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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고]시진핑 실각설, 정말인가요?

    [글로벌 포커스]
    트럼프와 90분 통화 등 정상적인 외교활동…軍비리척결 계속될듯

    최근 일부 중국 관찰자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실각설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난 16일부터 2박 3일 동안 카자흐스탄을 공식 방문하면서 건재함을 보여줬다. 사진은 시 주석이 지난 17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최근 일부 중국 관찰자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실각설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난 16일부터 2박 3일 동안 카자흐스탄을 공식 방문하면서 건재함을 보여줬다. 사진은 시 주석이 지난 17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요즘 유튜브에서 '시진핑 주석 실각'이라는 제목의 영상들이 흔하게 검색된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 교체된다면 메가톤급 뉴스다. 사실일 경우 세계의 지정학과 돈의 흐름이 출렁일 것이다.
     
    그래서 신빙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진핑 주석의 실각설은 일부 관찰자들의 추측성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의 군부 수뇌들이 잇달아 의문의 낙마를 한 것은 사실이다. 2023년 10월 리상푸(李尚福) 국방부장(장관)이 직위를 박탈당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허웨이둥(何衛東), 먀오화(苗華), 둥쥔(董軍)도 조사를 받고 있거나 사실상 자리에서 물러났다. 모두 중국군의 최고 권력기구인 공산당 및 국가의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이다.
     
    더구나 숙청된 인사들은 한결같이 시진핑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인물들이다. 시 주석이 스스로 군 수뇌들을 일망타진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임명된 장여우샤(張又俠, 오른쪽)와 허웨이둥(何衛東). 두 사람은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진핑을 보좌하는 중국인민해방군 서열 2위, 3위로 최측근이다. 하지만 허웨이둥은 지난해 말부터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지난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임명된 장여우샤(張又俠, 오른쪽)와 허웨이둥(何衛東). 두 사람은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진핑을 보좌하는 중국인민해방군 서열 2위, 3위로 최측근이다. 하지만 허웨이둥은 지난해 말부터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를 근거로 현 단계에서 시진핑의 실각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아직 무리다. 이번 달 들어 공개된 일정만 살펴봐도 시진핑이 권력을 잃었다는 주장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일 저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90분간 통화를 했다. 첨예한 무역과 관세 문제를 놓고 거의 단독 회담을 한 거나 마찬가지다. 통화의 주요 결과는 전세계에 공개됐다.  
     
    지난 10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길이는 30분이다. 간단한 취임 축하 인사를 하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다.
     
    시 주석은 이어 16일 특별기를 타고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로 출국했다. 제 2차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국영 CCTV는 아스타나 국제공항에 간판 앵커 캉후이(康辉)를 내보냈다. 그는 활주로를 배경으로 서서 시 주석의 도착 소식을 알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국가원수의 해외 방문에 대한 일종의 의전 행위다.
     
    지난 16일 시진핑 주석의 카자흐스탄 방문 소식을 전하는 CCTV 캉후이(康辉)앵커. 중국의 선전 매체 CCTV는 시 주석이 외국을 순방할 경우 대표 앵커가 외국 공항에 미리 나가 활주로에 서서 도착 소식을 알린다.  중국 CCTV 방송 캡처지난 16일 시진핑 주석의 카자흐스탄 방문 소식을 전하는 CCTV 캉후이(康辉)앵커. 중국의 선전 매체 CCTV는 시 주석이 외국을 순방할 경우 대표 앵커가 외국 공항에 미리 나가 활주로에 서서 도착 소식을 알린다. 중국 CCTV 방송 캡처 
    CCTV는 이날 저녁 종합뉴스 신원롄보(新闻联播)에서 시진핑의 도착 소식을 4분 34초,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4분 47초 짜리 뉴스 영상으로 전했다.
     
    다음날 시 주석이 참석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10분 36초 길이로 제작해 방송했다. 분량이나 내용, 형식 등에서 이전과 다른 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시 주석은 도착 당일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다음 날에는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고,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도 따로따로 만났다.
     
    정상회의의 수행단에도 별 차이가 없다.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차이치(蔡奇), 외사판공실 주임 왕이(王毅)가 따라갔다. 2년여 전인 2023년 5월 19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열린 1차 정상회의 때와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친강(秦剛) 외교부장이 포함됐었는데 지금은 왕이 주임이 외교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는 시 주석이 작년 7월에도 2박 3일 동안 방문했던 곳이다. 내부 권력 장악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면 리창(李强) 총리를 대신 보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2박 3일 동안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를 방문했다. 시 주석은 작년 7월에도 아스타나를 방문해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적이 있다. 사진 왼쪽은 지난 18일 시 주석의 귀국에 앞서 작별 인사를 위해 공항까지 나온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시진핑 주석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2박 3일 동안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를 방문했다. 시 주석은 작년 7월에도 아스타나를 방문해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적이 있다. 사진 왼쪽은 지난 18일 시 주석의 귀국에 앞서 작별 인사를 위해 공항까지 나온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시 주석은 베이징으로 돌아온 다음 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1시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정상은 이스라엘과 이란에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중동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기민하게 손을 잡은 것이다.
     
    이처럼 정상적 일정을 수행하고 있는데 실각설이 나도는 것에는 원인이 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위에서 언급한 군 권력 내부의 이상 징후다.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돼 있고, 반체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는 사회에서 유언비어는 더 창궐한다.
     
    시진핑의 실각설이 폭발력을 갖게 되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13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시진핑 체제의 후계구도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 때는 임기가 10년으로 제한됐고 후계자도 미리 정해 놓았다. 차기 권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군 수뇌에 대한 대대적 숙청은 권력 암투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의 군에 대한 부패척결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한 중국 군사력 관련 보고서(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RC, 2024)는 중국군의 부패 문제를 특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부패 조사는 지난 2023년 7월 말 중국 당국이 무기조달 분야에 대한 조사를 공표한 이후 본격화됐다. 군 수뇌들의 줄줄이 낙마는 그 결과로 보인다.
     
    지난 2월 미국의 싱크탱크 부르킹스연구소 중국센터의 조나단 친(Jonathan Czin) 연구원은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 먀오화의 몰락을 집중 분석했다. 그는 먀오화의 숙청이 시진핑의 당과 군에서의 위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반복되는 비리조사와 숙청의 과정에서도 중국 인민해방군의 역량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시진핑 주석은 2024년 10월 로켓군 여단을 방문해 중요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장교와 사병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패문제와 부정한 기풍을 엄정하게 조사해 처리해야 한다(嚴肅查處官兵身邊的腐敗問題和不正之風) "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3년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李玉超)와 부사령관 류광빈(劉光斌)이 체포됐고, 우궈화(吳國華)전 부사령관은 갑자기 사망했다. 모두 비리문제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주석은 자신이 창설한 로켓군의 수뇌부를 비리 혐의로 초토화한 뒤 소속 부대를 찾아가 부패 척결의 결기를 직접 보여줬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7일 로켓군 여단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군인들의 박수를 받는 모습.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시진핑 주석은 2024년 10월 로켓군 여단을 방문해 중요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장교와 사병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부패문제와 부정한 기풍을 엄정하게 조사해 처리해야 한다(嚴肅查處官兵身邊的腐敗問題和不正之風) "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3년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李玉超)와 부사령관 류광빈(劉光斌)이 체포됐고, 우궈화(吳國華)전 부사령관은 갑자기 사망했다. 모두 비리문제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주석은 자신이 창설한 로켓군의 수뇌부를 비리 혐의로 초토화한 뒤 소속 부대를 찾아가 부패 척결의 결기를 직접 보여줬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7일 로켓군 여단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군인들의 박수를 받는 모습.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호주의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인터프리터' (interpreter, 통역사)는 얼마전 '시진핑이 군부의 도전을 받는 게 아니다'라는 전문가의 분석을 게재했다. 그 반대로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중이라는 것이다. (제목: 시진핑의 군 숙청에 대한 설명 Explaining Xi's PLA purge, 저자: 마이클 클라크와 제이드 관 Michael Clarke and Jade Guan)
     
    유력 싱크탱크나 언론 매체의 분석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틀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최대한 정확한 정보를 취득해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시진핑을 위해서가 아니다. 소문을 근거로 잘못 판단을 할 경우 누구든 스스로에게 손실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 전 YTN베이징 특파원, 해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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