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근 런던 금융시장에서 발행된 유로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면서 외환당국이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이번 외평채는 모집 시작 후 단 90분 만에 주문이 몰려들었고, 발행금리는 두 차례나 인하됐다. 이는 금리 하향에도 투자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는 뜻으로, 채권 가격이 두 번이나 오른 셈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발행된 유로화 외평채에 총 190억 유로(약 30조원) 규모의 주문이 몰렸다. 이는 발행 규모(14억 유로·약 2조2천억원)의 13배가 넘는 수준으로, 주문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이번 외평채는 3년물과 7년물로 나뉘어 각각 7억 유로씩 배정됐다. 초기에는 보수적으로 금리를 제시해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접수 시작 직후 1시간 30분 만에 100억 유로 이상의 주문이 들어오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처음 제시한 가산금리는 3년물 0.40%포인트, 7년물 0.70%포인트였으나, 예상보다 높은 투자자 관심에 기재부는 즉각 금리를 0.07%포인트씩 낮췄다.
이후에도 주문은 빠르게 늘어나 200억 유로에 육박하자, 기재부는 다시 한 번 금리를 인하해 3년물은 0.25%포인트, 7년물은 0.52%포인트로 최종 확정했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신용등급이 비슷한 홍콩 정부가 최근 발행한 8년물 유로화 채권(가산금리 0.75%포인트)보다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번 외평채 흥행의 배경으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기대감과 시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출입은행(7억5천만 유로), 기업은행(10억 달러) 등 한국물 발행이 원활히 이어진 데 이어 외평채까지 성공적으로 소화된 데는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시점이 당초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됐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한국 국채에 대해 여전히 우호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런던 로드쇼' 시점도 절묘했다. 지난달 24일 이란과 이스라엘 간 휴전 협정이 발표돼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분위기 속에서 투자설명회를 연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올해 외평채 발행 한도는 35억 달러로,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는 이번에 발행한 14억 유로(약 16억 달러)를 제외한 잔여 한도(19억 달러) 범위 내에서 추가 외평채 발행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