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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도 못 가는데"…병원 장기휴진에 환자들 '노심초사'

보건/의료

    "응급실도 못 가는데"…병원 장기휴진에 환자들 '노심초사'

    일선 병원 설 명절 장기 휴진에 환자들 걱정
    아프면 대안은 응급실뿐 "진료 가능할까?"
    독감 유행 겹쳐 응급실 문턱 더 높아질 전망
    명절 진료 병·의원 수가 최대 90%로 상향
    50%였던 지난 추석 진료 병원 4%에 그쳐
    의사협회 "수가 때문에 문 열 병원 없어"

    자료 사진. 김혜민 기자자료 사진. 김혜민 기자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병원에서 무릎 관절 수술을 받은 김모(71·여)씨는 최근 병원으로부터 '설 명절을 맞아 27일부터 31일까지 휴진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일요일인 26일까지 합치면 휴진 기간은 총 6일. 잦은 통증에 수시로 병원을 찾는 김씨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김씨는 병원에 문의했지만 "너무 아프면 응급실에 내원해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미 이달 초 주말에 응급실에서 3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불안은 커져만 갔다. 김씨는 "요즘 전공의 파업이다, 독감 유행이다 해서 응급실에 자리가 없던데,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명절 이후에 퇴원할 수 있게 수술 일정을 조정할 걸 그랬다"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설 명절이 달갑지 않은 건 김씨뿐만이 아니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모(49)씨도 병원 휴진 소식을 듣고 불안에 떨고 있다. 올해 들어 저혈당 쇼크로 2번이나 쓰러졌는데, 혹여 연휴 동안 또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이씨는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동네 병원은 모두 문을 닫으니 갈 수 있는 곳은 큰 병원 응급실밖에 없다"며 "대안이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전공의 이탈에 독감까지…응급실 문턱 높아져

    응급실. 정혜린 기자응급실. 정혜린 기자
    설 명절을 맞아 일선 병원들이 장기 휴진에 들어가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에 기댈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인해 전공의 이탈로 병원 응급실에 과부화가 걸린 가운데 인플루엔자(독감) 유행까지 겹쳐 응급실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7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정 갈등 이후 첫 명절인 추석 연휴(9월 14일~18일)에 응급실 내원환자는 6만 7782명으로, 전년 추석 연휴(14만 4123명)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이는 단순히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줄었다기보다는 전공의 이탈로 다수의 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설 명절 동안 응급실은 더욱 바빠질 전망이다.
     
    외래환자 1천명 당 독감 의심 환자는 지난달 첫주(12월 1~7일) 7.3명에서 이달 첫주(12월30일~1월 5일) 99.8명으로 4주 만에 13.7배 늘었다. 아울러 12월 23~27일 전국 응급실 내원 환자는 평일 일평균 1만8437명으로 전주 대비 3377명 증가했는데, 이 중 41%(1357명)가 독감 환자였다.
     
    명절에는 일반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몰리면서 응급실 과부화가 더 심해질 전망이지만, 대형병원들도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경기지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내원환자가 더 늘어날 것을 고려해 의료진을 더 배치하면 좋겠지만, 그동안 쌓인 피로감과 개인 사정 때문에 인력 충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설 명절 수가 조정…실효성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설 연휴를 앞두고 비상진료체계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성북구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을 방문해 발열클리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설 연휴를 앞두고 비상진료체계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성북구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을 방문해 발열클리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명절 연휴 기간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을 여는 의료기관과 약국에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기대만큼의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는 공휴일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지원해 주는 수가 가산율을 현행 30%에서 연휴기간에는 50%로 높이기로 했다. 설 당일에는 가산율을 최대 90%로 올린다. 이에 따라 명절 동안 병·의원은 진료 건당 3천원, 약국은 조제 건당 1천원이 더 지급된다. 설 당일에는 보상이 3배 강화된다.
     
    하지만 50% 수가를 적용했던 지난 추석에도 문을 연 병·의원은 4%에 그쳤다. 수가가 비슷한 만큼 올해 문을 연 병·의원은 전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통상 휴일에 병원 문을 열면 의료진에게는 평일 대비 2배 이상의 수당을 지급한다"며 "수가를 30~60% 올린다고 추가 수당 분을 메꿀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을 안 열기로 했던 병원이 수가 가산 때문에 문을 연다는 가정은 번지수부터 틀렸다"며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가 가산이 적절한지 다시 한번 더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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