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아이를 여럿 키우다 보니 여행 한 번 다녀오려고 해도 교통비·숙박비 등 부담이 큽니다.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원이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다자녀 부모 A씨)
앞으로 19세 미만 자녀가 셋 이상인 다자녀 가정은 주말·공휴일 고속도로 통행료를 20% 깎아준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일반고 우선배정'도 전국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관내 학생이 가장 많은 수도권은 정작 제외된 점을 겨냥한 조치다.
미성년 자녀 셋이면 '고속도로 통행료 20%↓'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올해 첫 '인구비상대책회의'인 제8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다자녀 가정의 여행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2만 95명)가 14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인 가운데 연간 출산율은 '9년 만의 반등'이 유력해졌다.
정부는 작년 합계출산율이 당초 예상치를 웃도는 0.75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작년 6월 발표한 범부처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이 대부분 이행(151개 중 147개)됨에 따라, 올해는 과제별 점검·관리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방침이다. 2030년 '합계출산율 1.0명 이상'을 최종 목표로 잡은 정부는 향후 주요 성과지표 위주로 매월 점검과제를 선정하고, 진행 현황과 미비점을 살핀다.
이달 고용부('육아휴직 사용률')를 시작으로 2월 여가부('아이돌봄서비스 대기일수'), 3월 교육부('공공보육 이용률'), 4월 국토부('주택공급물량 중 신혼·출산가구 비율'), 5월 복지부('가임력 검사 지원인원') 등 소관부처별로 핵심지표 추진계획도 보고받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공우선 현장 목소리를 토대로 자녀 양육가정에 대한 생활밀착형 지원을 확대한다.
미성년 자녀가 세 명 이상인 집은 앞으로 주말·공휴일 재정고속도로 통행료를 20% 감면 받는다.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되, 정부경영평가 등 도로공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대책도 함께 강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 내 가족사랑화장실·수유실 시설을 개선하고, 키즈존(現 2개소) 및 놀이시설을 계속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두 자녀 이상 가정의 국립자연휴양림 이용 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37곳에서만 운영 중인 '숙박시설 우선예약' 제도를 전체 휴양림(47곳)에 적용하기로 했다.
국립자연휴양림 숙박시설 예약은 수요가 워낙 많은(지난해 평균경쟁률 5.7:1) 만큼, 다자녀 가정의 원활한 이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자녀 가구는 휴양림 입장이 무료인데, 하반기부터는 주차요금도 면제된다.
다자녀 '일반고교 우선 배정', 서울 등 전국 확대
당국은 현장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제도도 적극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일반고 '다자녀 우선배정' 확대 실시가 대표적이다. 현재 다자녀가구 학생에 한해 일반고 배정 시 희망 고교 또는 형제·자매와 같은 학교에 우선 배정하는 제도를 운영 중인 교육청은 17개 시·도 중 11곳이다.
다만, 미운영 교육청(6곳)에는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서울·인천 등이 포함돼 있다. 자녀들의 학교별 방학·시험기간 등이 상이한 수도권 학부모들의 불만이 컸던 이유다.
이에 정부는
우선배정 정책을 전국적으로 넓히는 대신, 세부 운영방식은 지역여건이나 수요 등을 고려해 각 교육청이 자율 시행토록 재량권을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 사업주에 지급해온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장려금' 지급 방식도 개선한다.
그간 이 지원금은 해당 직원의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기간 중 절반을 지급하고, 나머지 50%는 사용기간이 끝나고 6개월이 지난 뒤 일시 지급돼왔다. 따라서, 만약
근로자가 제도 사용 후 반 년 이내 자진퇴사하면, 사업주는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지원금의 50%를 떼이게 돼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육아기 지원을 받은 직원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더라도, 나머지 지원금을 전액 지급한다.
또한 육아휴직 사용 확대 등 공직사회부터 출산·양육 친화적 근무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저고위 제공먼저 초등학생 자녀에 대한 돌봄수요 등을 감안해 육아휴직 대상 자녀 연령을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에서 만 12세 또는 초등 6학년생으로 넓힌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기존 열흘(다태아 15일)에서 20일(다태아 25일)로 늘린다. 사용 기한도 원래는 '출산 이후'에 국한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출산 30일 전부터 쓸 수 있도록 조치한다.
출산 이후 사용가능 기간도 90일에서 120일로 확대한다. 이에 따라 배우자 출산이 임박한 경우 출산 준비를 돕거나 병원 진료 등에 동행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으리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저고위는 총 8900여 명의 '아빠 공무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아울러, 둘째 자녀부터 지급해 왔던 출산축하금(맞춤형 복지포인트)을 첫째아 출산 시에도 1천 점 지급한다.
'고령친화주택' 일정 비율 지으면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
저고위 제공한편, 정부는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대응방향을 '돌봄과 주거' 분야 중심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오른 안건명은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체계 강화방안'이다.
정부는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건강단계별 재가돌봄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약계층 중심이던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전체 고령층으로 확대하고, 단순 가사 도움 외 병원 동행, 식사·영양 관리 등으로 영역을 넓힌다.
재가 장기요양 서비스는 기존 6종에 더해 수요가 높은 신규서비스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치매 발생과 중증화 지연을 위해 예방-조기발견-관리로 이어지는 단계적 지원을 강화하고, 긴급·틈새돌봄도 확충(종일방문요양 연간 이용가능 횟수 22회→24회 등)한다. 또 치매노인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보유자산(치매머니) 규모를 추정하고, 안전한 관리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사회 계속거주(Aging In Place)' 현실화를 위해 고령친화 주거환경도 조성한다.
재건축 또는 신축 공동주택에 고령자를 위한 무장애 시설 및 식사·청소 등의 서비스를 구비한
'고령친화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지으면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자체가 필요 시 신규 공동주택에 공용식당을 설치토록 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취약계층 대상 주거수선사업 대상은 중위소득 48%에서 50%(금액은 최대 1200만원→1600만원)로 확대한다. 민간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 완화와 더불어 분양형 공급도 일정 비율 푼다.
요양시설의 경우, 기존 4인실 위주의 틀을 벗어나 1·2인실 구성이 기본인 '유니트케어'로 개조하는 한편,
현재 8곳인 유니트케어 개수는 2027년까지 5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저고위 제공저고위 주형환 부위원장은 "앞으로 15년은 고령화 속도가 기존의 두 배 수준으로 빨라지고(0.5%p→0.93%p), 그 결과 불과 20년 뒤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37.3%에 이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2차 베이비붐세대 은퇴가 본격화되고 1차 베이비붐 세대가 후기 고령층에 진입하는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가 존망이 걸려 있다는 비상한 각오로 근본적·종합적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