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12·3 내란사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민의(民意)가 확인되면서 경찰도 이번주 '직무정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수사의 속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란사태 이후 군 관계자 수사에 집중해 온 검찰이 이미 윤 대통령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한 가운데 '필요한 모든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경찰 역시 조만간 윤 대통령 소환 조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찰은 계엄 당일 국회의원의 국회의사당 출입을 통제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구속하는 과정에서 두 청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파악한 한편, 국무위원들과 군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면서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의 혐의를 다져왔다.
경찰 서열 1·2위 구속한 경찰…'우두머리 지시자' 지목된 尹 정조준
16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소환 조사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특수단은 앞서 경찰 서열 1·2위 수장인 조 청장과 김 청장을 구속하면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형법 87조는 △내란 우두머리 △중요임무 종사자 △단순 관여자를 나눠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수단은 조 청장과 김 청장이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윤 대통령 면담과 전화 과정에서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을 파악했다. 조 청장 측 설명을 종합하면, 두 청장은 계엄선포 약 세 시간 전인 지난 3일 오후 7시 20분쯤 대통령 안전가옥으로 호출돼 윤 대통령과 면담한 자리에서 A4용지 1장 분량의 계엄 관련 지시 사항을 하달받았다. 특히 조 청장은 포고령이 나온 이후 당일 밤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6차례 전화가 걸려왔다며, 그 내용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였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의 계엄 관련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을 확인한 특수단의 수사는 이제 '내란 종사자'를 넘어 '우두머리'로 지목된 윤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수단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통신영장 신청, 추가 압수수색 시도, 출석 조사 요구, 체포 가능성 등 "필요한 수사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과 수사 절차 등을 고려하면 이번 주 중에 윤 대통령 소환 통보가 이뤄질 수 있다. 경찰과 내란 수사 주도권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온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미 "지난 11일 윤 대통령에 대해 15일 오전 10시 출석을 통보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고 전날 밝혔다. 이 같은 상황도 경찰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관측 속에서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같은 날 "(윤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신병확보 등에 대해) 가능한 방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특수단은 최근까지 윤 대통령 혐의를 입증할 물증 확보에도 주력해왔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하고, 계획 실행 과정을 챙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화폰과 관련 서버 자료를 비롯해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 CCTV, 계엄 직전 대통령 안전가옥 면담 관련 CCTV 등은 이미 확보해 분석 중이다. 조 청장이 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통화 시 사용한 비화폰도 확보한 특수단은 관련 서버 위치는 계속 추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관저 등 尹 겨냥 압수수색 재시도 가능성
연합뉴스윤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황과 맞물려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등에 대한 특수단의 압수수색도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경찰 특수단은 지난 11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대통령경호처의 저지로 진입에는 실패했다. 일부 자료를 임의제출 받았지만, 경찰은 이를 두고 "대통령실이 극히 소량의 자료만 제출했다"며 유감 표명을 했다.
압수수색 재시도 여부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재집행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그것으로 재집행할 것인지, 다른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신청해서 진행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앞서 설명하며 그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편 특수단 수사는 군 관계자, 국무위원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모양새다. 모두 3~4일 밤 비상계엄 때 윤 대통령의 주도·지시 과정을 따져보기 위한 수사 단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수단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국방부, 육군본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소속 군인 1500여 명이 이번 계엄에 동원된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까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43명 현역 군인을 조사했다"고 전날 밝혔다.
특히 계엄에 동원된 군인 중에는 일반 사병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 때) 사병이 아닌 부사관 이상 정예 병력만 이동시키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와 정면 배치되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수단은 같은날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내란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두 사람은 12·3 내란사태 당시 정보사 병력을 동원하는 등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 사령관은 내란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실 서버를 촬영하기 위해 정보사 병력을 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12·3 내란사태의 기획자로 지목된 인물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보사 요원들을 계엄 상황에 동원한 핵심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계엄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 5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경찰 특수단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속기록도 공개되지 않은 계엄 선포 전 3일 국무회의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굉장한 절차적, 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조사를 받은 국무위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