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발표를 하고 있다. KTV 캡처비상계엄은 12월 3일 밤 10시 23분에 선포됐다.
시간을 6분 전으로 돌린 밤 10시 17분, 계엄 안건을 놓고 국무회의가 열렸다.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의 '대접견실'이었다. 같은 층, 바로 옆에 있는 국무회의실을 두고 회의는 왜 접견실에서 열렸을까.
11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대통령실 회신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접견실에는 11명의 국무위원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모였고, 국무회의를 열기 위한 정족수는 충족된 상태였다.
그러나 회신 자료에 따르면, 국무회의 제안 이유에는 '헌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2024. 12. 3. 22:00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는 것임'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으나, 발언 요지나 안건 자료는 없다.
행안부는 또 국방부에 요청한 비상계엄 선포관련 안건자료는 '자료를 작성하지 않음'으로 회신 받았다고 밝혔다.
국무회의가 국무회의실이 아닌 대접견실에서 열렸고, 그마저도 5분 남짓으로 매우 짧았던 점, 안건자료는 아예 만들지도 않은 것으로 보이고, 회의 후 발언자료가 없는 점 등을 보면, 당시 국무회의는 제대로 된 국무회의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요구에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한덕수 총리와 송미령 장관이 한 답변은 당시 정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용산 대통령실 2층에 있는 대접견실은 주로 외부에서 온 손님들이 대통령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는 장소다. 같은 층에 국무회의실이 있다.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제각기 달랐고 국무위원들은 일단 접견실에 모여있다 다같이 회의장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슨 안건인지도 모르고, 안건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국무위원들이 모여있는 접견실로 내려온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안건이라는 얘기를 꺼냈고, 한 총리에 따르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국무위원들이 "전원 다 반대했고 걱정"을 쏟아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를 심의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 한덕수 국무총리,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창원·박종민·국회사진취재단·대통령실 제공당시 자리에 있었던 송 장관에 따르면, 반대에 부닥친 윤 대통령은 회의 종료 선언도 없이 곧장 접견실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누군가의 휴대전화에서 대통령의 육성이 흘러나왔다.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정황을 종합하면 국무회의실로 들어가기도 전에 접견실에서부터 국무위원들의 반대에 부닥치자 윤 대통령은 곧바로 1층 브리핑실로 내려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무의원 11명이 모여 정족수는 채웠다지만 사실상 국무회의는 열리기도 전이었던 셈이다. 발언요지나 속기록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개회선언이나 종료선언도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질문은 접견실에서 열렸다던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는 유효한 절차로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쪽으로 모아진다. 당시 '대접견실 회의'가 국무회의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접견실에서의 긴박했던 5분. 막 베일이 벗겨지기 시작한 '대접견실의 5분' 동안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자신이 계엄에 반대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이를 휴대전화로 녹음하고 있었던 국무위원은 단 한 명도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