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하 우크라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중국이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우크라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입장이 주목된다.
바이든은 경계했는데…트럼프 "중국 도움 바래"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화상연설에서 "중국과 매우 잘하고 잘 지내기를 기대한다"면서 "특히 중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끝내는 것을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우크라) 전쟁 상황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우리는 중국과 협력할 것"이라면서 취임 전인 지난 17일 자신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간 통화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역시 수시로 중국이 우크라 전쟁 종식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어디까지나 각종 무기 지원 의혹을 비롯해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문제삼으며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차원이었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전 국무장관은 퇴임을 앞두고도 중국 기업들이 군수품으로 전용할 수 있는 이중 용도 물품을 러시아에 수출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을 주겠다면서도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 그들(중국)은 양쪽을 모두 얻으려 해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중국에 대한 압박이라기 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앞세워 중재자 역할에 적극 나설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거절할 이유 없지만…中 경제적 이득 포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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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도움 요청을 거부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존에도 우크라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양측이 우선 휴전하고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다른 한편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 전쟁에서 중국의 개입을 경계한 이유는 유럽과 극동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개입을 요청하면서 중국의 입지가 보다 넓어졌다.
다만, 중국의 중재자 역할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블링컨 전 장관이 지적한대로 전쟁 종식을 주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간 교역량은 크게 늘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날로 높여가면서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와의 무역을 하나의 돌파구로 삼아왔다. 따라서 중국이 이같은 경제적 이득을 포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다 우크라 전쟁 이후 러시아의 대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중재가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러시아는 중국의 불편한 심기에 아랑곳없이 북한군을 우크라 전쟁에 투입하는 등 확전을 도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