국가유공자인 김점주(85) 씨는 "여기는 오랜 세월 살아 있는 안보교육 현장이었다"며 "의미있는 시설에 근사한 커피점이 생겨 기쁘다"고 반겼다.
서울에서 애기봉 관광에 나선 김정식(75‧여) 씨도 "아버지께서 한국전쟁 때 돌아가신 유공자시다"라며 "한편으론 가슴이 아프면서도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역사의 현장을 바라볼 수 있어서 마음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신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병수 김포시장. 뒤편에 스타벅스 간판이 설치돼 있다. 박창주 기자김포시는 스타벅스 개장을 계기로 전망대 카페의 명소화 사업은 물론, 문화·예술·국제회의를 위한 복합문화시설 신축과 모노레일 설치 등 기존 애기봉 관광시설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번 애기봉 스타벅스 유치는 김병수 김포시장의 아이디어가 발단이었다. 애기봉 일대의 상징성과 관광 수익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였다.
그간 저소득층 재활을 위해 운영되던 카페가 있었지만, 자활참여자들이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운영이 종료돼 한동안 빈 공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 시장은 지역의 관광활성화와 안보현장에 대한 홍보효과 등을 감안해 스타벅스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고, 사업성과 브랜드 가치 등을 따져 본 스타벅스 측이 흔쾌히 수용한 것이다.
애기봉 조강전망대로 이어진 흔들다리. 박창주 기자
특히 스타벅스가 해당 매장을 운영하면서 시에 임대료를 납부하는 구조로, 시는 신규 세수도 확보하게 됐다.
앞으로 시와 스타벅스는 애기봉 매장에서만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지역 특화 메뉴와 굿즈 등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날 개장식 현장에는 국내 다수 언론을 비롯해 로이터와 AP,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취재에 나섰다.
김병수 김포시장과 김규식 김포시 부시장을 비롯한 김포시청 간부 공무원들이 애기봉에서 관광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김병수 김포시장은 "애기봉은 역사적 현장이자 안보를 상징하는 관광지다"라며 "대중적인 커피 브랜드가 입점함으로써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광객들이 맛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북한 땅을 바라보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도 스타벅스를 바라보면서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의 의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