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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보다 알고리즘?…'숏폼 선거전'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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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공약보다 알고리즘?…'숏폼 선거전'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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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 밈 활용 SNS 릴스·숏츠 선거 홍보영상 확산
    짧고 가벼운 '숏폼'으로 유권자 넓히기 경쟁
    투표율 낮은 지선, 후보·선거 정보 전달 효과 있어
    자극·재미 중심 영상에 정책·공약 실종 지적도

    인스타그램 캡처인스타그램 캡처
    "나 00도의원 후보 000인데, 이번 선거 무조건 2번이야."

    최근 한 도의원 후보가 인스타그램 릴스에 올린 약 20초짜리 영상에 나오는 멘트다. 유행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이 영상은 별다른 내용 없이도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서 SNS '숏폼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세차와 현수막 중심의 전통적인 선거운동을 넘어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짧은 영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붙잡는 데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후보 수가 많고 비교적 관심과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 특성상 유권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 있는 반면, 공약과 정책보다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조회수 경쟁에 매몰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릴스·쇼츠 뛰어든 후보들

    25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보면 지방선거 후보들이 올린 숏폼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장이나 거리 유세 현장을 짧게 편집한 영상, 지역 맛집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 최근 청년들 사이 유행하는 '챌린지'나 '밈'을 활용한 영상 등 다양하다.

    후보들이 숏폼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는 건 이른바 '알고리즘'을 타기 위해서다. 숏폼 플랫폼은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영상을 자동 추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특정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면 계정 인지도와 무관하게 짧은 시간 안에 수십만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한 후보는 "지금부터 100일 후에 시의원이 되겠다. (우리 지역구) 시의원은 3등만 하면 된다"라는 내용의 약 30초짜리 영상으로 조회수 10만 회를 얻었다.

    젊은 유권자들이 직접 후보를 검색하기보다는 SNS 추천 영상으로 정치 콘텐츠를 접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짧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숏폼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에게 노출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실제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편이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율은 50.9%로, 2024년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율 67.0%, 지난해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 79.4%보다 크게 낮았다.

    인스타그램 캡처인스타그램 캡처
    재선에 도전하는 한 구의원 후보는 "이번 선거를 준비하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에 릴스를 올리기 시작했다"며 "4년 전 지방선거와 다르게 주변 후보들도 거의 다 숏폼 콘텐츠를 만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현장에 가서 주민들을 만나고, 지하철역 등에서 명함을 돌리는 등 대면으로 다가가는 게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온라인 홍보도 그만큼 신경 써야 한다"며 "요즘 청년들 사이 유행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몰라서 짧은 영상을 만드는 걸 도와줄 젊은 인력도 구했다"고 했다.

    실제 젊은 층 사이에선 숏폼 콘텐츠 확산으로 선거 관련 정보를 이전보다 부담 없이 접하게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고등학교 3학년 문모군은 "관련 정보를 대부분 릴스나 쇼츠로 접하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정치인들이 멀게 느껴졌는데 생각보다 젊은 정치인들도 많고, 짧은 영상으로 보다 보니 부담 없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정모(21)씨도 "몇 년 전만 해도 지방선거한다고 정치인들이 릴스를 찍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느낌이 든다"며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한 번쯤 보게 되는 건 긍정적인 부분 같다"고 말했다.

    춤추고 조롱하고…정책 실종된 선거전 우려도

    인스타그램 캡처인스타그램 캡처
    다만 숏폼 선거전이 지나치게 재미와 노출 중심으로 흘러 정책 검증은 오히려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후보들은 출마의 변 등을 강조하는 짧은 영상을 반복적으로 올리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공약이나 정책 방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제 한 청년 후보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자신이 속한 정당 기호를 강조하며 춤을 추는 영상들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챌린지에 성공하면 뽑아달라"는 취지의 릴스 등 정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영상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다른 정치인 유튜브 계정에는 상대 후보를 단순히 조롱하거나 비방하는 짧은 영상들도 올라와 있었다.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며 "뽑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문구를 반복하거나 상대 진영을 희화화하는 식의 콘텐츠였다.

    이같은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23)씨는 "정치인들이 춤추는 릴스를 많이 봤는데 솔직히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며 "눈에 띄기는 하지만 막상 뽑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8)씨도 "가끔 알고리즘을 내리다 보면 내용 없이 상대 당 후보를 비난하는 영상들이 나와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다"며 "정책 비판은 이해하지만 무작정 상대를 조롱하는 식의 콘텐츠는 보기 불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청년층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며 "청년층이 정책보다 이미지나 재미만 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밈을 활용할 거면 차라리 정책을 쉽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내용이나 맥락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정치 역시 플랫폼과 숏폼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조회수와 노출 경쟁에 매몰될 경우 정치의 본질인 정책과 비전 전달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신동진 학회장은 "후보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유권자와 접촉하려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특히 59초 문화·숏품 문화를 적극 활용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인지도가 낮은 군소 후보들이 입소문 마케팅으로 자신을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짧은 시간 안에 유권자에게 어필하려다 보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선거는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는 게 핵심인데, 메시지 없이 단순 재미와 조회수만 노린 영상은 결국 유권자들의 의미 없는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학회장은 또 "숏폼 특성상 상대 후보의 약점이나 특정 장면만 짧고 자극적으로 편집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재미 위주의 네거티브 콘텐츠가 양산될 경우 선거 문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유현재 교수는 "후보들이 대중성을 확보한 콘텐츠 형식을 무조건 따라 하면 효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 노출이 곧 호감이나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선거운동 무대를 넓히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숏폼 콘텐츠를 활용하더라도 후보와 맞는 전략인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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